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CNB취재진이 지하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수색역 방향의 수색로를 따라 가보니 900원대 주유소들을 접할 수 있었다.
먼저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입구 앞 주변에 위치한 SK에너지주유소(서울 은평구 증산동)는 경유를 리터당 977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이 주유소에서 불과 50미터 근방에 소재한 GS칼텍스(증산동)주유소도 리터당 977원이었다. 수색역 인근의 현대오일뱅크(수색동) 주유소도 같은 가격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수색로 주변 소재 주유소 입간판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의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194.30원이다. 전국 평균으로는 1092.17원으로 리터당 977원은 상당히 파격적인 금액이다.
은평구 내 최고가 주유소(리터당 1589원)보다 612원 싸며 증산동·수색동 인근인 마포구 성산동만 해도 200~300원 비싼 가격에 경유 값이 형성돼 있다.
수색로 주변이 싼 이유는 전통적인 서민 밀집지역이라 부동산 시세가 낮아 오래된 주유소가 많고, 특히 경기도로 넘어 가는 차량들이 많아 유동성이 풍부해 낮은 가격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에서는 은평구 외에도 영등포구에 소재한 주유소 3곳과 강서구의 주유소 한 군데에서도 경유가를 각각 리터당 999원에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총 1만2000여개 주유소 중 서울 및 경기 고양시·시흥시·파주시, 충남 논산, 대전 유성구, 대전 서구, 경북 경산시, 경남 거제시, 경북 구미시, 경북 포항시, 전북 고창군, 충북 청주시 대구 남구, 광주 남구, 부산 사상구, 울산 울주군 등 지역에 분포한 약 330여곳의 주유소가 리터당 900원대에 경유를 팔고 있다.
하지만 경유값은 900원대에서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0.18달러 내린 배럴당 30.07달러다. 하락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경유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류세 비중이 높기 때문.
▲수색로변 GS칼텍스 주유소. 이 일대 주유소들은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리터당 900원대에 경유를 보급하고 있다. (사진=이성호 기자)
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 가격구성에서 유류세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7%나 된다. 리터당 1000원이면 이중 570원이 세금이란 얘기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마진을 고려하면 900원대 이하로 내려가긴 힘들다.
경유 세금 비중은 2009년 40%대에서 2015년 50%대에 진입해 현재는 60%에 근접하고 있다. 휘발유는 이보다 많은 64%가 세금이다. 이에 유류세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열린 ‘유류세 인하,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종량세 중심의 유류세 구조로 인해 최근처럼 원유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 유류 가격의 하락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OECD 회원국 중 유류세가 중하위권이라고는 하지만 일본보다 원화 환산 기준으로 30% 이상 더 많고 미국은 휘발유 1리터당 세금이 150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유류세 부담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