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탈 사이트 검색창에서 ‘난방’을 입력한 장면. (사진=네이버 캡처)
‘난방텐트’는 올겨울 최고의 효자상품이다. 포탈 사이트 검색창에 ‘난방’을 입력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검색어인 것만 봐도 높아진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난방텐트는 말 그대로 실내에서 사용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간단한 텐트다. 전기료 추가부담 없이 실내온도를 1~5도 가량 올려주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겨울부터 소비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어왔고, 최근에는 빈민층 겨울나기 용품으로 지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높아가는 난방텐트 열풍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전기세 부담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제대로 난방기기를 가동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산층 국민들조차 전기료 요금폭탄이 두려워 방 한 가운데에 볼썽사나운 텐트를 치고 잠드는 것을 이제는 독특한 대한민국만의 겨울 풍경으로 간주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가장들이 자녀와 부모들에게 “날씨가 춥지만 전기료가 너무 비싸서 우리 형편으로는 난방텐트가 유일한 대안이다”는 부끄러운 변명을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일까?
이 모든 문제는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이다. 세금제도에 있어서의 누진제와 마찬가지로 전기요금 누진제도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좀 지나치다.
일반적인 2~3인 가구에서 일일 8kWh, 30일 합산 240kWh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기료는 약 31,570원 정도가 나온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난방기기 하나만 가동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난방기기의 전력사용량은 대개 1000W에서 2000W 내외다. 1500W 용량의 난방기기를 일일 5시간만 사용해도 월간 전기사용량은 225kWh가 늘어난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았을 경우 225kWh의 전기료는 28,370원으로 앞서의 31,570원과 합산하면 59,940원이 된다.
문제는 실제 전기료에는 누진제가 적용된다는 것. 합산 사용량 465kWh에 대한 전기료 113,640원이 청구된다. 고작 난방기기 하나 더 사용했을 뿐인데, 요금이 평소의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가정에서는 전기로 작동되는 난방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애초에 이같이 사용량에 따라 극단적인 차이가 나는 누진제가 설계된 것은 지난 1974년 12월로 1차 오일쇼크가 전세계를 강타했던 시절이다.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넘기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당했던 한 시대의 아픔이었다.
하지만 이후 40여 년이 지났다. 우리 경제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했고, 국민들의 에너지 사용량도 급증했다. 늘어난 가전제품 수만 세어봐도 답은 자명하다.
해외를 보면, 누진제가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고, 누진제가 있는 나라들도 단계별 요금 차이는 최대 3.2배(대만)에 불과하다. 일본은 1.4배, 미국은 1.1배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5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최대 11.7배에 달한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징벌적 누진제’라 규정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태어나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징벌 받아야 마땅한 죄는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되는 징벌, 이젠 끝낼 때가 됐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