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전격 사퇴하고 큰 조카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형제승계’ 전통을 이어온 두산그룹이 4세 경영시대를 맞게 됐다.
박용만 회장은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는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
박정원 회장(55세)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다. 박두병 회장의 부친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두산가 4세에 해당한다.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의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하는 그룹의 전통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전부터 그룹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 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박용만 회장의 그룹 회장직 사퇴와 박정원 회장의 승계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 등과 관계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으나, 두산 측은 “최근 일부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것은 사실이나 이번 회장직 승계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박용만 회장께서 오랜 기간 심사숙고한 끝에 용단을 내린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퇴한 박용만 회장은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두산인프라코어 턴어라운드에 집중하고, 두산 인재양성 강화 등을 위해 설립된 DLI(Doosan Leadership Institute)㈜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한다는 전언이다.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인 두산 박정원 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두산그룹은 박두병 창업 회장의 유지에 따라 형제간에 경영권을 승계하는 독특한 전통을 이어왔다. 박 창업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회장부터 시작해 박용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회장까지 차례로 경영권을 이어져왔다.
형제간 경영권 승계가 계속 이뤄졌다면 박두병 회장의 6남 박용욱(57세) 이생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도 있었지만, 박용욱 회장은 이생그룹을 별도로 이끌고 있어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세 박정원 회장에 이어 형제승계가 가능한 인물로는 아우 박지원(52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두산 부회장, 두산엔진 부회장), 박경원(53세, 부친 박용오, 성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박중원(49세, 부친 박용오, 성지건설 부사장), 박태원(48세, 부친 박용현, 두산건설 최고운영책임자 COO, 사장), 박서원(37세, 부친 박용만, 빅앤트 인터네셔널 대표, 오리콤 최고광고제작책임자 CCO, 부사장, 두산 전무 CSO)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