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 공모전에 참여한 ‘기업영어’ 수강생들. (사진=정의식 기자)
전국의 농촌과 자원봉사자들을 연결하는 농활 도우미 앱 ‘팜 헤븐(Farm Heaven)’, 기부 과정의 투명성과 현장성, 피드백 요소를 높여 자발적인 기부를 이끌어내는 기부 도우미 앱 ‘후원(Who want)’, 색맹인를 위한 지하철 노선 앱 ‘설리번 포 메트로’…
프랑스에서 온 리아와 하우저, 중국에서 온 김준엔과 독일 국적의 콜럼비아인 고메즈 등 다양한 국적과 혈통을 가진 외국 학생들이 국내 대학생들과 팀을 이뤄 만들어낸 톡톡 튀는 앱 아이디어들이다.
8일 오전 건국대학교 경영관 201호 강의실에서는 동 대학 글로벌융합대학 국제학부 민병철 교수의 기업영어 수업을 듣는 내·외국인 학생 40여 명이 팀별로 준비한 앱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프리젠테이션이 열렸다.
외국 학생들과 국내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발표회답게 전 과정은 영어로 진행됐으며, 각각의 아이디어들이 소개될 때마다 비좁은 강의실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각 팀의 외국인 리더 7인과 함께 포즈를 취한 민병철 교수. (사진=정의식 기자)
학생들은 각각의 아이디어마다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기업이나 기관을 찾아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고, 특히 프리젠테이션 말미마다 모든 팀원이 참여한 재미있는 소개 동영상을 상영해 분위기를 띄웠다.
프로젝트를 주관한 민병철 건국대 교수는 “오늘 발표회에 소개된 7개 아이디어는 100여 개의 아이디어 중에서 최종 선별된 것들로, 이후 심사를 통해 최고의 앱 아이디어를 뽑게 될 것”이라며 “앱들 중 일부는 정부나 기업에 의해 채택되어 실제 앱으로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색맹인를 위한 지하철 노선 앱 아이디어를 최초 제안한 장종현 군과 프랑스인 팀 리더 리아 타이번 양. (사진=정의식 기자)
색맹인을 위한 지하철 노선 앱을 제안한 장종현 군은 “단순히 튀는 앱이 아니라 공익에 도움이 되는 앱을 고민하다가 얻은 아이디어”라며 “서울시지하철공사 실무자를 찾아가 색맹자를 위한 앱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창조 아이디어 제안서 프로젝트’는 2010년부터 추진되어 2013년 처음 공모전이 개최됐으며, 2014년부터는 중국 본토의 대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5년간 900여 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많은 제안서를 만들었으며, 민 교수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 김규성, 최민정 학생은 CJ중국본사에 인턴으로 합격하였고, 이동주 학생은 삼정KPMG에 채용되었다.
[인터뷰] 민병철 건국대 교수
“약자에 대한 배려, 창의력과 접목시켰다”
선플운동에 이어 앱 공모전까지 바쁜 것 같다. 영어교육사업은 잠시 제쳐뒀나.
어학사업은 실무자들에게 맡기고, 현재는 교직에 집중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국제학부 정교수로 ‘기업영어’를 가르친다.
어떤 과목인가.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국제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프리젠테이션하는 법, 업무미팅하는 법, 협상하는 법 등 실제로 글로벌 기업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가르친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 해외 학생들이 많다. 오늘도 발표한 7개 팀의 리더가 모두 외국인이었다.
앱 공모전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대학 교육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 4년간의 대학교육을 받았어도 막상 취업 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재교육과 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학생들이 재학 시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실제로 기업에서 요구하는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창조 아이디어 제안서’를 만들어 보게 하는 것은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아주 좋은 훈련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도전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학생들은 창의력과 업무 실행능력을 동시에 갖추게 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 과목에서만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미래 취업에 도움이 되는 휴먼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어제도 발표회가 있었는데, 어떤 앱들이 제안됐나.
아기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 기저귀를 갈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앱, 대형마트에서 상품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앱 등 GPS를 활용한 앱들이 눈에 띄었다. 독일 학생이 제안한 ‘난민 돕기(Help the refugees!)’ 앱은 요즘 유럽으로 밀려 드는 난민들이 현지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인도적인 공익 앱이다.
젊은이들이 창의성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창의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휴대폰이 켜지듯이, 창의로워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창의로워진다. 다만 사람에 따라 이 창의로움의 버튼을 누르는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제 수업의 목표는 무한 창의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창의의 버튼을 누르는 시기를 앞당겨 주어, 무한경쟁 취업현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로 주위를 밝히는 일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