▲미래에셋+대우증권에 이어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증권가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사진=CNB포토뱅크)
미래에셋 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의 KDB대우증권 인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달 31일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KB금융그룹이 선정되면서 증권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둘 다 굴지의 금융사들이 새 주인으로 낙점되면서 이들로 인해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CNB가 달라진 증권가 풍경을 담았다. (CNB=이성호 기자)
KB금융,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자’
미래에셋+대우증권, 업계 1위 부상
위기 몰린 중소증권사 설자리 좁아져
증권가 지각변동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미래에셋이 자본총계 기준 국내 서열 2위인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되면서 증권가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대우증권은 자산규모 4조3000억원, 지난해 매출은 5조783억원에 이르고, 미래에셋증권은 자산규모 3조4620억원으로 업계 4위의 증권사다. 양사가 합쳐짐으로써 업계 1위 매머드급 증권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들이 합치는 과정은 순조롭지 못했다. 대우증권 노동조합은 “미래에셋이 과도한 차입금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하려고 한다. 인수자금을 위해 빌린 돈은 결국 새 합병법인이 갚아야 한다”며 태클을 걸었다. 이들은 금융위원회가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지분 인수를 불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지분 인수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 심사와 관련해 부적격 사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상 합병이 마무리되는 단계를 밟은 것. 이로서 초대형 증권사로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투자은행(IB)센터를 설립해 벤처자본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사모투자펀드(PEF)·부동산·사회간접자본(SOC) 등 투자를 증대해 시장을 리드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글로벌 트레이딩 룸을 만들어 우수한 젊은이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토록 한다는 복안이다. 즉 IB부문에 강한 대우증권을 품어 미래에셋의 자산관리 강점과 결합, 시너지 극대화를 꾀한다는 전략으로 추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업다각화·공격경영 ‘예고’
▲앞서 대우증권 인수에 도전했으나 미래에셋에게 고배를 마신 KB금융그룹은 현대증권을 품에 안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사진=KB금융)
‘미래에셋+대우증권’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증권사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자구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현대증권이 KB금융의 품에 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6위인 현대증권을 차지하기 위해 KB금융, 한국금융지주 및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이 3파전을 벌인 끝에 KB금융이 지난달 3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B금융은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1조원대의 가장 높은 응찰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6월경 협상을 마무리 짓고 현대증권을 최종 인수해 KB투자증권(업계 18위)과 합병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 탄생하는 통합증권사의 자본이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업계 3위로 단번에 올라서게 된다.
KB금융 측은 현대증권을 품으면 KB투자증권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그룹 내 금융투자부문이 대폭 확대돼 사업을 다각화하고 수익기반 역시 다양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번 M&A는 인내와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결과”라며 “1등 금융그룹 위상 회복이라는 임직원들의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 금융산업 발전의 새로운 토양을 만드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피력했다.
KB는 앞서 대우증권 인수에 도전했으나 미래에셋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후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인수조직을 재정비하고 치밀하게 매각 과정에 대비했다. 무엇보다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증권가에서는 KB금융과 현대증권 간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의 산술적 이익기여분은 500억원 내외로 예상돼 지주 순이익 대비 비중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금융상품 공급,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강화 등 그룹 내 시너지 창출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 인수는 레버리지 상향에 따라 KB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과잉자본을 해소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며 “향후 시너지 발생도 기대된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당장의 재무적 개선은 크지 않겠지만 미래 투자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비즈니스 영역은 크게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 또는 노사합의 등 양사 합병을 가로막는 요인은 크지 않다”며 “IB와 리테일 강점의 현대증권과 기업금융 강점의 KB투자증권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합병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합”이라고 평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통합, 업계 1위 메머드급 증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사진=CNB포토뱅크)
증권사들 생존전략 ‘고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본입찰 전 미래에셋도 관심을 보여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우증권을 거머쥔 미래에셋은 아시아 1위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꿈꾸며 현대증권 인수전 참여도 저울질 했었다.
하지만 금융위의 대우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의 시장독점, 자금조달 문제 등을 우려해 발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대형증권사의 거듭된 출몰은 중소형 증권사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미래에셋+대우증권’ 대 ‘KB+현대증권’의 양강구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기존에도 대형사들이 수수료 저가정책을 유지해 중소증권사들이 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경향은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사들이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펼 경우,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악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파이는 한정돼 있는데, 합병을 통한 대형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중소증권사들은) 자의반 타의반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더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