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12.15 11:58:42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탈당한 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추가 탈당 가능성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14일 오후 긴급회동을 갖고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논의한 결과, 탈당을 하지 않는 쪽으로 사실상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김영록, 주승용, 이윤석, 강기정, 박혜자, 장병완, 유성엽, 임내현, 김승남, 김성주, 이춘석, 박민수, 황주홍, 강동원. 신정훈, 박지원 의원 등 광주·전남·전북의 새정치연합 호남 지역 의원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회동을 가졌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동 결과 호남 의원들은 즉각적인 탈당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즉각 탈당을 하겠다던 공언했던 유성엽 의원도 재고로 입장을 바꾸는 등, 호남 민심이 탈당에 비판적인 것으로 드러나자 이 지역 의원들이 고개를 움추리면서 동반 탈당은 물 건너가는 양상을 보였다.
회동 직후 여수 출신의 김성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호남 의원들 전체 의견을 들어보니 생각보다는 언론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쉽게 탈당을 결행할지는 모르겠다"며 "한두 분, 그런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체로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우리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우리당이 잘 수습해서 나가야 하는데 문 대표만으로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호남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들이었다"면서 "그렇다고 문 대표 없이 선거를 치르자는 얘기는 아니다.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문 대표에 반발해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주승용 의원은 회동 직후 “탈당은 최후의 선택이다. 개별적 탈당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들이 있었다"며 "호남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탈당하는 것은 당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으며, '호남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도 같은 자리에 있었음을 미뤄볼 때 사실상 호남 의원들이 '안철수 탈당'에 이은 연쇄탈당을 하지 말자고 뜻을 모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회동 중간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탈당을 하느냐’는 질문에 "탈당이라는 표현보다는 어떤 야권 재편 또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을 위한 어떤 변화의 마련이다, 이런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면서 탈당이란 표현에 부담감을 나타내면서 "최종적으로 우리 정읍 시민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존중해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며 탈당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사회자가 '탈당은 안 하는 게 좋겠다 하면 탈당 안 하냐'고 묻자, 유 의원은 "기본적으로 그렇게 봐야 되겠죠"라며 탈당을 안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재인-안철수 충돌 과정에 안 전 대표를 전폭 지지하며 안 전 대표의 탈당시 집단탈당을 할 것처럼 행동해 왔던 대다수 호남의원들이 탈당을 하지 않기로 급선회한 것은 호남에서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급확산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JTBC 의뢰로 ‘리얼미터’ 이날 전국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 전 대표의 탈당에 새정치연합 지지층의 29.7%만 ‘잘한 결정’이라고 답한 반면 ‘잘못한 결정’이라는 답변은 45.7%로 부정적 입장이 더 많았으며, 특히 호남권에서도 ‘잘못했다’는 응답이 47.2%로, ‘잘했다’는 응답 34.7%보다 많았다.
그리고 이 조사에서 ‘안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지지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지지할 것’이라는 답변인 36.8%인 반면,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55.7%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호남권에서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9.3%로 ‘지지하겠다’는 의견 32.4%보다 많았다.
이번 조사는 전화 임의걸기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4.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