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업권의 수익성 지표와 임직원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권에 인력 감축 바람이 매섭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전문인력은 전년대비 1000여명 넘게 감소했다. 저금리·저성장에 따른 수익 악화에 더해 이른바 ‘핀테크’로 대변되는 ‘제2금융혁명’을 맞아 전통적 방식의 대면 거래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점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0년간 수익성 지표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으나 고용은 외려 큰 폭으로 늘려, 결국 ‘인력구조조정’이라는 칼을 휘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수익 줄고 핀테크 발달, 인력감원 태풍
몸집 불려온 금융사들 뒤늦은 구조조정
“이제부터 진짜 시작” 여의도 칼바람
금융위원회가 최근 집계한 ‘2015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에 따르면 금융인3력은 28만5029명(2015년 9월 기준)으로 2014년 대비 1189명 감축됐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여신전문업 및 자산운용·신탁사, 상호저축은행에서는 인력이 늘었으나 보험사, 증권·선물사, 은행, 신협 등에서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업에서는 1502명, 증권·선물업에서는 1684명이 줄어 인력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보험업의 일자리 기여도는 하락세다. 2014·2015년 전산업의 취업자 수는 각각 2.1%, 1.1% 증가한 반면 금융·보험업 취업자 수는 각각 3.1% 및 5.9% 줄어들었다.
이직자도 상당한 수준이다. 2010~2014년 중 금융·보험분야의 연평균 입직자(상용근로자기준 8743명)는 2002~2007년에 비해 28.9% 증가했으나 이직자는 2010~2014년 중 연평균 8607명으로 2002~2007년 대비 28.5%나 늘었다.
지난해 4000여명이 짐을 싼 은행권의 경우, 올해에도 KB국민은행·NH농협은행·KEB하나은행기업은행·신한은행 등에서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권에 인력 감원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게 된 배경은 뭘까. 금융위 등에 따르면 무엇보다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는 추세인데 고용은 늘어나는 데에 원인을 둘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2.81% 2008년 2.30%, 2010년 2.32%, 2012년 2.10%, 2014년 1.79%로 떨어졌다. 하지만 임직원수는 2005년 8만9011명, 2008년 10만8283명, 2010년 11만529명, 2012년 11만3294명, 2014년 11만8703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도 비슷한 실정이다. 운용자산이익율 등이 악화된 반면 고용은 매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즉, 수익이 나쁘지만 매년 고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 사정이 이렇다보니 결국 ‘몸집 줄이기’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이익이 쪼그라들면 근로시간을 연장하거나 단축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그래도 안 되면 채용 또는 해고 수순을 밟게 된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는 해고 등에 수반되는 고용조정비용이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10여 년간의 금융권 수익성 변화와 고용조정 간 시차가 길어 최근에서야 금융권에서 인력구조조정 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금융사들 내부에서는 ‘진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금융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IT와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의 발달로 고객과의 대면 거래가 줄고 설자리가 좁아진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보다는 새 삶을 찾아 나서려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익악화와 더 확대된 핀테크 환경에 밀려 희망퇴직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