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세종시 전의면에 위치한 한국콜마를 방문한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 (사진=산자부)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제약 전문기업인 한국콜마그룹의 대부분 계열사들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일가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 거래, 오너일가의 2개 회사 동시 보수 취득 등 재벌 기업의 대표적인 병폐들을 K-뷰티의 중심에 선 한국콜마도 고스란히 갖고 있었다. (CNB=도기천 기자)
한국콜마 계열사들 오너일가 소유
대기업집단 해당 안돼 내부거래
두 군데 급여·배당금 챙기기 ‘눈총’
한국콜마그룹이 지난 29일 거래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콜마를 비롯한 주요계열사들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매출이 5358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16%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607억원을 달성했다. 자회사인 북경콜마는 매출이 371억원,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각각 37%, 34%가 늘었다.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 또한 매출이 2014년에 비해 35% 성장한 2996억원, 영업이익은 66%나 오른 542억원을 기록했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대부분 전년에 비해 실적이 향상됐다. 10여개 계열사 매출을 전부 합치면 1조 3천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에 이른다.
화장품업계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4조7666억원, 5조3285억원이다. LG생활건강의 2013~2015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0%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콜마는 무서운 속도로 선두 그룹을 따라잡고 있다.
▲한국콜마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의 연결대상 종속회사 현황. 한국콜마홀딩스는 윤동한 회장 일가가 49.2% 지분을 갖고 있다. 윤 회장 일가가 한국콜마홀딩스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 씨엔아이개발, 콜마파마를 지배하는 구조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윤동한 회장 일가, 에치엔지 100%지배
문제는 윤 회장 일가의 지나친 기업 지배력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 씨엔아이개발, 콜마파마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종속회사는 모회사가 50%이상의 지분을 갖고 경영지배하는 회사다. 상법상 지분이 절반을 넘으면 경영권을 갖는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상장사인 콜마비앤에이치를 비롯, 씨엔아이개발, 콜마파마의 지분을 각각 56.2%, 77.9%, 77.1% 보유하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윤 회장이 41.3%, 장남인 윤상현 한국콜마 부사장(한국콜마홀딩스 대표)이 8.7% 등 오너 일가가 49.2%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는 국민연금공단(10.9%)과 외국계투자사(16%), 소액주주 등이다.
따라서 윤 회장 일가가 한국콜마홀딩스를 통해 콜마비앤에이치, 씨엔아이개발, 콜마파마를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다 한국콜마홀딩스는 그룹의 최대계열사인 한국콜마의 지분 21.7%를 보유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22.4%에 이른다.
또 에치엔지는 사실상 윤 회장 일가가 100% 지배하는 회사다. 콜마비앤에이치가 45%, 윤 회장 장남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대표가 15.6%, 윤 회장의 딸 윤여원 한국콜마 전무가 39.4% 지분을 갖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윤여원 전무가 18.5%, 윤상현 대표가 11%였지만 이후 크게 증가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대표이사 회장. (사진=연합뉴스)
콜마비앤에이치의 지분은 한국콜마홀딩스가 56.2%, 윤 회장 8.7%, 윤 회장의 친인척 4명이 4.2%를 갖고 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윤 회장 일가가 49.2%를 보유하고 있다.
정리하면, ‘윤 회장 일가→한국콜마홀딩스→콜마비앤에이치→에치엔지’로 연결되는 출자 고리다. 에치엔지는 사실상 윤 회장 일가의 회사인 셈이다.
에치엔지는 매출 규모가 2012년 274억원, 2013년 545억원, 2014년 785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3년 6억8000만원에 불과했던 당기순이익도 2014년 80억원 규모로 10배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매출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한국콜마, 콜마비앤에이치, 케이디파마 등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이 33%(259억원)에 이른다.
또 에치엔지가 한국콜마 등으로부터 의약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것과 관련, 불필요한 유통구조를 만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에치엔지가 가만히 앉아서 ‘통행세’를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CNB에 “기존에 의약품 유통을 LG생명과학에 맡겼으나 수수료 인상을 요구해 부득이 수수료가 낮은 에치엔지로 유통사를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통행세 논란에 관해서도 “한국콜마는 의약품 판매유통에 관한 허가증이 없다. 의약품 유통 허가를 받은 에치엔지가 허가가 없는 한국콜마의 의약품을 받아서 판매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의 경우, 총수 일가(특수관계인)의 계열사 지분이 30%(비상장사인 경우 20%) 이상인 상황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금액으로 200억원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로 규정돼 제재를 받는다. 한국콜마그룹은 대기업이 아니라 제재할 법적근거는 없다.
하지만 재벌대기업들이 강화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구조를 스스로 끊어 내고 있는 분위기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는 힘들어 보인다.
윤 회장 일가가 두 개의 회사에서 각각 급여와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점도 눈총이 따갑다.
한국콜마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해 한국콜마와 한국콜마홀딩스에서 각각 7억4000만원씩의 보수(급여·상여금)를 받았다. 두 군데 전부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장남인 윤상현씨는 한국콜마 부사장과 한국콜마홀딩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그 또한 지난해 두 회사로부터 각각 7억2800만원 씩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개인회사 격인 에치엔지로부터도 매년 수억원대 배당 수익을 받고 있다.
한국콜마 측은 "주식보유에 따른 배당이며,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군데 회사에서 각각 급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한국콜마와 한국콜마홀딩스는 서로 다른 회사며, 두 회사에서 각각 책임경영을 하고 있기에 정당한 보수"라고 말했다.
<한국재벌사>의 저자 이한구 교수(수원대 경제금융학과)는 CNB에 “현행 상법이 대기업집단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틈을 타 준재벌·중견기업들의 주식증여·경영승계·일감몰아주기 등이 횡횡하고 있다”며 “특히 총수 가족들이 주식을 나눠 갖고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행태는 계열사 중 한 곳만 문제가 생겨도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