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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값 담합’ 누명 벗은 농심…법원·공정위 다른 판단 “왜”

농심, 1000억원대 과징금 돌려받게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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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2.10 09:12:01

▲농심이 라면 가격 담합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공정위로부터 기납부한 과징금 전액을 돌려받게 됐다. 사진은 농심 신라면. (사진제공=농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연말 농심과의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농심에게 돌려줘야할 과징금이 이자를 포함해 1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이 돌려받을 돈은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규모다. 그동안 공정위와 농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CNB=이성호 기자)

법원, 1위 업체 따라 올리는 관행 인정
담합 때문에 손해 봤다던 해외업체 ‘머쓱’
1190억원 환급…라면업계 모처럼 ‘활짝’

이번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정위는 농심·오뚜기·한국야쿠르트·삼양식품 등 4개 라면 제조·판매사가 2001년 5월~2010년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라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키로 담합했다며 시정명령(담합 금지 및 정보교환 금지)과 총 1300여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라면시장은 이들 4개 업체가 시장의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는 전형적인 과점시장이다. 2010년 기준으로 농심이 시장 점유율 70%, 나머지 3개 회사가 30%를 차지하고 있어 당시 공정위는 구조적인 면에서 담합 발생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봤다. 

공정위는 또 한 개 회사가 단독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매출이 감소하고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위험 부담이 있었던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업계가 담합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가격을 올리는 방식은 업계 1위인 농심이 먼저 가격 인상안을 마련해 가격인상 내역·시기 등을 나머지 사업자들에게 알려주면, 나머지 업체들이 같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뒤따라 가격을 올리는 방식을 취했다.   

이로 인해 농심 신라면, 삼양 삼양라면, 오뚜기 진라면, 한국야쿠르트 왕라면의 출고가격과 권장소비자가격이 거의 동일하게 결정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를 담합으로 봤다. 담합을 주도한 농심에게는 가장 많은 1080억7000만원, 이어 오뚜기 98억여원, 한국야쿠르트 62억여원을 각각 부과했고 이들 업체는 모두 과징금을 납부했다. 단, 삼양식품의 경우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로 과징금 120억여원이 면제됐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농심·오뚜기·한국야쿠르트·삼양식품 등 4개 라면 제조·판매사가 라면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키로 담합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진자료=공정위)


대법원, 공정위 판단 뒤집어

하지만 농심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에서는 기각 당했지만 다시 상고를 했고 결국 지난해 말 대법원은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판단은 공정위와 달랐다. 대법원은 선두업체가 라면값을 올리면 나머지 사업자들이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려온 라면업계의 오랜 관행을 담합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삼양이 라면업계의 선두를 점하던 1980년대를 포함해 2000년대 들어서도 선두 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그와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한 전례가 잦았다.  

이는 라면가격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도 관련이 있다. 정부는 수십년 전부터 시장점유율 1위 업체와 개략적인 인상률 상한을 정하는 방식으로 가격인상 협의를 진행해왔다. 따라서 업계는 선두주자인 농심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농심이 올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같이 올렸던 것이다. 

재판부는 또 업체별 가격의 평균인상률도 다소 차이가 있고 개별 상품의 가격 인상폭도 다양해 답함이 인정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농심이 가격인상에 성공한 2001년 이후에는 경쟁업체들과 합의를 할 필요성이 적었다는 점도 참작했다. 라면업계는 1998년 라면 가격인상 이후 IMF의 여파로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약 3년간 라면값을 올리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2001년 일제히 라면값이 올라간 이후에는 담합해야할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또한 원래 시장점유율 1위였다가 농심에게 역전 당한 삼양으로서도 종래의 점유율을 고착화시킬 수 있게 되는 장기간의 가격담합을 원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라면값 담합 관련 과징금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은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자료=CNB포토뱅크)


업체간 정보교환, 담합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은 농심 등이 오랜 기간 가격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이를 각자의 의사결정에 반영해온 것은 경쟁제한의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합의를 부당한 공동행위로 적용하는 것은 별론이라고 해석했다. 정보 교환행위 자체를 가격을 결정·유지하는 담합행위로 볼 수는 없다는 것.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인 농심의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고, 이후 공정위는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직권을 취소했다. 

이로써 농심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으로 명목으로 지출한 1080억7000만원은 물론, 대통령령이 정하는 환급금 가산금리(연 2.9%) 약 109억 등 총 1190억원 가량을 돌려받게 됐다. 농심에 이어 지난달에는 오뚜기·한국야쿠르트도 담합 혐의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CNB에 “모든 절차는 끝난 상태로 공정위에 납부했던 과징금을 다시 돌려받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농심이 승소함에 따라 미국 등 해외 마트운영자들이 현지에서 제기한 집단소송도 영향을 받게 됐다. 

이들은 공정위의 라면 담합 처분을 근거로 수입업자·소비자가 손해를 입었다며 농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는데, 국내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됨에 따라 사실상 손해배상을 계속 요구하기가 까다롭게 됐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캐나다 등 해외 마켓운영자들의 소송은 해당 국가 법적용 절차가 있어서 향후 지켜봐야 하겠지만, 국내의 판결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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