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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열일곱 소녀 쯔위의 사과…어른 황안의 사과는 어디에?

정치적 의도 뒤집어씌우고 모르쇠…부끄러운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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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6.01.19 17:23:36

▲(사진=쯔위 사과 동영상 화면 캡처)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한국과 중국 두 곳을 뜨겁게 달궜다. 열일곱 어린 소녀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제작진이 들려준 대만 국기를 들고 인터넷 생방송에 나섰다. 당시 같이 출연한 일본 국적 멤버들도 일본 국기를 들고 흔들었고, 대만 출신의 쯔위는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 해당분은 TV 방송에는 방영되지 않았다.


이 일에 어른들의 검은 정치적 의도가 부여됐다. 대만계로 중국에서 가수 활동을 하는 황안(53)이 자신의 SNS에 "쯔위가 (청천백일기를 흔들어)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긴다"고 글을 남긴 것.


이 글에 중국과 한국 모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중국에서 대만 독립 반대 세력으로부터 쯔위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이 불거졌다. 쯔위의 소속사 JYP의 다른 가수의 행사까지 취소되는 등 보이콧 양상이 일었다.


황안의 검은 의도가 느껴지는 것은 바로 시기의 문제다. 때마침 대만의 총통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그의 글이 선거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 중국을 도운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을 유리하게 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퍼졌다. 쯔위 사태는 중국과 대만의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됐고, 실제로 16일 새 총통에 당선된 차이잉원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누구도 대만 정체성으로 사과할 필요 없다"는 쯔위 관련 내용으로 당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든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 "중국에 너무 저자세로 나가는 것 아니냐?"며 쯔위 동정 여론이 일며 중국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쯔위에게 따뜻했던 것은 아니다. 거대한 중국 시장을 의식한 듯, 국내 기업은 쯔위의 출연 광고를 전격 중단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JYP 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은 "쯔위를 잘 가르치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를 전했다.


잔혹한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또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건 쯔위의 사과 영상이다. 열일곱 어린 소녀가 어른들의 정치 싸움에 휘말려 가운데에서 어찌할 바 모르다가 고개를 떨구며 공개 사과 영상을 전했다. "정도가 지나치다" "소속사에서 강요한 사과 아니냐"는 여론이 일자 JYP측은 "당사자가 부모와 합의한 문제"라 일축해버렸다.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쯔위에게 가혹했던 것은 마찬가지.


정작 문제를 만든 황안은 '나 몰라라' 식으로 뒤로 빠지는 모양새다. 쯔위를 대만 독립 선동자로 몰 때는 어느새 잊은 듯 18일 SNS에 "한 번도 '대만기를 흔드는 행위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 없다. 대만 독립은 반대하나 대만을 반대하진 않는다"며 "일부 언론이 쯔위가 대만기를 흔든 일에 결부시켜 본 뜻을 왜곡했다. 일부러 과장해 여론을 형성하고 양안 관계를 악화시킨 것에 대해 본인은 유감을 표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한 번도 '대만기를 흔드는 행위는 대만 독립을 원하는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 쯔위 사건은 매우 복잡하다. 많은 일들과 관련돼 있지만 국기를 흔든 것과는 무관하다"고 전했다.


그의 말이 진짜라면, 쯔위는 아무 잘못 없이 사과를 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런 사태로 쯔위를 끌고 간 것에 대해 사과 한 마디 없다. 딸 연배와 다름없는 소녀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어른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황안 자신도 과거 중국 TV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열심히 흔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의 앞과 뒤 모양새가 정말 다르다. 다만 검은 정치적 의도와 자본주의 시장이 만연한 잔혹한 어른들의 세계 앞에 아무 것도 몰랐던 소녀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쯔위의 사과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고도 분석된다. 정치적 문제는 특히 민감한 사항이다. 사소한 오해가 눈덩이처럼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 앞에서 개인의 입장을 내세우기 어려웠고, 또 어린 소녀에게는 특히나 매우 버겁고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시작은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 평범한 일에 정치적 의도를 뒤집어씌우고, 또 이를 이용한 장본인은 평범하게 자신의 일정을 소화 중이라니, 2015년 대히트했던 유행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어이가 없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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