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3억~10억원인 일반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려 했던 카드사들의 계획이 사실상 철회되면서, 카드사들은 올해도 힘든 한해가 될 전망이다. (사진=CNB포토뱅크)
카드사들의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계획이 물 건너갔다. 당초 카드사들은 연매출액 기준 3억원~10억원의 일반가맹점 중 일부에 대해 수수료를 올리려 했으나 거센 비난 여론에 밀려 철회 입장으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는 물론 밴(VAN)사와의 갈등, 특히 삼성페이·인터넷전문은행 출현 등 핀테크 시대를 맞아 설자리가 좁아진 마당에 마지막 보루였던 수수료 인상마저 무산된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들은 경영 악화를 타개키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구책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CNB=이성호 기자)
정부,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대폭 인하
카드사, 일반가맹점 수수료 인상으로 만회
정치권·시민단체 반발에 ‘카드사의 난’ 실패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일반가맹점에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경우 1.5%에서 0.8%로, 연매출 2~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도 기존 2.0%에서 1.3%로 각각 0.7%p씩 인하키로 한 것.
또한 연매출이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인 일반가맹점에 대해서도 기존 약 2.2%의 수수료에서 평균 0.3%p를 낮추도록 조정하겠다고 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카드사들은 지난달 말부터 전체 가맹점의 81%에 달하는 연매출 3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영세·중소)의 수수료를 0.8%로 낮췄다.
반면 연매출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의 일반가맹점의 경우, 외려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나섰으나 최근 ‘없던 일’이 되며 흐지부지됐다.
인상 대상은 전체 가맹점의 10%정도였다. 약국·주유소 등 일반가맹점이 인상 대상에 포함됐다. 카드사들이 일반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려 한 이유는 영세·중소가맹점과 달리 일반가맹점은 자율적인 협상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기 때문이다. 연매출액이 늘어나 영세·중소의 범위를 벗어난 곳과 원가(마케팅 비용·밴 수수료)가 상승한 경우가 인상 대상에 해당됐다.
하지만 수수료 인상 계획은 인상 통보를 받은 가맹점들은 물론 총선을 앞둔 정치권, 소비자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평균 가맹점 수수료가 2%도 안 되는 상황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우대가맹점에 대해 0.7%를 내린 것은 사실상 카드사 입장에서는 35% 이상 수수료를 낮춘 것으로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원가 비용이 올라간 점은 차치하더라도 영세한 곳이라 할 수 없는 가맹점들의 우대혜택이 끝나 정상적인 수수료율 조정을 꾀하려 했던 것인데 여론이 악화돼 결국 철회했다”며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카드사 연간 6700억원 수입 감소
수수료 인하는 곧 카드사들에게 수입 감소로 귀결된다. 수익구조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할부 수수료, 현금서비스 수수료, 카드론 이자 등이다.
이번 인하 조치로 인해 삼성·현대·하나·우리·KB국민카드 등 카드사들은 도합 연간 6700억원의 손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에 이어 카드사들과 현대자동차간 복합할부금융 계약도 해지됐고, 밴(VAN: 결제대행업체)사와 수수료 체계를 놓고도 기나긴 갈등을 빚고 있어 사정이 좋지 않다.
생존 경쟁에 내몰리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하거나 비용이 드는 부가서비스의 혜택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신학용 의원(국민의당)실에 따르면 2013년 9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카드사들은 78차례에 걸쳐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삼성페이’를 필두로 한 모바일결제 서비스의 확산과 대출 등 상당 업무가 중복될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 출현은 카드사들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이에 줄일 것은 줄이고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 모색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CNB에 “수익 악화에 따라 각사들이 자구노력에 더해 여러 가지 신사업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이 힘든 시기로 마른수건을 짜내듯이 경영 합리화 및 예산절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꾀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