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2.26 11:46:22
더민주는 텃밭이나 다름없던 광주에서 국민의당 창당 초기에 비해 지지율을 많이 따라잡았다고는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호남의 대표정당 지위가 무색해할 정도로 국민의당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이날 1월 31일에 이어 두 번째로 광주를 방문한 것도 이런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광주를 '든든한 아버지의 품'에 비유하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한편으론 국민의당에 대한 견제심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 천 대표의 '뉴 디제이(김대중)론'을 겨냥해 "호남의 유능한 정치인들이 대권주자로 성장할 것이다. 제2, 제3의 김대중으로 자라날 것"이라며 호남 대권주자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특히 더민주는 김 대표의 광주 방문에 맞춰 광주 3선 강 의원의 지역구인 북갑에 전략공천을 추진하겠다고 기습 발표하며 사실상 강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키로 하는 등 '새 피 수혈'을 통해 광주 선거판을 새롭게 짜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미 광주 의원 8명 중 6명이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함으로써 더민주에서는 박혜자 의원 1명만 남게 된 상황에서, 현역 교체 여론이 높은 지역정서를 감안해 새로운 인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광주 북갑에는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천정배 대표 지역구인 서을에는 오기형 변호사 또는 광주 출신인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의 전략공천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내려꽂기식' 전략 공천에 대한 광주 민심의 거부감이 크고, 지역인재 발굴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나머지 6곳 선거구에서는 경선을 통한 공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광주는 당 대 당 구도로 국민의당과 승부를 보긴 힘든 상황이다. 인물 경쟁 구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해 한두 명이라도 빨리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며 당내에서 광주 공천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음을 전했다.
특히 더민주는 탈당 의원 중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된 의원 명단을 26일 공개하겠다고 압박하며 국민의당을 자극했다.
더민주는 전날 25명의 컷오프 대상자 중 탈당파 의원 12명은 당을 이미 떠났다는 이유에서 따로 발표하지 않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국민의당에 합류한 탈당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편 더민주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세대인 강 의원의 공천을 사실상 배제한 것은 지금까지 당의 주류로 분류돼온 86과 친노(친노무현) 성향 의원을 정조준하려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김 대표는 계파 패권주의 관행이나, 운동권식 강경투쟁 노선에 강한 반감을 피력하면서 이를 '더민주가 극복해야 할 낡은 행태'로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비록 문재인 전 대표 시절의 공천 룰에 따른 것이어서 김 대표가 개입할 여지는 없었지만 전날 발표된 공천 배제자 10명 중에 범친노와 86 의원이 절반을 넘는 6명을 차지한 것도 당 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