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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만능계좌 ISA, 흥행 성패 불길한 ‘3가지 예감’

‘국민재산늘리기 프로젝트’ 하필 이 시기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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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2.19 09:20:59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들의 고객유치전이 치열하지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과 증권사들의 고객유치 이벤트 홍보 사진들. (사진=각사 제공)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두고 금융권의 고객 유치경쟁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ISA가 ‘사실상 실패한’ 재형저축·소장펀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으며, 주식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재산을 한 푼이라도 더 늘려주는 게 목적”이라는 정부·금융당국의 계획이 얼어붙은 시장 앞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CNB=도기천 기자)

 

주가 하향·저금리…갈길 먼 ‘만능통장’
소득공제 혜택없어 직장인 ‘소 닭보듯’
총선 앞둔 정치권, 나홀로 ‘흥행몰이’

 

ISA는 하나의 계좌에서 예·적금, 펀드, 주식 등 여러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계좌를 이른다. 계좌 하나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어 운용할 수 있어 ‘만능 통장’으로 불린다.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다음달 14일 대부분 시중은행과 증권사에서 출시된다.

 

정부 주도하에 ‘ISA 플랜’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관제금융 성격이 강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금융사 간 경쟁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ISA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상품운영, 활성화방안 등 여러 분과로 TF가 꾸려져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올해 초 출시 예정이었지만 은행권이 ‘급해도 너무 급하다’며 하소연하는 바람에 3월로 출시가 미뤄졌다. 출시 시기가 총선 직전이라는 점에서 표를 의식한 탁상 정책이란 말도 나온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가지가 있다. 신탁형은 고객이 지정한 금융상품으로 운영된다. 예·적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이다.

 

일임형은 투자를 위탁받은 금융사가 알아서 자금을 굴려준다.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수익추구형 상품이 주를 이룬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투자를 일임한 고객에게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5가지의 포트폴리오를 마련, 제시해야 한다.

 

일임형은 금융사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한다는 점에서 신탁형과 달리 운용방식 등을 광고할 수 있어 고객 유치가 용이하다. 일임형은 특히 온라인 가입도 허용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반드시 대면 계약을 하게 돼 있는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을 오는 6월까지 개정하기로 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앞둔 여의도 금융가 모습. (사진=CNB포토뱅크)

 

금융사, 승용차까지 걸고 고객유치전

 

이에 따라 금융권의 고객 유치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ISA는 1인 1계좌만 허용되는 데다, 통합계좌라서 한번 가입한 고객은 다른 금융사로 옮기기 쉽지 않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선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은 ISA 가입자가 ‘KB국민프리미엄적금’에 가입하면 0.6~0.9%의 우대금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고객 관심을 끌기 위해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내걸었다.

 

KEB하나은행은 ISA에 가입해 하나멤버스를 설치한 고객에게 포인트를 지급해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응답하라 ISA 대고객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은 ISA 상담 고객 10만명에게 모바일상품권을 증정하고, 해외여행상품권 등을 내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NH농협은행도 ISA 출시 전과 후 두 차례에 걸쳐 마케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증권가도 비상이다. KDB대우증권은 ISA 가입 사전예약을 한 고객 1만5천명에게 선착순으로 5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5%의 금리의 RP 가입 기회를 준다.

 

삼성증권은 홈페이지 및 ISA 상담 전용 전화를 통해 관련 상담을 한 고객 중 선착순 1천명에게 음료 기프티콘을 지급하는 이벤트와 함께 ISA가 출시되면 가입 고객에게 특판 RP 가입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해 1천만원 이상 ISA에 투자하는 고객에게 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금융투자도 사전 가입 신청을 한 고객에게 연 4% RP에 2천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탁형ISA와 일임형ISA 비교 도표. (자료=금융위원회)

 

전문가들 “재형저축만 못해”

 

하지만 ISA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CNB가 17~18일 직장인 50여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10명 중에 9명은 ISA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아는 사람도 대부분 가입할 의사는 없다고 답했다.

 

직장인들이 외면하는 이유는 우선 소득·세액공제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ISA는 만기 시 순이익(이자소득 등)의 200만원(연소득 5000만원 이하는 250만원)까지 비과세되고 200만원이 넘으면 9.9%가 분리과세 된다. 현재 금융소득에 대해 15.4%의 이자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는데 비하면 세금혜택이 크다.

 

하지만 ISA는 소득공제나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지난해말 일몰된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의 경우, 연간 600만원 납입한도 내에서 240만원(40%)이 소득공제 됐다.

 

개인연금과 퇴직연금도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이 매년 700만원(한도액)을 납입하면 115만원까지 세액공제(납입액의 16.5%)를 받을 수 있다.

 

재형저축과 비교해도 ISA가 부족해 보인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재형저축은 연4.5% 안팎의 고정금리를 최소 3년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예금금리가 1%대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ISA 채권형 상품의 경우, 현재 기준금리로 볼 때 수익률이 2%를 넘기가 힘들다.

 

주식형 상품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순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커진다. 저유가 기조에 따른 신흥국 위기설 등 글로벌 시장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안정적인 주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다 ISA의 의무가입 기간이 5년에 이른다는 점도 맹점이다. 5년 내에 예치해놓은 자금을 인출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기존 비과세 상품과 통합 한도(연 2000만원)를 적용받기 때문에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에 가입해 최대한도를 불입했을 경우, ISA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 된다.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의 연간 불입 한도액은 각각 1200만원, 600만원이다. 한도액을 채우게 되면 ISA에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은 200만원에 그친다.

 

이밖에 상품 수수료 외에 신탁 보수가 추가되는 점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이 지난해 8월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실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방안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부분 직장인들은 장기간 자금을 묶어둬야 한다는 점, 소득(세액)공제 혜택이 없는 점,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영국·일본 등 선진국의 ISA가 서민·중산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가입기간을 철폐한 점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고금리를 보장하고 있는 재형저축, 소득공제 혜택이 컸던 소장펀드도 인기를 끌지 못했는데, 사실상 시장에 운용을 맡기는 ISA가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주식과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관심을 끌겠지만 저금리에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현재 경기 상황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운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ISA 가입고객이 대부분 서민층이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파생상품보다는 예·적금 위주로 상품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며 “워낙 금리가 낮은 상황인데다 주식시장은 예측불허라 이래저래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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