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3.17 18:25:45
'단 돈 1000원도 아까운데…'
춘천시지역치안협의회가 헤픈 씀씀이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최동용 춘천시장이 위원장인 이 조직은 2014년 춘천시 보조금 6000만 원 중 기념품 제작에 2000여 만 원을 사용했다. 지출결의서는 없었다. 시의회는 보조금 환수를 주문했고, 조례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팍팍한 서민의 삶과 다른' 보조금 지출에 공분하며, 지역치안협의회 활동과 보조금 사용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실체가 드러날 경우 지역치안협의회 위원들은 '얼굴 들고 다니기 어려운' 입장이 될 형편이다.
참여와 자치를 위한 춘천시민연대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춘천시 지역치안협의회의 혈세낭비를 철저히 밝히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주요 기관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역치안협의회의 혈세 낭비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춘천시지역치안협의회 운영과 예산 사용 관련 11개 항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문제점을 철저히 밝혀낼 계획이다.
또 예산 환수조치와 춘천경찰서장, 춘천시장의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춘천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된 3000만 원의 예산이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다시 살아난 사유를 해명하라고 시의회를 압박했다.
춘천시지역치안협의회는 최동용 춘천시장을 위원장으로 모두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최동용 춘천시장, 한상균 춘천경찰서장, 김영일 춘천시의장, 문진기 춘천교육지원청 교육장, 안중석 춘천소방서장 5명의 당연직 위원과 자율방범대장, 경찰발전위원장, 집회시위자문위원장, 보안협력위원장, 생활안전자문위원장, 청소년육성회장, 경우회장이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춘천시의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춘천시지역치안협의회는 2014년 춘천시로부터 받은 보조금 6000만 원으로 10만 8000원짜리 등산용 스틱을 구입했다.
5만 원짜리 가죽장갑을 사고, 1만 4000원짜리 볼펜을 사는 등 기념품 제작에 2000여 만 원을 사용했다. 주로 4대악 척결 등을 위한 대시민 홍보용 물품이라는 게 지역치안협의회 측 설명이다.
춘천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밥값으로 1인당 8000원, 1만 5000원 등을 결제했고, 적잖은 예산을 연말에 한꺼번에 지출했다.
보조금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지출결의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일반 사회단체와는 전혀 다른 행태다. 일반 사회단체의 경우 보조금을 지원받을 경우 시의회는 물론 보조금심의위원회의 심사 등 절차를 거치게 된다.
만약 보조금을 부정하게 집행했거나 부당한 방식으로 지출한 경우 고발 조치돼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다. 춘천시지역치안협의회는 한상균 춘천경찰서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경무과장이 간사를 맡고 있다.
2015년 역시 6000만 원의 보조금이 지원됐고, 지출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춘천시가 보조금을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고 8차례에 나누어 지급하면서 상황은 다소 개선됐다.
춘천시지역치안협의회는 올해 6000만 원의 보조금을 춘천시로부터 받게 된다.
춘천시의회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해당 상임위원회인 내무위원회가 3000만 원을 삭감했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곧바로 3000만 원을 다시 편성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는 시의원의 이해관계 때문으로, 예결위를 앞두고 경찰 관계자 등 다양한 경로로 예산을 되살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시의원 중 한명은 경찰퇴직자의 가족이다.
춘천시민연대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지역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지역의 자영업자, 서민들은 어려운 경제에 한 푼이 아쉬워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시민의 세금을 너무나 당연한 듯이 낭비하고 있는 공공기관장들의 모습을 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2년 전 발생한 일로, 당시 하반기 협력단체장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등산용 스틱을 구매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 딱히 이야기할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