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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공무원들은 왜 ‘CNK 다이아몬드’에 속았나

끝없는 '다이아 전쟁'…속고 속이는 복마전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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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1.28 10:46:57

▲아마존과 함께 세계 2대 밀림으로 평가받는 카메룬 모빌롱의 밀림 한가운데에서 위치한 CNK 마이닝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현장. 검찰과 CNK 측은 매장량의 실체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CNK제공)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로 촉발된 CNK주가조작 사건의 여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수년전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게이트로까지 비화되며 숱한 의혹을 낳았지만 1심 재판부가 주요 피의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 고위공무원이 주변 공무원들을 속여 수억원대 주식 사기행각을 벌인 사실이 경찰조사로 밝혀지면서 CNK의 아픈 기억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송씨, CNK대주주 사칭해 14억원 ‘꿀꺽’
공무원들 주식투자 대박 꿈꾸다 ‘쪽박’
‘다이아 매장량’ 놓고 4년간 법정 공방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21일 ‘CNK 마이닝’의 대주주를 사칭하면서 10억원대 투자금을 챙겨 달아난 혐의(사기)로 전직 식약처 공무원 송모(52)씨를 구속했다.

송씨는 자신을 CNK 대주주라고 속여 ‘고급정보를 알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주로 공무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지인인 중앙부처 공무원 A(51)씨를 통해 다른 공무원들에게 접근했고, 이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였다.

송씨는 “CNK마이닝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 조만간 상장되면 2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였다. 15명의 피해자 중 절반 가량이 전현직 공무원이었으며, 이들이 송씨에게 맡긴 돈은 14억원 정도다. 송씨는 이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공무원들은 왜 송씨에게 속았을까? 이는 CNK다이아몬드 게이트가 공직사회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CNK 사건은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 ‘뻥튀기’ 의혹, 개발권 획득과정에 정권실세 개입 여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들의 주가조작 가담사실 등이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 2012년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 의뢰한 내용에 따르면, CNK 오덕균(50) 대표와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는 카메룬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 매장량을 과장해 언론에 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오 대표는 2007년 김원사 당시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가 작성한 탐사보고서, 1980년대 유엔개발계획(UNDP)이 추진한 탐사보고서 등을 근거로 추정매장량을 산정, 카메룬 현지에 CNK 계열사인 CNK마이닝을 설립해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CNK의 다이아몬드 판매 직영점인 ‘갤러리 OVOCO’(왼쪽)의 2014년 4월경 모습. 지난해 5월 CNK인터내셔널이 상장폐지되면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사진=도기천 기자)

첫 단추 잘못 끼워… 사기꾼만 활개

이후 CNK주가가 갑작스럽게 오른 데는 외교부의 보도자료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0년 12월 외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CNK마이닝이 카메룬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내용과 함께 다이아 추정 매장량을 전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1.7억캐럿)보다 2.5배 정도 많은 약 4.2억캐럿이라는 내용이 실렸다.

이후 CNK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5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으며, 한 때 코스닥 상장업체 중 시가총액 상위 10위권까지 진입했다.

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데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당시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다. 김 전 대사와 오 대표는 주가가 치솟자 지분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야권에서는 당시 이명박 정부 실세로 꼽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CNK 사건의 뒷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박 전 차관이 카메룬 정부당국에 CNK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 획득을 직접 요청했다는 점에서다.

송씨는 이 즈음에 주변 공무원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였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가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시가가 2011년 2월부터 2012년 8월까지다. 한창 CNK주가가 요동치던 시기였다. 

감사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시기가 2012년 하반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투자자들을 끌어 들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송씨와 A씨 모두 공무원신분이었던 탓에 피해자들은 별다른 의심 없이 돈을 맡긴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 CNK 본사 4층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원석 가공공장. 검찰수사와 상장폐지 등으로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도기천 기자)

50번 넘게 공판, 왜 이토록 다투나

한편 CNK사건은 수년간의 재판 끝에 지난해 1월 1심에서 주요 혐의자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부족한데다 주식매매로 시세차익을 얻은 게 없다는 점을 들어 김 전 대사는 무죄를, 오 대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오 대표는 상장법인 신고·공시의무 위반과 외국환 거래법 위반, 대여금 지급으로 인한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됐다. 주가조작은 사실상 무죄로 판명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함으로써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1심에서만 50회 넘게 재판이 진행됐으며, 가장 최근인 지난달 14일 5번째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검찰과 변호인 양측 모두 실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다이아몬드의 매장량이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에서 “만약 4억1600만캐럿의 매장량이 실재한다면 왜 지금까지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 만약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에 얼마만큼 매장돼 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상태”라며 당시 보도자료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검찰 또한 정확한 매장량을 밝히지 못함으로써 재판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사 등이 CNK를 위해 홍보에 나서고 주가를 부풀린 배경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공판에서 오 대표 측 변호인은 “카메론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취득하기 위한 매장량 탐사가 있었고 이후 카메론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받아 현재 3개 광구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이아몬드 매장량 탐사 자체가 없었다는 검찰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카메룬 모빌롱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현장. (사진=CNK제공)

실제로 카메룬 현지에서는 지금도 다이아몬드 채굴이 진행되고 있다. 오 대표는 2013년 6월 중국 대기업인 타이푸 전기그룹을 운영하는 양텐푸 회장과 다이아몬드 개발을 위한 5천만 달러(한화 540억원) 합작 투자계약을 체결했으며,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직접투자 승인까지 받아냈다. 중국 기업이 대부분 지분을 사들인 상황에서 다이아 광산 개발을 진행 중이다.

CNK 관계자는 CNB에 “중국 대기업이 광산에 투자한 것은 다이아가 실제로 매장돼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검찰과 피고 측 모두 정확한 매장량을 증거로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판이 계속되자 ‘유령과 다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 대표 측의 주장처럼 막대한 양이 매장돼 있다면 개발권을 획득한 당시 이명박 정부와 CNK는 자원외교에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 된다.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검찰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이 말이 진실인지 여부는 수십년 후에 가려질 수도 있다. 다이아 광산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다이아몬드 미생산국인 우리나라 기술로는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송씨 또한 ‘유령’을 활용해 사기행각을 벌인 셈이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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