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대표는 전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 "내일 안 대표와의 회동을 마지막으로 의견 조율을 시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 행보를 결정하겠다"며 최후 담판을 예고했다.
이어 천 대표는 "이 국면을 무작정 끌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내일 안철수 대표와 마지막으로 만나 의견조율을 시도해보고, 결과에 따라서 제 나름대로 이 국면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천 대표는 "오늘이 14일이니 24일(후보등록일)까지 사실상 거의 10일도 안 남은 짧은 기간 동안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하니 조금도 지체해선 안 된다"고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안 대표가 야권연대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탈당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결정해 놓고 있지 않다. 내일 일은 내일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한 천 대표는 안 대표가 야권 연대가 아닌 후보자간 개별적 연대 수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데 대해선 "제가 지금 생각하는 단일화나 연대와 안 대표가 생각하는, 부분적인 지역 후보자에게 맡기는 연대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솔직히 말해 안 대표가 생각하는 방안은 너무나 미흡하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천 대표는 "저 천정배가 역설하고 있는 수도권의 후보 단일화 내지는 연대는 당의 지도부가, 당의 대표들이 직접 나서서 당 차원에서 하는 연대를 의미한다"며 "안 대표가 제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며 거듭 안 대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천 대표는 안 대표가 '야권연대 불가 입장을 밝힌 건 더민주'라고 주장한 데 대해선 "저도 안 대표가 말한 부분이 동감이다. 더민주가 그렇게 나가면 불가능하다"면서도 "저쪽에서 안 하니 우리도 안 한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극한 대립으로 치닫던 안 대표와 천 대표 사이에 훈풍이 불 조짐을 보이면서 공동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김한길 의원의 향후 거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은 앞서 안 대표를 향해 야권 연대를 압박하면서 공동선대위원장직 사퇴라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안 대표는 김 의원의 사퇴의사를 받아들이며 '연대 불가'라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가 이날 김 의원 지역구에 전혜숙 전 의원을 후보로 내정하면서 김 의원은 당내에서 설 자리를 잃고, 경쟁관계인 더민주 후보의 도전에 직면하는 진퇴양난의 위기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한때 야권연대 필요성에 대해 김 의원과 의기투합했던 천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김 의원과 공동행보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각자 위치도 다르고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며 "전 저대로 결정할 것이고 김 위원장은 알아서 금명간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김 의원으로서는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김 의원은 이날 ‘총선 승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라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여당이 개헌선을 확보한다면 그야말로 국가적 재앙"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국민의당과 야권이 여당을 저지하면서 상생해야 한다고 말씀드린다. 수도권의 야권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리고 김 의원은 "우리 당의 좌표를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며 호남권을 제외한다면 야권연대가 없을 때 웃는 것은 새누리당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다당제는 연대를 전제로 한다. 연대는 굴욕이 아니며 연대는 승리하기 위한 정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더민주는 지난 11일 국민의당 연대 찬성파 의원들의 지역구에 대해서도 공천방식을 발표하려다가 김한길 전 상임공동 선대위원장의 사퇴 소식을 듣고는 발표를 유보해 양당간 연대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으나 지난 주말을 넘기면서 총선을 한 달밖에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더이상 연대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14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해당 지역의 공천방식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기다릴 수 있는 시한은 지난 주말까지였다"며 "더는 물리적으로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