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3.05 08:07:03
땅은 넓고 인구는 적은 강원도는 인구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서로 다른 이질적인 5개 시군이 하나로 합쳐진 선거구가 그것도 2개씩이나 탄생했다. 이는 전국 최소 선거구와 면적 대비로 비교해 보면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의 경우 948배에 달한다. 지역간 연계성도 미흡해 이동거리가 무려 200㎞, 소요시간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것이 현실로, 지역대표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동일 선거구 내에서도 다양한 지표상의 차이, 인식 및 정서상 상이한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로 묶여 소지역주의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보다 근본적인 인구늘리기 등 문제해결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도민의 역량결집으로 하나하나 풀어나가 지역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요구된다.
CNB뉴스는 이에 따라 강원발전연구원이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과 강원도 과제'를 주제로 발간한 정책메모 제531호를 정리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이번 호 정책메모는 육동한 강원발전연구원장을 비롯해 박상헌·노승만·김인중·김주원·류종현·전만식·김재진·한영한·조근식·정대현·권오영·이재영 박사가 공동으로 작성했다. (CNB뉴스=유경석기자)
최소선거구 면적 대비 948배의 거대선거구로 지역대표성 약화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결과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내에서 5개 시군을 포함하는 2개의 거대(공룡)선거구가 탄생했다.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지역의 면적은 서울시 대비 약 10배에 해당되고,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지역 역시 약 8.4배에 달한다. 이를 의원 1인당 평균 관할면적으로 환산하면 각각 459배와 412배에 이르고, 강원도 평균 역시 서울시와 비교할 때 163배나 된다.
이번 선거구 획정에서 가장 작은 면적을 차지하는 서울시 동대문을의 경우, 선거구 면적 6.01㎢로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지역 면적 5696.9㎢와 비교하면 948배,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5112.3㎢)과 비교하면 851배에 달해 지역대표성을 나타내기 어렵다.
의원 1인당 관할면적이 크다는 것은 교통·통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의회활동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적·공간적 측면에서 효율적 의정활동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거대선거구 획정은 특히 강원도의 지형과 교통여건 등을 고려할 때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
지역구의 시·군청 소재지를 방문한다고 가정할 경우,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는 현재 교통여건 고려 시 거리상으로 약 195㎞로 4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선거구는 약 209㎞ 차량이동 시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등 효율적인 의정활동 수행이 극히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에서 홍천군 내면 명계리까지 208.2㎞로, 시군도 2차선과 지방도 2차선, 국도 일부 4차선을 통해 4시간 20분 이상이 소요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국도 87호선 2차선~지방도 463호선~국도 43, 47호선~철원 약수로~대성로~국도 56호선~지방도 461호선~국도 5호선~화천 상승로~지방도 461호선~화천 언내길~지방도 461호선~국도 46호선~화천 정중앙로 312번길 등 대부분 개량되지 않은 2차선을 통해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지역구에 있어서 가장 거리가 먼 횡성군 서면 석화리에서 태백시 동점동까지 약 177.7㎞로, 2차선과 4차선, 일부 고속도로를 이용해 최단거리로 이동해도 3시간 20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지향적인 광역행정 발전의 제약을 초래할 우려
광역행정의 정책집행에 있어서 지리적 접근성, 정서적 동질성이 절대적으로 긴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지역단위 선거구가 획정돼야 하나, 인구기준만으로 설정되면서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2015년 기준 강원도의 평균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21.5%와 64.6%로 나타나 자주재원 의존도가 높다.
특히 거대 선거구로 재편된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과 태백·횡성·평창·영월·정선 지역 모두 재정자립도가 8.9%와 15.8%에 그쳐 도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방정부의 자체수입 비율이 낮은 2개 거대선거구의 경우 의정활동을 통한 원활한 자주재원 확보방안이 필수적이나 1인 선거구로서 활동반경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이다.
재정자립도(financial independence rate)는 지자체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하며, 재정자주도(financial autonomy rate)는 지자체의 자체조달능력 외에 국가로부터 교부받는 지방교부세·재정보전금·조정교부금 등의 자주재원을 포함한 것을 말한다.
시도별 지역 내 총생산을 의미하는 GRDP는 2013년 기준 강원도 전체 32조 5000억 원 규모다.
시군별 GRDP는 원주>춘천>강릉>동해>삼척>홍천의 순이나 선거구 획정에 따르면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권역>원주>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춘천>동해·삼척>강릉의 순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홍천군과 횡성군의 편입에 따라 결과적으로 거대선거구 2곳의 생산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으나, 동일 선거구 내 상대적인 격차문제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
2013년 기준 6조 원 이상의 GRDP를 기록한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선거구의 경우, 신규 편입된 홍천군의 비율이 30.2%로 우위를 보이며, 5조 1400억 원의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선거구 역시 편입된 횡성군의 비율이 23.6%로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방교부세 산정기준인 인구 수, 공무원 수, 도로면적, 행정구역 면적이 주요 측정단위에도 배치된다.
보통교부세-기준재정수요액-기초수요액 산정 시 측정단위 중 하나로 행정구역 면적이 포함되며, 구체적으로 안전관리비(행정구역 면적), 문화관광비(행정구역 면적), 환경보호비(행정구역 면적), 교통관리비(행정구역 면적), 지역관리비(행정구역 면적)에 행정구역 면적이 포함된다.
또한 보정수요액-지역균형 수요액-일반관리비 산정 시 면적이 주요 측정단위 중 하나로 산정되고 있다.
이는 타 국가정책의 사례를 비춰볼 때 차이가 있다.
한강수계법 등 4대강 수계법은 수질관리와 관련해 입지규제와 행위제한이 있는 지역에 대해 주민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한 사업비의 지역별 배분은 인구 50%, 규제면적 50%의 기본적인 기준과 규제항목인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지역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해 산정한다.
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등에관한법률에서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 재원의 배분기준은 수몰지역 면적 30%, 주변지역 인구 30%, 주변지역 면적 20%, 지역협의회 협의결정 20%가 적용된다.
이와 같이 공공자원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원사업비는 인구와 면적의 기준이 함께 적용돼 산정되고 있다.
이질적인 선거구 통합으로 소지역주의 발생 우려
철원과 홍천, 횡성과 태백 등 원거리에 위치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생활양식이나 사고방식 등 정서가 다른 지역을 무리하게 통합해 구심점이 약화되고 소지역주의의 발생이 우려된다.
선거과정에서도 소지역 후보들의 난립으로 소지역주의 등 지역갈등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