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1,940선으로 추락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 움직임이 끝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관련주에 대한 매도세가 심상찮다. 51% 수준이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오랜만에 50% 이하로 떨어졌다. 12월로 예정된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이유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취한 조치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CNB=정의식 기자)
미국 금리인상 앞두고 자금이탈 가속
외국인, 삼성 관련주 한달째 집중 매도
자사주 매입 전략, 오히려 ‘독’ 됐나
6일째 이어진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 공세에 코스피(KOSPI) 지수가 9일 종가 기준 1948.24까지 떨어졌다. 지난 3일 2000선이 깨진 뒤 5거래일 연속 내려갔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40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6일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금액을 합산하면 1조 5000억 원에 달한다. 개인도 144억 원 어치를 내다팔며 매도세에 합류했다.
지난 2일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매도세가 9일에도 끝날 기세를 보이지 않자, 기관은 1514억 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하락세를 되돌리려 애썼지만, 외국인과 개인의 연합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 흐름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고, 이로 인해 신흥국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일본의 엔저 기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등 대표 수출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규모가 3조 원에 육박한다”며 “이는 외국인이 유로화 약세·달러화 강세 추세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를 우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마침내 50% 이하로 내려갔다. 사진은 최근 2주일간의 삼성전자 주가 및 기관·외국인 지분율 변동 내역이다. (사진=네이버금융)
한편,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에 집중됐다.
9일 외국인이 매도한 상위 10개 종목의 1·2위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우선주)이고, 삼성화재, 호텔신라 등 삼성 계열 2개사도 포함되어 있어 ‘셀 삼성’ 흐름을 짐작케 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마침내 50%선 이하로 내려앉아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2일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9일 소폭 상승하며 주춤했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4일 장마감 기준 50.03%였던 것이 7일 49.99%로 내려온 이후 8일 49.96%, 9일 49.91%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3월26일(49.90%) 이후 약 1년 7개월 가량 유지되어온 외국인 지분율 50%선이 마침내 무너진 것. 이는 최근 3개월여 간 지속되어온 외국인들의 ‘셀 삼성’ 흐름 때문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같은 매도세가 11조 원대의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 개선안이 잇따라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았다는 점. 통상 이같은 정책이 실시되면 주가는 부양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오히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전략이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인 차익실현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시기 11번 중 7번이나 순매도로 대응했다”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과 외국인 매매패턴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과거에도 자사주 매입 기간에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공세가 이어져왔다”며 “이번에도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자사주 매입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매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셀 삼성’ 흐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분석가들은 최근의 글로벌 시장환경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양호한 실적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은 외국인 매도로 주가가 주춤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주가는 더 오르고, 외국인 매수세도 다시 부활한다는 것.
NH투자증권 이세철 연구원은 “3D 낸드와 시스템 반도체 역량이 강해져 인텔을 넘어서는 세계 최고 종합 반도체 회사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는 부품부문 실적이 나아지면서 세트보다 부품부문이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