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탓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유입되면서 모처럼 만에 호황을 맞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증권가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은 모양새다.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봄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지만 여의도 증권가는 아직 한겨울이다.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증시에 유입돼 반짝 특수를 누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은 모양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은 증권사들로 하여금 공격적인 경영보다는 수동적 태세로 몰아가고 있다. 고용은 꼭 필요한 부문에서만 이뤄지게 되고 최근 핀테크의 발달 등으로 인해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칼바람이 거센 여의도 증권가를 CNB가 들여다봤다. (CNB=이성호 기자)
저금리 ‘반짝특수’ 끝…앞날 캄캄
증권사 점포·직원수 해마다 급감
투자 꽁꽁…증권맨 자부심 옛말
“지난해와 같은 호황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긴 힘들지 않겠습니까?”
한 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불안한 심리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고 작년과 같은 증권업 호황이 올해도 이어질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것. 증권사들의 표정이 썩 밝지 못하다 보니 올해 신규 채용도 미미한 수준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 자산규모 10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중 절반만 진행 검토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채용 계획이 있는 곳은 현재 상반기 공채를 진행 중인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5개사에 불과한데 예년 수준으로 올해 채용을 진행할 경우 도합 250여명 안팎 수준이다. 나머지 미래에셋증권·KDB대우증권·현대증권·대신증권·메리츠종금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은 아직까지는 채용계획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A 증권사 관계자는 CNB에 “유가도 하락하고 중국 쪽도 불안해 현재 주식시장이 안 좋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입 사원을 뽑기는 어렵고 기존 직원이 빠져나갈 경우 그때그때 경력직으로 대체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력에 커다란 변화 없이 유지만 하고 있는 상태로 과장·부장 등 상급자도 예외 없이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업무를 도맡아 일한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과거 몇 년간 신입을 뽑지 않은 B 증권사 관계자는 “경력직 중심으로 꾸준히 인원을 확보해 전체 직원 수는 외려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입 채용이 줄어서 기존 직원들의 업무량이 “꼭 많아진다고 할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올해 하반기 신입 채용을 예정 중인 C 증권사 관계자는 “결원이 생기거나 인원이 필요한 부문이 발생하면 적재적소에 바로 투입키 위해 경력직으로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효율화를 따져봐야 하는 것으로 신입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상급자들의 잔업무가 많아진다고 볼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봄꽃 피지만 여의도는 ‘한겨울’
이처럼 요즘 증권가에서는 젊은 신입 사원을 보기가 어려운 상태며 근본적으로는 앞서 수년간 인력구조 조정이 이뤄져 왔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3월 기준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3364명에서 2015년 12월 기준 3만6161명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장기간 주식시장이 침체되자 각 증권사들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 특히 2014년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과정에서 퇴직한 이는 600여명을 넘기도 했다. 2011년 3월 기준 4만3364명이었던 전체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5년 12월 기준 3만6161명으로 급감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온라인·모바일로의 영업 환경 변화 및 이른바 핀테크의 돌풍도 직원 수 감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 수는 2011년 1856개, 2012년 1674개, 2013년 1534개, 2014년 1267개, 2015년 1216개로 감소세를 나타내 그만큼 사람의 일자리도 없어지게 됐다. 지난해와 같이 언제 또 다시 증권가에 훈풍이 불어 닥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기에 증권사들은 자기들끼리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수익모델이라 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외부 세력인 은행과도 고객 유치 다툼을 해야 할 판이다.
C 증권사 관계자는 “ISA가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아직 시행초기라 예단하기 어렵고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고 바라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금리가 낮아 제2금융권으로 돈이 몰려 증권사들이 실적이 좀 나아졌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활황을 누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며 일단 “공격 경영은 자의반 타의반 얼어붙은 상태로 최대한 현상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허용된 비대면 계좌개설도 업계 화두인데 적극적인 증권사도 일부 있지만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고 보완상 취약점도 있어 활기를 띄기보다는 일단 보수적으로 지켜보자는 회사들도 많은 분위기다.
경기불황 탓에 바짝 엎드린 상황에서 이래저래 안팎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영업 채널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로 서로 깎아먹기 무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에 수익률이 큰 해외주식 시장으로 아예 눈을 돌리는 증권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