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12.18 14:08:29
정의화 의장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고(故) 이만섭 국회의장의 영결사에서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의 국회도 아닌 국민의 국회다, 국회의원은 계파나 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부터 생각하라’던 이 전 의장의 호통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면서 “의회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어 부끄럽다”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강한 반발심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안 등 핵심법안 처리를 놓고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울 요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 의장은 “내 성을 바꾸지 않는 한 직권상정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 의장이 ‘직권상정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청와대는 “비정상적인 국회 상태를 정상화시킬 책무가 (정의화 의장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연일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5일 오전 여의도 국회로 정 국회의장을 직접 찾아가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테러방지법 제정안 등 핵심법안들의 직권상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현 수석은 "어차피 양당 합의가 (직권상정의) 유일한 근거 아니냐.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여러가지 중재 노력 등을 통해 근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으나 정 의장은 "압박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대통령과 자꾸 각을 세우지 말라"면서도 "내 이(직권상정 불가) 생각은 국회법이 바뀌지 않는 한은 변할 수가 없다. 내가 내 성을, 정의화를 바꾸든지 다른 성으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구나 정 의장은 여당 일각의 해임건의안 제출 주장과 새누리당 의원 156명 이름으로 제출된 직권상정 촉구 결의문에 대해서는 "국회의장 해임이 그렇게 쉽게 되겠느냐"며 "결의문에 이름을 올린 156명이 다 도장을 찍었는지 일일이 한 번 체크를 해볼까"라는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사당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던 이 전 의장의 의회민주주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면서 “남아 있는 저희들은 지금 이 시간이 한없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정 의장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낸 이 전 의장의 삶, 그 자체가 이 전 의장이 남긴 유지”라면서 “이제 우리는 이 전 의장의 높은 뜻을 받들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고, 그토록 염원하던 상생과 화합, 그리고 통일의 길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한 번은 여당을, 한 번은 야당을, 또 한 번은 국민을 보며 의사봉을 힘차게 두드리던 당당한 그 모습이 그립다”면서 “저희 후배들이 이 전 의장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