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4.01 10:31:00
횡성IC에서 홍천방향으로 달리다가 상둥리와 어둔리를 사이에 두고 어둔소류지를 등지고 서면 오음산 산야초밥상을 찾을 수 있다. 도시에서 너무 멀어서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면 그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여인들의 손맛도 도시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것. 50년 넘게 메주를 직접 띄우고 된장이며 간장, 막장, 고추장을 만들어 가족들을 굶기지 않았던 엄마들이 기업을 만들었다. 그것도 착한 기업을.
한봉기 대표는 오음산캠프영농조합법인을 이끌고 있다. 오음산 산야초밥상과 오음산캠프도 영농조합법인에서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음산 산야초밥상은 제철 산야초로 한상을 차려낸다. 아침마다 매일 만드는 손두부며 도토리묵, 오랫동안 숙성시킨 식초와 오음산에서 직접 꺾은 산야초는 한끼 밥상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감자와 두메부추는 깔끔한 잡채로 대변신. 매콤한 장떡에 비타민이 가득한 영양 비지전은, 비올 때 막걸리와 곁들이면 오음산을 이불 삼아 눕고 싶은 편안함(?)을 선물한다. 오랜 시간을 숙성시킨 발효소스에 제철 야채를 곁들여 맛보는 건강 샐러드는 오음산 자락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 한마디로 비교불가.
볕이 잘 드는 밭두둑에서 풍성하게 자란 부추와 가을 들녘에서 수확한 들깨로 만든 소스는, 약초로 푹 삶은 돼지고기와 궁합이 제대로다. 여기에 한솥가득 영양밥과 구수한 누룽지탕은 오음산 산야초밥상을 다시 찾게 하는 매력덩어리.
계절이 낸 산야초에, 어린 자식들에게 맛나게 음식을 해먹이던 솜씨가 더해져 제철 산야초 밥상이 한상 차려지는 곳, 오음산 산야초밥상이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강원도농업기술원과 의기투합한 결과다. 강원産 산나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강원나물밥을 개발한 박흥규 도 농업기술원장과, 농가맛집을 운영하며 다양한 산나물 요리법을 도시민에게 소개하던 오음산 산야초밥상 한봉기 대표가 만난 게 인연이 됐다.
한봉기 대표는 강원산나물을 알리기 위해 오는 10일 서울 대학로 마르쉐@장터로 마실을 간다. 마르쉐@장터가 아주 매력있는 곳이다. 농사꾼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들고 나가면 멋지고 예쁜 요리사들이 그 재료를 이용해 쓱쓱 톡톡 맛있는 소리를 내며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여기에 이야기를 덧대면 금상첨화. 보는 이도, 만드는 이도, 먹는 이도 덩달아 즐겁다. 이름하여 얼굴을 아는 시장, 마르쉐@장터다.
한봉기 대표는 "그간 강원産 산나물은 채취한 뒤 건조하는 데 주력하다보니 생산 단가에 비해 값이 낮게 형성돼 있었다"며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소스로 만들어 팔면 가치를 높이고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혼자서는 못할 일"이라며 "공동체를 만들어 특산품을 만들고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거나 체험프로그램으로 연계하면 부가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음산 산야초밥상은 이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24절기에 맞게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계절별 향토절기놀이와 먹을거리 체험은 연중행사다. 봄에는 '오늘은 장 담그는 날'을 만들어 막장과 고추장을 담근다. 여름에는 천연 수세미와 함께하는 '친환경 한여름캠프'로 진행된다. 가을걷이와 함께하는 가을캠프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산골소풍'이다.
제철 산야초가 없는 겨울에도 걱정은 없다. '날마다 김장축제'가 훌륭한 체험프로그램으로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나도요리사 1day 쉐프'가 진행된다. 50년 넘도록 음식을 만들어낸 손맛의 비밀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오음산캠프에 그 답이 있다.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한 지 궁금하다면, 꿈꾸는 풍뎅이 교육농장으로 가 보면 된다. 오음산캠프영농조합법인이 함께 운영하는 교육농장이다.
한봉기 대표는 "강원産 산나물로 대부분 '곤드레'를 떠올리는 게 안타깝다"며 "마르쉐@장터에 이어 오는 17일 명동성당에서 산나물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설명하고 강원나물밥을 소개해 강원도를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나물밥은 나물 한솥조리, 나물 별도조리, 비빔밥 3종 세트로 구성됐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산채를 활용한 막장 영아자, 간장 부추청양, 간장 곰취, 볶은 고추장 어수리 4종 양념도 개발됐다.
한편 강원도농업기술원은 수도권에 강원나물밥 맛집을 선정해 레시피를 전수하는 등 나물밥을 쉽게 맛볼 수 있도록 해 강원도 대표음식으로 키워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