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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퇴직 고위관료 대기업行 ‘불편한 진실’

재계 3월 주총 ‘힘 있는 사람들’ 영입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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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3.11 09:36:43

▲사외이사들이 재벌총수나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재벌 대기업들이 이번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의 절반가량을 정부관료 출신들로 채웠거나 채울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오너일가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는 터라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기업에 유리한 법안 통과 등 물밑에서 국회·정부를 상대로 한 대관업무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투표제의무화법안(상법개정안) 등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소액주주들이 이들을 견제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CNB=이성호 기자)

재계, 퇴직 고위관료 사외이사 대거 영입
거수기는 기본, 입법로비까지 전방위 활용
일반 주주들, 이사 선임 견제할 방법 없어 

재벌닷컴이 10대그룹의 3월 주총 안건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규 혹은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140명 중 정부 고위 관료, 금융감독원, 국세청, 판·검사, 공정거래위원회 등 소위 권력기관 출신 인사가 61명으로 전체의 43.6%나 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역임한 박재완 전 장관은 삼성전자·롯데쇼핑 2개사의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은 한화생명에,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오리콤,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GS건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은 삼성중공업,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두산인프라코어 신임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삼성증권, GS그룹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판·검사 출신은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롯데케미칼(신규)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두산건설(신규) ▲채동헌 전 춘천지법 부장판사-코스모신소재(신규) ▲송광수 전 검찰총장-삼성전자(재선임)·두산(재선임)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삼성화재(재선임) ▲차동민 전 서울지검장-두산중공업(재선임) ▲노영보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LG(재선임) ▲이석우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대한항공(재선임) ▲석호철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한화테크윈(재선임) 등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출신은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현대모비스(신규)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현대건설(신규) ▲채경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롯데칠성음료(신규)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한화투자증권(신규)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두산(재선임) ▲박외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현대비앤지스틸(재선임) 등이다.

금감원 출신은 문재우 전 금감원 감사가 호텔신라·롯데손해보험 신규 사외이사로, 이장영 전 금감원 부원장은 롯데하이마트, 김윤하 전 금감원 검사국장은 롯데케미칼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된다.

이밖에 공정위 출신인 김동수 전 공정위 위원장은 두산중공업, 안영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은 LG화학의 신규 사외이사로 올랐고 황정곤 전 공정위 부이사관은 현대비앤지스틸의 사외이사에 재선임된다.

이동통신 3사의 사외이사 후보들도 권력기관 출신이다. SK텔레콤은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KT는 한국방송협회 회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송도균 이사를 각각 재선임키로 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대검 공판송무부장, 법무부 법무실장, 춘천지검장 등을 지낸 정병두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새로 추천했다.

▲10대 그룹 신임(재선임) 사외이사 숫자. <단위: 명, %, ( )장·차관 출신> (자료=재벌닷컴)


회의 1건당 400~500만원

이처럼 정부·권력기관 고위 관료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채워지는 이유는 사정당국으로부터 방패막이의 역할을 하는데 이들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또 해당기업에 유리한 정책입안, 법안통과 등에 있어서도 기업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합법화된 로비스트 역할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올해 주총 뿐 아니라 매년 주총 때마다 관료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채워지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의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이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의 70%이상이 경제인 출신이다. 

이처럼 관료출신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에 급급하다 보니, 재벌총수나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는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기는 힘든 구조다.   

CEO스코어가 2014년 기준 37개 그룹 167개 기업의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조사한 결과 692명의 사외이사들이 3774건의 안건에 대해 99.7%의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에 따르면 2010~2012년 100개 기업의 이사회 안건 9101개 중에서 사외이사가 한 명이라도 반대한 경우는  33건(0.4%)에 불과했다. ‘거수기’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회의 참석 한건 당 수백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기준으로 3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사외이사 625명의 보수는 1인당 연평균 5261만원으로 조사됐다. 이통 3사의 경우, 더 높은 6000만원~8000만원 대로 알려져 있다. 통상 1년에 10여 차례 안팎의 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회의 한건 당 400~500만원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사진=CNB포토뱅크)


퇴직공직자 재취업심사 강화해야 

이처럼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외이사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몇몇 국회의원들이 소액주주들의 투표권 확보를 위해 전자투표제(주주가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고 인터넷 전자투표시스템에 접속해 의결권 행사)를 의무화하기 위한 상법개정안을 마련했지만 4월 총선 정국에 밀려 상임위(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상장기업의 70%가량이 3월 셋째 주와 마지막 주 금요일에 주총을 개최하고 있는 현실이라,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이마저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주총이 한날한시에 몰리면 두 개 이상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라면 한 곳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참석을 포기해야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언론이나 금융당국의 감시 기능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여론의 눈총을 최소화하면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쉬운 구조가 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관료출신 사외이사 후보들의 선임 안건에 소액주주들이 반대표로 영향을 주기가 힘든 시스템이다.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정관계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고문 등의 직함으로 영입해 입법 로비, 사정기관 로비, 동향파악 등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맡기고 있다”며 “공직자윤리규정을 강화해 모든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심사를 전담하는 기구를 마련하는 한편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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