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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쯔위發 나비효과… LG유플러스는 왜 불똥 맞았나

‘대만기 사건’ 한 배 탄 쯔위와 LG, 이들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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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01.19 15:38:34

▲‘쯔위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LG와 쯔위의 동행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의문이다. 쯔위가 출연한 LG유플러스 광고. (사진=LG유플러스)

대만 출신 인기가수 쯔위가 과거 예능 프로에서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쯔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쯔위를 광고모델로 채용한 LG유플러스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LG 측은 쯔위와의 모델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대만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언제까지 쯔위와 함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쯔위의 운명은 어찌될까? (CNB=도기천 기자)

쯔위 사건 中-韓-대만 외교문제 부상
대만 내 반중(反中) 정서 일파만파
쯔위 광고모델 앞세운 LG 전전긍긍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MBC 예능프로인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한 쯔위가 대만 국기를 흔들면서 비롯됐다. 쯔위가 소속된 다국적 걸그룹 트와이스 중 일본인 출신인 사나, 미나, 모모는 일장기를, 대만 출신인 쯔위는 대만기를 흔드는 장면이었다.

유튜브를 타고 중국 내에 동영상이 퍼지면서 중국인들로부터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포퍼먼스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대만 출신 작곡가 겸 가수인 황안이 쯔위를 ‘대만 독립주의자’로 몰며 사상검증을 요구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중국-대만, 한-중, 한-대만 간 외교문제로 비화되면서 한류 전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가 애꿎은 불똥을 맞게 된 것은 LG유플러스가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華爲, Huawei)와 협력해 새 폰을 론칭하면서 쯔위를 홍보모델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LG는 화웨이의 보급형 스마트폰 Y6을 국내에 보급하면서 쯔위를 전면에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쯔위가 출연한 광고는 유튜브에서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LG유플러스는 Y6을 15만4000원에 내놨다. 80~90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는 삼성의 갤럭시S 시리즈에 비하면 5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최저요금제에 가입해도 보조금(지원금)이 15만원을 넘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폰이다.  

그럼에도 주요 기능은 터치 한 번으로 스마트폰 통화는 물론 070 인터넷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는 듀얼(Dual)폰 기능을 비롯, 데이터 소모 없이 라디오를 청취 할 수 있는 내장 FM라디오 안테나, 5인치 HD 디스플레이에 1기가바이트(GB) 램, 8GB 내장 저장공간, 2200밀리암페어아워(mAh)의 탈착식 배터리 등을 갖췄다.

LG는 ‘쯔위폰’을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장악하고 있는 중·고가폰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알뜰폰 시장에 뺏긴 고객을 되찾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걸 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든 것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대만에서 커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기업들의 중국 한류가 위협받고 있다. 쯔위 사진과 ‘대만인’이라는 글이 쓰인 종이를 든 대만인들의 모습. (사진=대만 연합신문망 캡처)

‘섣부른 사과’ 되레 사태 키워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선 탓일까? 쯔위 사태가 이렇게 불거질 줄은 몰랐다.

당초 이번 사건은 녹화과정에서 생긴 해프닝 정도로 이해되면서 논란이 가라앉는 듯했다. LG도 이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쯔위를 채용했다. 

하지만 뒤늦게 황안이 중국 언론을 통해 “대만 연예인들 중에서 밖에 나와서 독립을 지지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쯔위가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직접 증명해보라”며 여론몰이에 나서면서 사태가 재점화 됐다.

이런 가운데 소속사의 성급한 사과가 이번에는 대만 쪽을 자극했다. 쯔위는 지난 15일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유튜브를 통해 영상 사과문을 발표했다. 같은 날 JYP 대표인 박진영은 한술 더 떠 “쯔위를 잘 가르치지 못한 제 잘못”이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자 중국 언론은 “우리는 다시 중국의 스타를 얻었다”며 대만을 자극했고, 반대로 대만은 중국과 JYP를 향해 날을 세웠다.

주눅 든 표정으로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는 17세 쯔위의 모습을 보고 격분한 대만인들은 “쯔위의 계약권을 JYP로부터 인수하겠다”며 ‘쯔위 데려오기’ 운동에 들어갔다. 대만의 어나니머스는 JYP의 홈페이지를 공격해 한동안 홈페이지가 먹통이 됐다. 대만 인권변호사들은 JYP를 쯔위 핍박(강제죄) 혐의로 대만 검찰에 고발했다. 심지어 대규모 반중 시위까지 열렸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LG유플러스는 쯔위의 온라인 광고를 중단했다. LG측은 “온라인 외 다른 광고는 지금처럼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쯔위와 LG의 동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쯔위 사태로 중국과 대만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류 전체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무려 25%에 달하고 중국에 진출하거나 투자한 국내 기업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중 수교 전 양국 교역량은 63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기준 약24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한류를 통한 서비스·유통·엔터테인먼트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통신사라 내수업체지만, 중국 사업을 대규모로 벌이고 있는 LG의 계열사는 수십곳에 이른다. 자칫 쯔위 사태의 불길이 LG 전체로 번질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특히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의 사업가 런정페이(任正非)가 지난 1987년 중국 선전에서 창업한 회사다. 통신 분야가 국가기간망인데다, 런정페이가 군 장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만과 중국 간의 갈등이 불거지면 LG와 손잡고 있는 화웨이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배경에서 쯔위 하차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네트워크·통신장비 공급업체인 화웨이 측이 해외 시연회에서 이상철(왼쪽에서 두 번째) LG유플러스 부회장에게 3밴드 주파수 묶음 기술 시연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LG는 최근 화웨이와의 스마트폰 런칭에 성공했지만 광고모델인 쯔위의 대만기 사건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화웨이)

쯔위發 나비효과 반면교사 삼아야

물론 중국과 대만이 쯔위 사태를 통해 극적으로 화해할 가능성도 있다. 양측 정부 모두 외교·경제적 측면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중국이 대만기 사태를 양국 간의 감정적 문제를 넘어 국제적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만은 1992년 중국이 대만의 체제를 인정하고, 대만은 국제사회에서 국가 명칭을 쓰지 않기로 합의(일명 92공식)했다.

이로 인해 대만은 국제무대에서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사용하지 못하며 중화민국이라는 국가칭호를 쓸 수 없다. 올림픽에서 대만은 ‘차이니즈 타이페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청천백일기를 사용하면 ‘반분열국가법’ 위반으로 잡혀갈 수 있다. 

따라서 공중파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들고 나온 쯔위는 물론 쯔위의 소속사, 쯔위를 광고모델로 활용하고 있는 LG까지 중국인들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실제로 중국에서 예정된 트와이스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이 취소된 것을 비롯, JYP에 소속된 연예인들의 중국 일정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지난 15일에는 2PM 닉쿤의 중국 일정이 취소됐으며,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된 한국 관광의 해 개막 행사에도 2PM 출연이 취소됐다. 최근 녹화한 중국 BTV ‘춘완’ 특집 방송도 전파를 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가 LG에게까지 확대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당초 이번 사태는 중국과 대만의 외교관계를 신중하게 파악하지 못한 소속사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으며, LG 또한 대만기 사건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며 “이런 신중치 못한 태도들이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국기업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고 지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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