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2.29 08:58:04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오는 20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총선 선거구의 밑그림이 사실상 확정됐다.
결국 새누리당 황영철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홍천과 횡성이 분해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홍천은 새누리당 한기호 국회의원의 지역구인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로, 횡성은 새누리당 염동열 국회의원 지역구인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로 각각 편입됐다. 국회의원 선거구 1곳에 무려 5개 군지역이 포함된 것으로, 전국에서 유일하다.
이는 농촌인구가 감소가 낳은 결과다. 현재 도내 농촌인구는 감소 추세로, 향후 6개 지자체가 포함된 선거구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농촌문제를 지역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것으로, 지역발전 전략을 통한 인구유치가 대안이다.
홍천·횡성 지역구 분해…국회의원도 8명으로 1명 감소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지역 대표성 등 배제 위헌 소지도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가 주 원인…지역별 특성 고려 발전전략 절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7월 출범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대1의 선거구별 인구편차를 맞추기 위해 홍천·횡성 지역구를 비롯해 전국 5개 지역구에서 구역조정에 나섰다.
7개월의 진통 끝에 홍천과 횡성 등 전국 12개 구·시·군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계가 재조합되는 것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2대1의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표의 등가성 원칙에 따른 결정이다.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 편차는 3대1의 기준으로, 이는 상한인구수 30만 명과 하한인구수 10만 명이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은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입법 기준을 제시하면서 본격화됐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1의 기준을 적용하면서 인구가 적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원의 투표수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의 투표수가 많을 수 있어 대의 민주주의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 주권주의의 출발점인 투표 가치의 평등은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헌재는 2015년 2월 국회의원 선거구 사이 인구편차가 2대1의 기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라는 새 원칙을 제시하고, 선거법 개정 시한을 2015년 12월 31일까지 제안했다.
당시 2대 1의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을 적용할 경우 직접 조정 대상은 상한인구수 초과 37곳과 하한인구수 미달 25곳 모두 62개에 달했다. 하한인구수에 미달하는 농촌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인구 상한선을 넘어선 선거구는 경기도가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과 서울도 각각 5곳과 3곳으로 수도권만 24곳에 달했다. 충남 3곳, 경남 2곳, 부산·대구·광주·대전·전북·전남·경북은 각 1곳씩이었다.
반면 인구하한미달로 인접선거구와 경계를 조정하거나, 통·폐합해야하는 지역은 도내 2곳을 비롯해 경북 6곳, 전북 4곳, 전남 3곳, 충남 2곳, 충북 1곳이었다.
중앙선관위는 2015년 3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신설하고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는 등 선거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2015년 4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결성한 데 이어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만들어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결정을 국회가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황영철 국회의원을 비롯한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농어촌지방 주권지키기 의원모임을 결성하고 인구편차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다.
여야는 진통 끝에 지난 1월 말 국회의원 총수는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은 253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으로 구성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또 선거구별 인구편차는 상한인구수는 28만 명으로, 하한인구수는 14만 명으로 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마라톤 회의 끝에 지난달 말 야여간 합의한 대로 선거구 획정안을 결정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지역 대표성 등 배제 위헌 소지도
다만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은 게리멘더링이라는 비난과 함께 위헌 소지도 있어 여진은 남아있다.
도내의 경우 홍천은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로, 횡성은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로 각각 편입됐다. 국회의원 선거구 1곳에 무려 5개 군지역이 포함된 것으로, 전형적인 게리멘더링이다.
게리멘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성하는 것으로, 1812년 선거구 획정을 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미국 민주공화당 메사추세츠 엘브리지 게리 주지사의 이름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도마뱀(salamander)를 합성해 만든 용어다.
특히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은 지역 대표성과 생활권 등을 고려할 때 위헌 소지도 있다.
홍천·횡성 지역구의 경우 홍천이 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에 편입되고, 횡성이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구에 편입될 경우 지역 대표성과는 거리가 있다.
홍천·횡성 지역구는 15대 총선 이후 단일 선거구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 대표성을 주장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앞서 횡성군은 12대 총선 시 원주시·홍천군·횡성군·원성군 선거구에, 13·14대는 원성군·횡성군 선거구에 각각 편입됐다. 홍천군은 12대 총선 시 원주시·홍천군·횡성군·원성군 선거구에, 13·14대는 홍천군 단일 선거구로 선거를 치렀다.
현재 홍천은 춘천과, 횡성은 원주와 생활권이 교차하고 있다.
지역 대표성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서로 비슷한 지역민과 환경을 대표해야 하고, 지역간 정서적 연대감을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과거 위헌판결 사례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헌법 소원 등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황영철 국회의원은 헌법 소원 등 다각적인 방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황 의원은 "기계적으로 인구수를 적용시킨 이 (선거구획정)안은 농어촌과 지방의 국민들의 행복추구권과 그 지역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심대하게 약화시켜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정신을 실현하는데 매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 소원 등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서 지방과 농어촌의 선거구가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주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재 논의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논평을 통해 "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헌재의 인구수 기준 불합치 판결에 대한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면적과 지역의 특수성 등이 적용 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에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화 인구감소가 주 원인…지역별 특성 고려 발전전략 절실
다만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은 인구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도내 농촌지역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더욱 악화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홍천과 횡성은 출산율은 낮아지는 반면 고령화는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결국 선거구 분할이라는 결과로 작용했다.
2014년 현재 도내 출산율은 1.25명이고, 2015년 노인인구 비율은 16.6%로 전국 4번째로 높다. 특히 홍천군, 횡성군, 영월군, 평창군, 고성군, 양양군은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도내 인구 증감률은 원주, 춘천, 속초를 제외하고 1992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군지역은 상황이 심각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도내에서 인구가 가장 큰 폭으로 줄고 있는 정선군을 비롯해 영월군, 고성군, 평창군, 양양군, 철원군, 횡성군, 홍천군 등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재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지역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의미다.
도내의 경우 20대 후반 연령대 인구의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도내 대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결국 인구증가가 대안으로,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발전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주원 선임연구위원은 "인구유출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공동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 공동체의 소멸 혹은 지방소멸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또한 인구 중심으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으로 농어촌 지역은 정치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져 지역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강원발전연구원 박상헌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 중심의 일극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경제의 활력을 유지하고 지역의 공동화를 방지·완화할 국가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역의 거점도시 집중 육성과 귀농·귀촌 생활여건 조성·지원 등 시책을 적극하고 부가가치의 관점이 아닌 지역 공동화 방지와 지역 존립 관점에서 대도시권과 지역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폭넓은 접근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한편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05~2014년 서울·경기로 전입사유는 대부분 직업이 원인으로, 향후 불안정한 직장과 소득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