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드라마 속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성동일을 아내 이일화가 바라보고 있는 장면. (사진=tvN 캡쳐)

정의당 강원도당은 25일 성명서를 내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은 "명백히 노동권이라는 헌법가치를 유린하는 시도"라고 혹평하고 "민주노총의 총파업을 지지하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지난 22일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을 확정하고 최종 발표했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고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들 지침은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과 근로계약 해지로 구성돼 있다.

성과 중심의 인력 운영은 현저히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면 통상해고의 대상이 된다. 다만 먼저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또 성실한 근로자는 통상해고 대상이 될 수 없다.

취업규칙은 사업장 내 전체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을 정하는 규범으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고 동의하지 않는 경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토록 했다.

▲응팔 드라마 속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성동일이 아내 이일화에게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실을 말하는 장면. (사진=tvN 캡쳐)

정의당 도당은 이를 두고 "저성과라는 주관적 잣대로 사용자가 해고의 칼날을 맘대로 휘두를 수 있게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기업하기 편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아주 나쁜 말장난"이라고 일갈했다.

한일은행 만년대리 성동일은 광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고졸자다. 1944년 생으로, 2016년 현재 73세다. 성동일은 1960년 광주상고에 입학해 1963년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50대 초반이 된 그는, 정년을 3~4년 앞둔 1992년에 명예퇴직을 신청한다. 당시 근로기준법 상 퇴직연령은 만 55세였다.

30년 이상 근속한 성동일의 명예퇴직금은 2억 원이 조금 넘었다. 통상적인 퇴직시 8000여 만 원보다 2배 반이 넘는 돈이다. 성동일 대리의 명예퇴직은 빠르게 진행되는 은행전산화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읽힌다.

주산과 부기 등 수작업에 익숙한 성 대리는 업무전산화에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이고, 대학 재학 시 전산업무를 익힌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할 상황이 됐을 것이다.

평일 야근과 주말 특근도 전산화의 속도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성동일은 아내 이일화에게 "임자, 나 오늘, 명예퇴직 당했네"라는 말로 의도적이지 않은 결과였음을 암시한다.

윤민섭 정의당 도당 사무처장은 "노조나 근로자 단체의 동의 없이 '사회통념'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변경 규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성동일은 주판은 잘 다루지만 전산은 다룰 줄 모르는 컴맹으로, 현저히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저성과로 평가돼 통상해고돼 퇴직금 2억 원은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새누리당은 쉬운 해고나 불이익 없는 합리적인 기준 제시라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국민기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팔 드라마 속에서 명예퇴직한 성동일의 손을 아내 이일화가 감싸고 있는 장면. (사진=tvN 캡쳐)

당시 한일은행은 승진이 동료들에 비해 늦거나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리나 과장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거나 일괄적으로 명예퇴직 처리했다. 

한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부가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지침에 반발해 25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고, 민주노총 강원본부 역시 총파업결의대회 등 대정부 투쟁에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