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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시중은행들 대대적 인력감축 나선 진짜 이유는

재정건전성 나아졌는데 ‘떠나는 직원’ 왜 더 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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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5.12.24 09:59:18

▲시중은행들을 비롯한 금융권에 감원 바람이 매섭다. 예전과 달리 스스로 새 삶을 찾아 떠나는 직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최근 3년간 은행권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향상된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체력이 튼튼해졌음에도 인력 감원 규모는 더 커지고 있어 얼핏 모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등 급변하는 핀테크 금융환경에 발맞춰 내년에도 칼바람은 거셀 전망이다. 100세 시대 돌파구는 없는 걸까? (CNB=도기천 기자)

충격흡수력 큰 폭 향상…체력 튼튼
이직·창업·희망퇴직 등 해마다 급증
핀테크 밀려 스스로 새로운 삶 택해

“인터넷뱅킹 등으로 창구를 찾는 고객이 하루 다르게 줄고 있어 은행원의 역할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몇 년 더 버틸까 고민했지만 회사와 후배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결국 퇴직을 결심했다. 아파트관리소장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은행 지점장 출신 이 모씨, 55세)

연말 금융권에 전방위적인 감원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대손비용 증가, 금융당국의 구조개혁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전자지갑 시대가 열리면서 사람이 할 일을 컴퓨터가 대신 해주는 핀테크(금융+IT)에 밀려 스스로 새로운 인생을 찾아 떠나는 이들도 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자는 35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5월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 1121명의 임직원이 떠난 KB국민은행은 한차례 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SC은행은 지난달 특별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총 961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전체 임직원의 18%에 달하는 인원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약 34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2배 이상인 310명의 직원이 올해 초 희망퇴직을 신청한 신한은행은 내년 초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4.5% 급감한 씨티은행도 구조조정 설이 파다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부터 평균 19개월치의 월급과 3개월치 연수비 등을 지급하는 ‘전직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하나같이 CNB에 “연례적인 희망퇴직”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희망퇴직이냐 임금피크제냐를 두고 회사가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핀테크 등으로 금융권 분위기가 크게 바뀌면서 스스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희망퇴직이 전혀 새롭지 않은 시대가 왔단 얘기다.    

이런 흐름은 보험·카드업계도 마찬가지다.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카드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연간 수익이 67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태세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성페이(Samsung Pay)’ 등 모바일결재 서비스의 도입으로 결제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점도 노동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7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2013년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카드 역시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이나 전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으며, 여기에는 현재까지 약 100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놓고 희망퇴직을 받지는 않지만 저성과자 교육프로그램이나 휴직·전직 지원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삼성생명은 지난 10월 희망자를 대상으로 최장 3년까지 휴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 50여명의 신청을 받았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저성과자 직원 20여명을 상대로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직원 2명이 퇴직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국SC은행(왼쪽)은 지난달 특별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전체 직원의 18%에 달하는 961명이 회사를 떠났다. NH농협은행도 약 34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사진=연합뉴스)

구조조정 ‘진짜 이유’ 따로 있다

이같은 감원 태풍은 표면적으로는 수익악화가 배경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주요은행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20% 정도 줄었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506억2100만원에서 1조2181억4500만원으로 21.4%나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3분기(9579억7100만원)보다 22.3%(2138억원4500만원) 줄어든 7441억1700만원의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1조1195억1600만원에서 8995억2000만원으로 19.7% 줄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3000억원) 줄었다.

이는 사상초유의 저금리로 은행의 예대마진(예금-대출간 발생이익) 폭이 크게 줄었기 때문. 2008년 5%대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계속 내려가 현재는 사상최저인 1.5%다.

과거 은행들은 예대마진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010년 1분기 2.4%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2011년 말까지 2.3%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1.56%에 불과하다. 지난 3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00억원 줄었다.

하지만 은행권의 건전성이 아직은 양호해 수익감소 만으로 구조조정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을 앞두고 연 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이 2013년 120.5%, 2014년 124%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133.1%로 오르는 등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의 충격이 온다 하더라도 은행권이 전반적으로 적정한 자본수준과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큰 충격이 오더라도 은행들이 손실을 감내할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환경에 밀려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제2의 산업혁명’이 소리 없이 진행 중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우리투자증권, NH농협증권(왼쪽위에서부터 시계방향)의 본사 전경. (사진=CNB포토뱅크, 연합뉴스)

일상화된 인력 감원…새로울 것 없어 

따라서 현재 구조조정은 단기수익악화 때문이라기보다는 중장기적인 플랜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 멀리 보면 은행 건전성 여건이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4년 국내 은행산업의 연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4%로, 위기 이전인 2001∼2007년의 0.82%와 비교해 반토막으로 줄었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줄었는데 반해 수수료 수입 등 기타 수입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도 한 요인이다. 전자금융시대가 열리면서 은행점포수는 최근 5년 새 20%이상 줄었다. 점포를 두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예금, 대출, 펀드 가입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조만간 문을 열게 되면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계 빚이 꾸준히 증가해 120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점도 금융권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가계부채 부실 우려가 커짐에 따라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강화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영업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 비율이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정도를 뜻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이란 얘기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기업부실이나 대외 충격으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악화가 발생하더라도 규제 수준을 밑돌거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문제는 1차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아니라 장기적인 건전성이 불안하다는 점이며, 이에 따른 인력감원은 노사합의 하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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