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가 단독 입수한 유한킴벌리 대리점주 박씨가 작성한 ‘대리점 포기 각서’(오른쪽)와 박씨와 유한킴벌리 본사 소속 A지사장 간의 통화 녹취록. ‘대리점 포기각서가 부당하다’는 박씨와 이를 수긍하는 A지사장의 대화가 담겨 있다.

‘좋은느낌’ ‘하기스’로 잘 알려진 유한킴벌리가 제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대리점주에게 수차례 각서를 강요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당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해 의문을 더하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대리점주 “수차례 대리점 포기각서 썼다”
공정위 “양측 주장 엇갈려…심의절차종료”
심의종료 이례적…검찰에 유한킴벌리 고발

유한킴벌리가 공정위에 제출한 각서(대리점주와 유한킴벌리 간의 각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대리점 H유통은 ‘일신상회(의) 사유’로 인하여 대리점 운영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현재 담당지역을 조건 없이 포기함을 각서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각서의 배경에 대해 대리점주 박모(37)씨는 9일 CNB 기자에게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전북 전주 완산구에서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지사장으로부터 총 3번의 각서를 강요받았으며 빼앗기다시피 계약 종료를 했다. 본사 파견 지사장이 불러주는대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판매목표를 채우지 못해 본사로부터 대리점을 뺏겼다는 게 박씨 주장이다.

박씨는 이를 ‘부당한 강요’였다며 지난해 6월 공정위에 유한킴벌리를 제소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박씨가 2014년 작성한 각서가 유한킴벌리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려 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힘들다”며 심의를 종료했다.

공정위가 작성한 의결서에 따르면 유한킴벌리 측은 “박씨가 유한킴벌리에게 영업 부진을 이유로 대리점 포기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으며, 이에 박씨의 의사를 분명히 하려는 취지에서 각서를 제출받았다”고 주장했다.

‘심의절차종료’란 법 위반성이 없다는 ‘무혐의’와 엄연히 다르다.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 판단이 불가능할 때 내려지는 판결이며,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박씨는 공정위 심의가 종료됐음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씨는 “내가 먼저 자발적으로 대리점 운영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유한킴벌리의 주장은 거짓말이다. 포기각서를 강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본사 파견 지사장과의 통화 녹취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관련 유통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측 주장처럼) 포기 의사를 밝히고 스스로 각서까지 썼다면 대리점 운영을 계속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씨가 지난해 4월 유한킴벌리 본사 소속 A지사장과 통화한 녹취록에는 ‘대리점 포기각서가 부당하다’는 박씨와 이를 수긍하는 A지사장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유한킴벌리로부터 대리점을 뺏겼다고 주장하는 박씨는 현재 같은 자리에서 동종업계 대리점을 경영하고 있다. 박씨는 “(유한킴벌리 측 주장처럼) 스스로 대리점 포기 의사를 밝히고 각서까지 썼다면 동종업 대리점을 계속 운영하고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각서 강요뿐 아니라 유한킴벌리부터 매출 목표를 강제로 할당받는 이른바 ‘물량 밀어내기’에 시달렸다는 주장도 폈다. 

박씨가 대리점 운영 당시 기록한 전표에는 월말에 하기스, 좋은느낌, 크리넥스 등 유한킴벌리 물품을 대량 매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통상 판매장려금은 월 단위로 지급되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목표량(장려금 기준치)을 채우기 위해 월말에 본사로부터 매입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유한킴벌리가 장려금을 구실로 물량 밀어내기를 해왔다는 주장이다. 

유한킴벌리 측은 이와 관련 CNB에 “공정위 판결을 존중한다.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토대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박씨가 지난해 11월 유한킴벌리를 ‘강요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현재 서울수서경찰서 형사1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