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6.02.24 11:34:55
이날 오후 7시 7분께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더민주 김광진 의원은 24일 오전 0시 39분까지 총 5시간 32분간 쉬지않고 발언해 지난 1964년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인 5시간 19분을 갱신한 데 이어, 같은 당 은수미 의원 역시 오전 2시 30분부터 시작해 오전 10시 30분 현재까지 8시간째 쉬지 않고 발언해 김 의원이 수립한 최장기록을 또다시 갱신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안보를 등한시한다"는 여론과 함께 '발목 잡기' 역풍이 부담되는 데다 시기가 '현역 하위 20% 물갈이' 대상 통보와 맞물리면서 의원들의 신경이 온통 '콩밭'에 가 있는 탓에 동력을 살려가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여 무제한토론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김 의원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말했고 A4 용지 15장짜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도 했으며, 중간에 목이 잠기자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4시간 하셨는데 목이 괜찮겠느냐. 다른 의원에게 넘겨도 괜찮을 것 같은데"라고 제안했지만, 김 의원은 "조금 더 하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발언 시간이 길어지면서 은 의원이 힘들어 하자 본회의장에 남아 있던 야당 의원들은 “힘 내세요”, “10분만 더 시간 내세요”라 응원하기도 했다. 테러방지법과 직권상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정의당도 박원석 의원이 더민주 은수미 의원에 이어 4번째 토론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유승희·최민희·강기정·김경협 의원 등이 향후 발언 신청자로 올라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발언을 시작하자 우르르 본회의장을 떠났고 더민주 의원들은 김 의원에게 "천천히, 천천히!"라고 주문했으며, 사회를 보던 정의화 의장은 눈을 감고 앉아 김 의원의 발언 내용을 듣고 있다가 오후 8시께 이석현 국회부의장과 교대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두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오후 8시 40분께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야당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이철우, 박민식, 권성동, 김용남, 하태경 의원이 찬반토론 발언을 신청했지만 이후 전원 취소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밖에는 대응책이 딱히 없다. 국회선진화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청원 정병국 김재경 이상일 의원 등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후 11시까지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고, 같은 시간 더민주 30여명,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등이 김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었다.
더민주의 이날 무제한 토론은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안하고 김광진, 은수미 등 일부 강경 성향 의원들이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면서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법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감청 문제인데, 테러 위험의 경중을 판단하는 국정원이 어느 것을 테러로 볼 것이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길을 너무 넓게 열어둬 무제한적 감청을 가능하게 했다"며 "이런 경우를 인정한다면 인권침해 등 남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부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에 대해선 "우리 의원들이 희망하는 사람이 없거나 지쳐서 더 못할 때까지 갈 것"이라며 "끝까지 가면 3월 10일까지도 갈 수 있는데 상황을 지켜보겠다. 기간을 정해놓고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