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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를 털어? 왜?” 본인 모르게 제공되는 통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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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3.23 16:01:56

▲(사진=CNB포토뱅크)

누군가 내 뒷조사를 하고 다닌다? 기분이 찝찝하고 화나는 것은 물론 당혹·의아·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수사기관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죄지은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내가?” 라며 황당함에 이어 두려움을 갖게 된다.

국정원·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주민등록번호, 이용자 성명, 주소, 가입·해지일자, 전화번호, ID 등 가입자 정보인 이른바 ‘통신자료’를 이동통신사들로부터 광범위하게 수집해 국민사찰 논란이 벌어지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통과된 테러방지법은 차치하더라도 오래전부터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모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 대상의 인적사항을 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즉 영장이 없어도 검·경찰, 정보수사기관은 검사, 4급 이상 공무원, 총경 등이 결재한 제공 요청서를 사업자에게 제시하면 간단히 통신자료를 받아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 최원식 의원(국민의당)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 3042만 1703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 연간으로 따지면 매년 약 1000만 건이다. 당사자도 모르게 수사 대상(?)이 됐고 통신자료는 고스란히 수사기관에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차별 없는 대한민국인가? 국민 대부분이 의심스러운 수사 대상인 셈이다.

그동안에는 이러한 사실조차 몰랐었다. 내 통신자료가 제공됐는지 알 방법이 없었기 때문인데, 지난해 참여연대가 이통3사를 상대로 한 ‘통신자료 제공현황공개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부터 확인이 가능해졌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본인의 통신자료 내역을 확인하는 방법은 먼저 SK텔레콤 가입자의 경우 (SK텔레콤)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최하단의 이용내역 조회 → 개인정보이용내역조회  → 통신자료제공사실열람요청  → 본인인증을 거친 후 개인정보수집동의 및 안내사항을 확인하고 통신자료제공사실 확인서를 요청하면 신청한 메일 주소로 1주일 뒤 결과가 송부된다.

KT도 홈페이지 로그인 후 하단의 고객센터로 이동해 아래의 주요안내 바에서 오른쪽 화살표를 한 번 누르면 통신자료 제공내역 항목이 나타난다.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클릭하고 본인인증을 받아 정보 수정(통신자료 제공내역 열람신청)을 하면 결과를 7일~10일 사이에 메일로 받아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하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로그인 → 하단에 ‘개인정보이용내역’ 클릭 → 통신자료 제공사실 열람 신청 → 인증절차 기입 → 개인정보 입력 과정을 거치면 1주일 뒤 회신이 온다.

하지만 알뜰폰의 경우 고객센터로 직접 전화해 문의를 해야 한다.

이처럼 내 통신자료가 어디에 제공됐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통사에 확인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왜 수사기관에서 내 정보를 어떤 연유로 가져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받아 봐도 요청기관만 나올 뿐 사유는 확인할 방도가 없어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수사상 보완이 필요하고 공개 의무도 없다. 범죄 수사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충분한 납득과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남용을 했다면 분명 제동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참여연대에서는 지난 14일부터 민주노총, 민변,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운동공간활 등과 더불어 본인도 모르게 이통사로부터 수집해간 ‘나의 통신자료 수집 사례’를 모아 향후 법률 대응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으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CNB에 통신자료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통신자료는 해당 전화번호의 주인이 정확히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어디에 사는지, 성별, 생년월일 등을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단순한 인적사항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이러한 통신자료를 바탕으로 수사기관이 건강보험공단 등에도 영장 없이 정보를 요구하면 직업, 재산 및 교육 정도 등도 알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단순한 신상이 아니라 한 개인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는 기본소스라는 설명이다. 제도의 허점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 될 일이기에 시급한 보완·개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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