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유병장수’ 시대지만 젊고 건강했던 시절을 지나 나이가 들면서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은 없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다. OECD 평균인 12.6%에 4배에 달해 회원국 중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노인층의 가난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질병에 걸렸지만 가진 것이 없어서 제대로 된 보건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는 국가 복지 차원에서 의료의 공공적 역할을 더욱 강화·확대해야 한다. 국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의료복지야 말로 정책상 우선순위에 둬야 하겠다.
최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이 내놓은 논평에 시선이 갔다.
이 단체는 서울시가 지난 15년 동안 시행해온 ‘65세 이상 노인환자 원외약국 약제비 지원사업’을 올해까지만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었다.
저소득층 고령 노인의 비용 부담을 높여 결국 아파도 기본적인 보건의료 서비스조차 이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중단을 즉각 철회하고, 외려 지속하고 더욱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65세 이상 약제비 지원사업’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65세 이상 어르신이 보건소에서 발행한 처방전으로 원외약국에서 조제한 의약품의 총 약제비가 1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환자 본인부담액 1200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보건소 이용 어르신들에 대해 약국 조제시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을 지원해 의료접근도를 향상시키고 경제적 부담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사업목적이다.
사업실적을 보면 2013년 25만7834명에게 2억84777만2000원이, 2014년에는 22만8994명에게 2억7479만3000원이 각각 지원됐다.
2015년 소요예산으로는 총 3억1371만2000원(서울시 60% 재원부담 2억160만원+구비 40% 부담 1억1211만2000원)이 책정됐는데,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 10만6845명의 노인환자에게 1억2821만4000원이 제공됐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갑자기 지원사업을 끝내겠다고 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에게 물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치료를 받는 어르신들에게 약값을 지원하는 것이 당초 목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만성질환자들이 병원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수치가 조절되면 한 달 분 이상의 약을 타게 되는 데 이 경우 약값이 1만원을 훌쩍 넘겨 혜택을 못 받고 있다는 것.
대신 단순질환·퇴행성질환자가 이 제도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약값 부담이 없어 오남용을 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오히려 어르신들 건강에 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부연 설명이었다. 더군다나 연도가 지나면서 사업을 안 하겠다는 자치구도 몇 군데 생기는 등 전반적인 수요가 감소 추세라는 것.
여기에 대안서비스의 도입도 약값 지원을 올해로 일몰시키게 된 이유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올해 80개 동주민센터에 방문간호사를 1명씩 총 80명을 전격 배치했다. 이들은 65세 노인들을 전수 보편 방문해 예방적 건강관리를 꾀하고 필요시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물론 동주민센터에 찾아가 간단한 건강체크 및 건강상담 등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그건 공급자의 입장일 뿐이다. 그것이 향상된 공공재라고 느끼고 말고는 수급자의 몫이다. 음식점에서 손님이 늘 먹던 것을 메뉴에서 빼버리고 대신 새로운 음식을 가져다주며 권유한다면 일단 어리둥절하기 마련이다. 더 맛있는 것인데 왜 안 먹냐고 따지기라도 한다면 기가 막힐 뿐이다.
익숙한 것이 새로운 것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내년부터는 예전과 달리 약국에서 약을 탈 때 전에 없던 지출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제도 폐지를 이해하지 못한 어르신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듯하다. 상당한 혼란과 마찰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졌고 사회적 합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노인 약제비 지원사업을 하다 보니 오남용 등 역기능이 있었다는데 실태파악 등 데이터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충분한 설득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뭐든 간에 줬다가 뺏는 것이 가장 화나게 하는 일일 것이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개선방안을 찾아 지속하고, 더불어 새롭게 선보인 동주민센터 방문간호사와 함께 병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