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천이 한창인 각 당에서 특히 회자되는 말이 이른바 상대 당의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표적공천을 뜻하는 말인 '자객 공천'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공천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하면서 현역 물갈이 의지를 전면에 내세워 혁신을 강조하는 동시에, 상대를 겨냥한 '자객공천' 카드를 뽑아들며 견제와 압박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9일 일부 경선지역 대진표를 나란히 공개하면서 야권 지지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집중했다.
우선 더민주는 지난 7일 9명의 예비후보를 단수후보로 공천 발표한 데 이어 9일 18개 경선실시 지역을 발표한 데 이어 10일엔 2차 컷오프 대상 발표를 통해 '한 방'을 보여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9일 발표한 경선 지역 명단 중 구(舊) 민주계의 조성준 전 의원, 문재인 전 대표의 정무특보를 지낸 강정구 예비후보 정도 외에는 경선 탈락자 중 눈에 띄는 인사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10일로 연기된 현역 컷오프에 벌써부터 다선 중진 의원 및 친노(친노무현)계 의원, 막말·갑질 논란이 있었던 현역 의원들의 실명이 곳곳에서 거론되면서 당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1차 명단에 문병호·최원식 의원 이외에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 김한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 등 현역 의원들도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등 40대, 50대 정치 신인들을 집중 배치하며 참신성을 부각하려고 한 흔적이 보였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이날 공천 명단에 과거 '막말·갑질' 논란이 있었던 김경협 의원이나 유대운 의원이 경선 명단에 포함된 것을 겨냥해 '눈가림식' 공천으로 규정하고 "친노 패권적 행태에 앞장선 인사들이 경선을 가장해 다수 포함된 것은 친노패권 공천의 또 다른 버전, 시즌2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양당은 정치적 텃밭이자 이번 총선의 승부를 가를 호남에서의 인적쇄신 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국민의당은 이날 광주 북구을 임내현 의원을 컷오프 대상으로 발표하면서 앞서 더민주가 광주에서 강기정 의원을 공천 배제시킨 조치에 '맞불'을 놓았지만 양당 모두 텃밭에서의 격전을 의식해 호남 공천 카드는 아껴뒀다.
더민주 측은 호남 전체를 묶어 일괄적으로 공천 명단을 결정하기로 했으며, 홍창선 공관위원장은 "광주 지역은 새로운 유능한 젊은이가 서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르면 10일 호남 지역 공천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으며, 숙의배심원제 경선과 과락제 도입 등을 통해 현역 의원 추가 탈락 가능성을 예고했다.
국민의당은 정청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비서실 정무보좌역, 열린우리당 정치개혁특위 위원 등을 지낸 김철 예비후보를 단수후보로 지명하는 등 더민주의 친노 패권 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일부 의원을 대상으로 이른바 '자객공천'으로 보이는 공천을 한 점도 주목된다.
또한 이목희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금천에는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기획단에 참여했던 정두환 극동대 교수를 공천했으며, 김태년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수정에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로 나섰던 장영하 변호사를 공천했다.
국민의당의 이 같은 공천은 최근 더민주가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를 겨냥해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투입하는 등 '자객공천'을 한 데 대한 정면대응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에 더민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 도의상 안 맞다"며 "공천은 각 당이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런데 지금 뚜껑도 안 열었는데 이래라 저래라 말하는 건 다른 당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의 핵심 측근인 문병호 의원도 더민주 전략공천위원회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갑에 영입인사로 세월호참사 유가족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온 박주민 변호사를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에 "더민주는 야권통합과 연대를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제 지역을 표적으로 전략공천설을 퍼뜨리고 있다. 한마디로 저를 떨어뜨리겠다는 협박”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