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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놀라울 뿐"…자연희 교육농장 황정선 교사

'누에랑 뽕이랑 즐거운 동행' 누에와 천연염색을 접목…치유와 힐링 프로그램 확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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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기자 |  2016.03.29 13:57:56

▲자연희 교육농장을 운영 중인 황정선 교사(사진 오른쪽)와 보조교사인 한상천(51) 씨. (사진=자연희 교육농장)

해발 998.5m에 이르는 응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곳에 터를 잡은 자연희 교육농장. 산봉우리가 뭉툭한 게 귀엽다. 앞개울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연출하는 자연놀이터가 된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사곡길 526 자연희 교육농장. 황정선 교사(46)의 보금자리다.


황정선 교사는 천연염색을, 남편인 한상천(51) 씨는 성악가 출신으로, 보조교사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한상천 씨는 이곳에서 한옥 짓기, 목공 DIY도 한다. 원덕읍내에서 13㎞, 삼척시내에서 50㎞가 떨어져 있어 접근성은 좋지 않다. 하지만 꼭 그 만큼 자연에 안겼다.


자연희 교육농장은 천연염색을 배우고 실습하는 곳. 천연염색의 재료는 자연에서 얻는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셈. 원단으로 사용하는 실크, 모시, 삼베 모두 자연소재다. 색을 내는 데 사용하는 염료는 꼭두서니 감겨자 쪽 애기똥풀 괴화와 같은 식물과 함께 락(lac. 깍지 진딧물) 등 모두 자연에서 얻는다.


"처음에는 공예로 시작했어요. 교육을 진행하면서 욕심이 생겼죠. 원단을 직접 생산하고 싶었거든요. (웃음) 그래서 누에를 키우게 된 거예요. 공예와 누에를 접목한 거죠. 완전 성공!(웃음)"


2011년 지인으로부터 누에를 구했다. 집 앞에 뽕나무를 심었다. 내친김에 목화도 심었다. 실을 직접 뽑기 위해 왕채도 직접 제작했다. 왕채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풀어내는 도구다. 누에를 기르면서 뽕잎천연비누는 덤으로 얻고 있다.

▲누에 한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누에고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자연희 교육농장)


농촌교육농장에 선정된 것은 2015년이다. 하지만 훨씬 전부터 천연염색은 물론 누에 한살이 등 교육프로그램을 진행중이어서 내공은 탄탄했다. 2011년 신라대학교 전통염색연구소 삼척지역교육장으로 인증을 받았다.


프로그램은 누에와 천연염색을 접목한 것으로, 누에고치와 천연섬유, 누에고치와 천연염색, 누에고치 공예활동 등으로 진행한다. 교육농장 프로그램은 1회차 또는 다회차 모두 가능하다.


유치원부터 초등학생, 청소년, 성인 등 대상에 맞게 교육 내용을 달리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수준별 교과내용을 반영해 저학년인 1~2학년과 중학년인 3~4학년, 그리고 고학년인 5~6학년으로 나누어 교육이 이뤄진다.


유치원생은 '누에랑 친구가 되고 싶어요'를 주제로 누에를 관찰하고 만지면서 살아있는 생명체와 친숙해지는 과정으로 꾸며진다. 초등학생들은 '누에가 준 선물'을 중심으로 비단 등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을 소개한다. 청소년과 성인들은 천연염색 취미 기초과정과 전문가 과정, 누에고치 풀솜공예, 길쌈베틀공예 등으로 마련된다. 아울러 청소년을 위한 진로직업체험도 진행된다.


천연염색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스카프 원단에 2~3가지 염재를 단계별로 사용해 만드는 그라데이션 스카프 만들기와 티셔츠 만들기, 나만의 손수건 등이 진행된다. 천연염색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다회차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인 것 같아요. 살아서 꿈틀거리는 누에를 위해 뽕밭에서 뽕잎을 따 누에에게 건네주고, 누에가 사는 방을 청소하면서 뿌듯해 하거든요. 귀엽지 않아요?"

▲자연희 교육농장 프로그램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뽕밭에서 뽕잎을 따고 있다. (사진=자연희 교육농장)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놀라기도 한다. 누에를 치는 잠실에서 아이들은 모두 까치발이다. 한 마디 말도 없이 누에를 관찰하고 조심스럽게 뽕잎을 건넨다. '누에들은 말이지. 가장 깨끗하고 조용해야 잘 자란다.'는 한 마디 주의사항을 염두에 둔 행동이다.


놀라는 것은 교사들만은 아니다. 학생들과 동행한 교사와,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의 달라진 태도를 본 학부모 역시 전혀 다른 아이의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아이들이 의인화 과정을 자연스럽게 경험한 탓일 거예요. 누군가의 보호 속에 누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비춰보는 시간을 갖는 것 같거든요. 프로그램을 마칠 때 소감문을 쓰게 되는데, 아이들 모두 '누에야 고마워' 하고 적어요. 감동이지요."


실제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초등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무엇을 하든 게임을 하는 아이였다. 프로그램은 시작됐고, '때려 쳐!'하며 소리를 질렀다. 정해진 순서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누에가 자라는 잠실에서 관찰과 먹이주기 등 교육에 참여했다.


그 중 한 아이가 아주 적극적이었다. ADHD 진단을 받은 바로 그 아이. 밭으로 달려가 뽕잎을 따서 누에를 위해 먹이를 주고, 말없이 잠실을 청소했다. 프로그램 시작 때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 교사가 스마트폰을 수거하지도 않았던 상황으로, 아이는 누에치기에 '몰입'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본래 모습을 찾아내는 것 같아요. 변하거든요. 교육농장을 운영하면서 '유레카'를 외쳤어요. 바로 이거죠. 정보를 전달하기 보다는 감성을 살려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아이들 스스로 힐링을 한다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 농촌교육농장은 재능기부인 것 같아요."


자연희 교육농장은 체험장과 농장 등 이동로에 산책로처럼 데크를 설치해 안전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교육농장 이름인 '자연喜'는 황정선 교사가 직접 지었다. '자연의 기쁨'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계절의 변화와, 계절에 따라 변하는 색의 느낌을 누리는 게 자연의 기쁨이라고 여기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계획중이다. 뽕나무를 기르고 잠실을 확장하면서 산업으로 키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생산과 가공, 관광으로 연계된 6차산업화를 고려중이다. 농업생산 이외 차세대인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자연과 농촌, 그리고 농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농촌교육농장은 이를 연결하는 통로인 셈이다.


인근에 관광지가 많은 것도 큰 힘이다. 황토내음교육농장과 스머프교육농장이 1㎞ 이내에 있다. 천년학 힐링타운과 세계유기농수산연구교육관도 5㎞ 내 위치해 있다. 덕풍계곡과 임원항까지 15㎞, 울진 덕구온천은 25KM만 가면 된다.

▲자연희 교육농장 가을 전경. (사진=자연희 교육농장)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다. 바로 접근성이다. 원덕읍 13㎞, 삼척시내 50㎞는 녹록한 거리가 아니다.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두 시간의 프로그램을 위해 한 시간 가량을 이동해야 하는 탓에 교사들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들의 의지가 중요한 셈이다. 접근성 못지않게 교육적인 효과에 관심을 더 가져주었으면 바람이 큰 이유다.


"자연은 힘이 세요(웃음). 그래서 치유와 함께 힐링을 병행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또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을 위해 공예와 관련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싶고요. '누에엄마'라는 말이 참 듣기 좋아요. 줄 수 있는 게 많거든요."


황정선 교사는 요즘 고민이 깊다. 농촌교육농장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 공예와 염색, 누에치기 등을 연계한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여기에 잠업으로 확대할 경우 누에 이외 다른 곤충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조바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들이 누에를 보살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문적인 치유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함께할만한 분을 알고 계시지 않나요?(웃음)" 


자연희 교육농장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평상 시에는 누에와 천연염색 교육농장으로 운영하는 곳으로, 단체예약이 없는 날에는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다. 야외에 마련된 66㎡(20평)가 넘는 데크에서 다양한 야외행사가 가능하다. 최대 5명이 사용 가능한 방이 마련돼 있다. 자연희 교육농장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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