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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의 위기에 동의 못해. 세계 일류대학과 어깨 나란히 할 것"…김중수 한림대 총장 취임식

2일 오전 한림대 일송아트홀에서 김 총장 "리더형 총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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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유경석기자 |  2016.03.02 18:17:08

"대학교육이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저는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한 해결하지 못할 일은 많지 않다. 한림대학교를 선진일류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하는 것이 지상목표다 "


2일 오전 한림대학교 일송아트홀에서 열린 제9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한 김중수 신임 총장(사진. 69)은 담담하게, 그러나 확신에 찬 목소리로 미리 준비한 취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한 편의 논문처럼 기승전결이 잘 짜여진 취임사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김중수 신임 총장은 "비록 지난 8년 동안 몸은 한림대학교를 떠나 있었지만, 마음은 한림대학교를 잊지 않고 지냈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미처 끝내지 못했던 숙제를 마무리하라는 소명을 부여받기 위해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마저도 든다"고 말을 이어갔다.


김중수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교육, 특히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장은 "선진일류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며 "특히 대학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여기에 바로 한림대학교의 존재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화를 비롯한 학령인구감소 문제, 학생취업, 반값등록금 등 대학을 둘러싼 과제에 대한 진단과 함께 대안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김중수 총장은 "글로벌화 추세, 인구의 고령화, 정보기술의 급진전 등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교육과 재교육의 수요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식기반사회 현상이 심화될수록 과거의 추세를 뛰어 넘는 수준의 교육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김 총장은 리더의 길을 가겠다는 말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지도자는 가 본 길을 잘 안내하고, 리더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여정에 총장이 리더가 되어 앞장서겠다. 리더의 헌신과 능력이 없이 새 길이 개척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고, 청중은 박수로 화답했다.


한편 한림대 2016학년도 입학식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진태 국회의원, 최동용 춘천시장, 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를 비롯해 2000여 명이 참석했다. 2016학년도 입학생은 7개 단과대학 32개 학과 1812명으로, 전체수석은 의예과 고승민 군이 차지했다.



다음은 김중수 한림대 총장 취임사 전문.


취 임 사


존경하는 윤대원 이사장님을 위시한 일송학원 재단 이사님 여러분, 한림대학교의 제 9대 총장으로 부임할 수 있도록 저를 신뢰해 주신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저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공사다망하심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것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축사를 하여주신 존경하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님, 김진태 국회의원님, 최동용 춘천시장님, 배순훈 일송학원 재단이사님, 최의열 바디텍메드대표님의 귀한 말씀은 앞으로 제 업무의 중요한 길잡이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한림가족 여러분, 여러분들과 다시 함께 일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한림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해 온 교수·학생·행정직원·동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비록 지난 8년 동안 몸은 한림대학교를 떠나 있었지만, 마음은 한림대학교를 잊지 않고 지냈었다는 말로 저의 총장 취임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마 그랬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된 것이고, 미처 끝내지 못했던 숙제를 마무리하라는 소명을 부여받기 위해 저에게 이런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저는 지난 40여 년 동안, 국내외 대학교, 연구기관, 정부부처, 국제기구 대표부, 중앙은행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 근무하였든, 저의 변하지 않았던 지상 목표는 경제학을 전공할 당시 제가 가슴에 품었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상이란 바로 우리나라를 '선진일류' 국가로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선진일류는 제 머리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제 일생의 생활신조였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던 조직부터 '선진일류'에 부합하도록 개혁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헌신하면서 일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세계 최초의 국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달성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이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일류국가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게 만드는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책무라고 믿습니다. 무엇이 관건인가요? 지금까지는 남을배우는데 주력했었다면, 이제부터는 남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이 나를 배우고 싶어 하도록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선진일류의 척도인 것입니다. 남을 뒤쫓아 가면서 또는 남만큼 해서는 일류라고 부를 수가 없습니다. 맨 앞의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때, 선진이 된 것이고, 진정 미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얘기들에서 여러분들은 제가 무엇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을 이미 간파하셨을 것입니다. 선진일류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교육이며, 특히 대학교육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바로 한림대학교의 존재이유가 있다는 점도 밝히고자 하는 것입니다.


긴 말씀 드릴 필요 없이, 우리나라가 선진일류국가가 될 수 있는가의 조건은 대학교육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갈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믿습니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국가발전의 핵심 원동력인 나라에서, 대학교육이 선진국에 뒤처지면서 그 나라가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자명합니다.


오늘 저는 제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을 선진일류국가로 만드는 작업은 우리 한림대학교를 선진일류대학교로 탈바꿈시키는 노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제약조건들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러한 난관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리고 우리 한림대학교는 어떻게 변모해야 할까요? 한림대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성취하고 싶은 저의 목표와비전에 대해서 얘기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눈을 밖으로 돌려보면, 지금 전 세계 경제는 아직도 2008년에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20세기 초의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대의 경기 침체를 불러온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처럼 보입니다만, 아직 크고 작은 여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위기가 극복되었을 때에, 우리는 위기이전의 상태로 회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직면한 것을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올 새로운 글로벌 환경은 다극화가 심화되고, 국지적으로 좋은 균형과 나쁜 균형이 함께 공존하는 다중균형(multiple equilibria)상태가 공존하면서, 불확실성이 만연하여 경제의 불안정성이 상존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질 것입니다. 예전에는 비정상이라고 불렸던 상태가 계속 우리 주위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고도 예측되며, 한 마디로, 우리가 지금까지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글로벌 경제 환경에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복잡성을 초래한 근원적 요인이 '글로벌화 추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화 추세는 경계가 사라지면서 상호연계성이 강화되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정의에 근거한 구분이 모호해졌을 뿐 아니라, 연관성이 복잡해졌으며, 이에 따라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과거에 습득하였던 우리의 지식이나 경험의 유효성이 매우 제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환경변화에 상응하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급격하게 진전되는 글로벌화 추세에 비하여 기존 규범들을 개혁하려는 노력이 크게 미흡했다는 것이 지구촌 경제위기 발생의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바로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하여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난 수년 동안 세계 경제는 많은 제도개혁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게 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과도한 글로벌화 추세 때문에 발생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개혁조치를 취한 결과로 글로벌화 현상이 더 심화되게 되었다는것입니다. 이는 매우 아이러니컬하지만 엄연한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암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 살고 있는 한, 글로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가 전 세계적으로 정립될 때까지 이러한 딜레마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데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입니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그 어느 부문도 글로벌화 추세를 피할 수는 없으며, 학문의 세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므로 학계가 사회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에 더하여 글로벌화 추세가 초래하는 제반 복잡한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데에도 학계가 앞장서야 하게끔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사회발전을 이끌 학계의 공헌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져간다는 말입니다.


복잡다단한 글로벌화 현상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안을 모색할 능력을 지닌 지식기관에 대한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지식기관을 대표하는 것이 대학이외에 어디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목적에 부응하기 위해서 대학에서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겠습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6년도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라는 최신 보고서에서 글로벌화를 대학교육에서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첫 번째 이슈로 제시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민족적·언어적·문화적 다양성, 경제통합과 국제적 불평등 확산 등은 단기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지속되므로, 교육이 이러한 세계에서 살아나가는 데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현상을 반영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의 역할 측면에서 볼 때 당연한 귀결입니다만, 다양성·통합·기술진보 등에 관련된 교육내용에 새로운 글로벌 현상의 영향을 반영하려는 심대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화 추세에 대처하는 것도 매우 벅찬 일입니다만, 우리의 눈을 안으로 돌려 보면, 이에 못지않은 위협적인 도전과제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 출산현상에 따라 대학입학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눈앞에 다가왔고,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교졸업자 수가 2013년 63만 명에서 10년 뒤인 2023년에는 40만 명으로 대폭 감소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습니다.


인구변화는 우리가 단기적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며, 정부의 정책은 모든 대학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각 대학들의 입장에서 모두 최적이라고 만족할만한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변화하면서 이에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여 있는 것입니다.


구조개혁과제를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이상과 현실이 상충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지성인을 양성하는 곳이므로 피교육자의 단기적인 선호와 무관하게 가르쳐야 할 내용들이 당연하게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상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장이라고 불리는 수요가 있는 법입니다.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상을 추구해야 하지만, 시장의 수요를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지혜가 필요합니다. 장기적 시각에서 교육문제의 해결을 접근하지 못하면 시장에 이끌려 다니게 마련입니다.


시장을 탓하기 이전에 시장이 이해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장기적 비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의 수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에 최대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지성인들의 집합소인 대학이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훌륭한 사회교육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와 학령인구감소 문제 이외에도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가 길러내는 학생들이 사회에 기여할 취업기회가 적절하게 마련되지 못하는 현실이 우리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반값등록금으로 명명되는 정책이 본연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립대학교의 재정에 위협이 되고 있는 점, 그리고 영리목적 교육기관의 등장이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관점에서 향후의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들이 전적으로 부담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며, 이러한 기회를 여하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는 전적으로 우리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글로벌화 추세, 인구의 고령화, 정보기술의 급진전 등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새로운 교육과 재교육의 수요를 창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지식기반사회 현상이 심화될수록 과거의 추세를 뛰어 넘는 수준의 교육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대학교육이 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저는 동의할 수 없는 표현입니다. 위기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것이며, 문제를 파악하고 있는 한 대응책은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란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것입니다. 자신감을 잃지 않는 한 해결하지 못할 일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한림가족 여러분,


우리의 임무는 이러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적절하게 이해하고 이를 극복해 나갈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한림대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우선 대학에 대한 개념을 올바로 이해해야 합니다. 동양의 고전인 '大學'은 '대학의 길은 사람이 본래 타고난 선한 덕을 밝게 빛내고, 내가 밝힌 덕으로 백성을 새로워지게 하고, 기울거나 치우침이 없이 중용(中庸)의 덕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람을 키우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지성의 전당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대학은 過去와 現在와 未來가 공존하는 곳'이라는 표현이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대학의 역할을 가장 특징적으로 나타낸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과 조직은 '現在'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에는 '過去'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축적해 놓은 지식을 다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대학에는 '未來'도 있습니다. 우리의 상상력으로서 비전을 세워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말입니다. 미래의 주인인 젊은 학생들을 키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현실에 바탕을 두되, 한편에서는 과거로부터 쌓아놓은 지식을 공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의 비전을 구축하는 능력을 키우는 곳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교육과 연구를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은 사색과 번민, 상상력, 학문의 자유 등이 주요한 이념으로 작동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의에 부합하는 대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인 것입니다.


한편, 국·공립 대학교와는 달리, 사립 대학교는 그 대학특유의 건학이념의 달성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34년 전 고 윤덕선박사님에 의하여 설립된 한림대학교는 '풍부한 인간성과 창조적 지성을 지닌 인재의 양성과 학술문화의 진흥'을 건학이념으로 표방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大學에서 밝힌 대학의 길과 너무나도 맥락을 같이 하는 숭고한 이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대내외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대학교육의 기본철학으로 건학이념을 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예시적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풍부한 인간성'은 대학교육 본연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대학교육을 직업교육과 차별화할 뿐 아니라, 우리가 키워내는 인재들이 오랜 기간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들이 실사회에서 즉각적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대학교육은 단기적으로 유용한 지식 공급에 못지않게 변화된 환경에 스스로 대처해 나갈 장기적 능력배양 훈련에 높은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으며, 인성교육이 잠재력함양의 관건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 학문분야를 총망라한 교양교과 및 이들의 융합교육에 대한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데에 한림대학교는 높은 우선순위를 두어왔으며, 앞으로도 품격이 더욱 향상된 기초소양 교육을 강화하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창조적 지성'은 지식기반사회의 도래에 따라 깊은 전문지식이 요구되고,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다양한 융합지식이 등장하므로 이러한 환경변화에 필수적인 요인입니다. 이 개념은 어제한 일을 오늘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절하도록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말할 나위 없이, 과거 습득한 이미 쇠퇴해 버린 지식을 전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창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제기되는 사회적 문제점들을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사색을 통한 창조적 지성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진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학교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어제 한 행정을 오늘 답습해서는 효율적인 행정지원을 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모든 한림구성원들에게 해당하는 말입니다.


'인재의 양성에서 인재란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도 있겠으나, 재목이 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학식이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어떤 위치나 부문에서 종사하던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남이 갖지 못한 쓸모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재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건물을 지을 때의 벽돌 하나하나를 정성껏 쌓는 심정으로 우리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함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학술문화의 진흥'은 대학교육의 사회발전에 대한 기여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를 밝히는 외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한림가족 여러분,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대내외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대학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조화롭게 줄여 나갈 수 있나요? 그런데 대내외 환경이 한림대학교에만 어렵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 소재 23개 대학은 이미 학점공유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교과목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난 일 년 동안 강의하였던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는 복수의 학과에서 수요가 있는 것을 교수충원의 한 조건으로 삼고 있 매우 훌륭한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글로벌화 추세에 대한 대응인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거의 기준으로 볼 때, 비정상적인 정책이 너무 오랜 기간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교과서로서는 설명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학은 물론이며 사회과학 분야 교과서가 대폭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위기이전의 교육내용이 지속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앞서 나가는 대학이란 것은 이러한 대내외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변화가 왜 기존조직에 어려움을 가져오지 않겠습니까만,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극복해 나갈 때에 비로소 남보다 더 발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변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각 계층의 여러 구성원들과 협의해가면서 결정해 나아가겠습니다. 큰 틀에서, 저는 우선 다음의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대학을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포함한 비전을 함께 세우는 것입니다. 제 아무리 훌륭하게 보이는 비전도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없이 만들어져서는 달성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보람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말할 나위 없이, 각구성원이 목표를 이해하고 역할을 알고 있어야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모든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고 이해상충을 조정한다는 것이 용이한 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비전의 '자기실현적'인 속성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꿈도 함께 꾸면 현실로 이루어진다.'는 말의 뜻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한림대학교 모습을 함께 구체적으로 그려보면서 각자의 역할을 마음 속 깊이 이해하고 행동한다면 그 비전은 이루어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물론 '함께'라는 단어가 빠져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명제입니다. 이 비전마련에서 소외되는 조직이나 구성원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각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이 함양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구성원들이 자기가 속한 조직을 다른 사람의 지시에 의해서만 움직이면서 그러한 조직이 잘 발전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외국원조를 받는 나라 중에서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왜 어떤 나라는 실패하는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IMF등 국제기구로부터 금융지원을 받는 나라 중에서 왜 일부는 성공하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하는가? 답은 하나입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개혁을 추진하는가? 아니면 마지못해 외부의 강요에 의하여 개혁하는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성공의 결정요인입니다. 집주인은 집을 고치지만 세입자는 고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분 각자는 다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주인은 자발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그 특징입니다. 주어진 일을 자기 일로서 처리한다는 말입니다. 모든 한림인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한림대학교가 크게 융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자유입니다. 학문적 자유를 말합니다. 인생과 사회에 대해서 이상·꿈·비전·사색·번민의 날개가 펼쳐지는 곳이 바로 캠퍼스여야 한다는 뜻에서 자유가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로운 사색은 토론을 통해 공유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론이 강물처럼 흐르는 곳'이어야 합니다. 글로벌화 추세 속에서 융합지식이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토론은 창조의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토론과 발표를 위해 학교 도서관과 교수 연구실에 불이 밝혀지고 있을 때에 대학에 미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유가 주어져야 다양성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자유는 방임·방관·비협조·불참의 환경에서는 꽃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조직의 '격'입니다. 한림대학교의 격을 높이는 데 모든 구성원들이 동참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술적으로는 산학협력 노력을 더욱 강화하여 지역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고, 봉사활동을 확대하여 나감으로써 지역사회가 더욱 행복해지는 데 공헌해야 할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한림대학교는 2015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전국 최상위 등급에 해당하는 A 등급을 받았고, 6년 연속 잘 가르치는 대학으로, 그리고 대학청년고용센터 평가에서는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한림대학교 뿐 아니라 강원도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일조를 한 것으로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업적을 달성하는 데에 도움을 주신 지역사회의 기관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앞으로도 계속 관심과 지원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내외 귀빈 및 한림가족 여러분,


이제 제 취임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선진일류로 도약할 수 있는 기초는 다져졌고, 대내외 도전들을 극복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할 나위 없이, 비전을 세우고,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하며, 토론이 강물처럼 흐르는 한림대학교를 만드는 작업이 결코 수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동문들의 모교에 대한 사랑과 지원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지도자는 가 본 길을 잘 안내하고, 리더는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해 나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러한 여정에 총장이 리더가 되어 앞장서겠습니다. 리더의 헌신과 능력이 없이 새 길이 개척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를 완수하는 것은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수행해야 하는 구성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시구절도 있습니다.


우선은 고통이 앞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겨내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행동입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명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만, 200년간 로마의 평화 (Pax Romana)의 기틀을 만든 아우구스투스황제가 한 말을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Festina Lente!' 천천히 서둘러라! 과속하지는 말되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시작하라는 뜻입니다.


한림대학교를 선진일류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도록 하는 것이 지상목표입니다. 반세기전 오늘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상상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나라도 이렇게 발전시키는데 대학을 도약시키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믿습니다. 가능한 목표이며 이 목표를 반드시 성취하는데 우리 다 함께 힘을 합치자는 호소를 하는 것으로써 제 취임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 3월 2일


한림대학교 총장 김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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