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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살인 가습기살균제’ 수사 5년째…망자의 한(恨) 언제 풀릴까

‘과실치사’ 공소시효 7년…檢 수사 지지부진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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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3.25 09:23:40

▲보건복지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사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이후에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는 2014년 8월26일 서울 대검찰청에 옥시레킷벤키저, 애경, SK케미칼, 롯데마트, 이마트, GS리테일 등 15곳 살인기업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형사고소장을 2012년에 이어 다시 제출했다. (사진=김유림 기자)

검찰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사망사고를 낸 혐의로 고발당한 기업들에 대해 4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피해자들과 시민단체의 원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민사로 해결하라”고 하자 이들은 2012년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가 지지부진 하다가 최근에서야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이처럼 오랜 세월 이 사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뭘까. 판매 대기업들은 왜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유명을 달리한 226명의 한(恨)은 언제 풀릴까. (CNB=김유림 기자)

입 다문 기업들…피해자단체 “명백한 살인”

환경보건시민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1087만명, 피해경험자 227만명으로 추산된다. 2011년 8월31일부터 올 1월까지 정부와 민간에 신고된 피해자는 총 1484명, 사망자는 226명이다.

이 중 옥시레킷벤키저사가 판매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에 의한 사망자는 180여명(80%)이며, 피해자도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곳은 애경이다.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와 신세계 이마트에 제조·판매한 ‘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의 피해자 380명, 사망자 54명(23%)으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은 해당 기업으로부터 아직까지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흡입 시 심각한 폐질병을 일으키는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는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판매됐다. 제조·유통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인체 무해, 아이들 사용 가능 등을 내세워 판매했으며, 그로인해 임산부와 영유아 등 226명이 세상을 떠났다. 왼쪽부터 SK케미칼(가습기메이트), 애경(가습기메이트), 이마트(이플러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사진=김유림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가 최초 접수된 것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3월 서울아산병원에 원인미상 중증폐질환 환자들이 입원했다. 환자들은 주로 출산 전후 여성과 영유아였으며 의료진은 기존 치료 방법이 소용없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판단, 이를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했다. 같은 해 11월 보건복지부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발병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라고 발표하며 긴급 수거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 보상안과 관련해 “제조사와 피해자 간 개별소송을 통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피해자모임)은 시위와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민·관 합동 폐손상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피해 보상안 요구에는 “가습기살균제 폐질환은 질병이나 전염병에 해당되지 않아, 복지부 소관이 아니다”며 거부했고,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환경부, 생활용품을 관리하는 지식경제부와 산업통상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환경부 역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은 환경보건법상의 ‘환경성질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합동대책회의는 전무했다.

정부 기관들 간 서로 책임을 미루는 사이, 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는 자체적으로 2012년 8월 옥시레킷벤키저, 애경, 롯데마트, 홈플러스, SK케미칼, 이마트, GS리테일 등 제조·판매사를 상대로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건 당국에서 진행 중인 피해자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시한부 기소유예를 내렸다. 2014년 3월 폐손상조사위원회는 “361명 가운데 127명(35.2%, 사망 57명)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확실’, 소아 170명 중 104명(61.1%)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확실 또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피해자모임과 시민단체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기업 옥시레킷벤키저 서울 여의도 본사 앞에서 매주 월요일 낮 12시부터 다음날까지 24시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부처 간 떠넘기기…복지부동 검찰

이처럼 결과가 나왔음에도 그해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시민단체와 피해자모임이 2014년 8월 다시 검찰 고발을 진행한 후에야 해를 넘겨 2015년 8월부터 수사를 시작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수많은 영유아와 임산부, 태아가 사망했음에도 당국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들이 두 번 상처를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힘들어 보인다.

CNB 취재결과, 행정 부처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부터 국민의 혈세로 운영하는 ‘여러 정부부처’까지 모두 책임을 서로 전가했다. 사건을 떠맡은 ‘검찰’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피해자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CNB에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이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는 통로인 폐를 거쳐서 온몸에 퍼져 사망에 이르렀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와 유통업체가 1994년부터 무차별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살균제를 공급해 200명 넘는 영유아와 산모가 사망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살인행위”라며 “검찰이 만약 ‘업무상 과실치사’를 적용한다면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2008년 이전에 사망한 피해자는 문제 제기를 못하게 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반드시 살인죄를 적용해야 공소시효 없이 일벌백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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