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위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서홍GS에너지 상무,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박서원 두산 전무,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허진수 SPC그룹 부사장.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삼성, LG, 현대중공업, GS, 신세계, 두산 등 주요 그룹들의 인사가 일단락된 가운데 예년에 비해 오너가 3·4세들의 승진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 전반에 걸쳐 2세에서 3세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지난해 ‘땅콩회항’ 논란으로 인해 재벌가 3·4세들이 대거 몸을 낮췄던 것이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CNB=정의식 기자)
오너리스크로 멈췄던 후계 인사 봇물
젊은피 대거 등장, 세대교체 혁신 예고
전문경영인 뒷전…능력 검증 목소리도
4일 주요 그룹의 인사 진행경과를 둘러보면,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33)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및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상무)이 1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GS그룹의 경우 4세들이 대거 승진했다. 허준홍(40)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상무)과 허윤홍(36) GS건설 사업지원실장(상무)도 상무가 된지 3년만에 둘다 전무로 승진했다. 허서홍(38) 부장도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 사업부문장(상무)로 승진했다.
허준홍 부문장은 허만정 GS그룹 창업회장의 증손으로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이며, 허윤홍 실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허서홍 부장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이다.
3세 경영자인 허연수(54) GS리테일 사장이 유일한 2세 경영자 허승조(65) GS리테일 부회장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GS그룹은 2세 경영 시대를 마무리했다.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창업주의 넷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의 딸이자 정용진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43)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켜 ‘남매 경영’ 시대를 열였다.
정유경 사장은 1996년 상무로 ㈜조선호텔에 입사해 지난 2009년 ㈜신세계 부사장이 됐으며, 6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36)은 두산의 유통사업부문 전략담당 전무(CSO)를 겸직하게 됐다. 지난 11월 두산이 획득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의 책임자로 전면에 나서게 된 셈. 박 부사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1)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도 상무보로 승진, 차장으로 입사한지 3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38) 파리크라상 전무 겸 전략적 성장(SG) 부문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허 부사장은 2005년 28세에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해, 대표적인 초고속 승진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박태영(39)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을 3년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태영 부사장은 창업주 고(故) 박경복 회장의 손자이자 현 박문덕 회장의 장남으로, 2012년 경영관리실장(상무)를 맡다 8개월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으며, 지난해 박문덕 회장이 갑자기 사퇴한 이후 사실상 경영을 진두지휘해왔다.
보해양조도 지난달 11일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손녀이자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의 장녀인 임지선(30) 전무 겸 대표이사를 부사장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임성우 회장이 임 부사장에게 보해양조의 경영권을 물려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국내 주류업계 첫 여성 CEO의 등장이 점쳐지고 있다.
한편, 3·4세 경영자들의 초고속 발탁·승진은 매년 인사철마다 뉴스거리가 됐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그 규모가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정기인사에서는 LG그룹 구광모 상무, 한화그룹 김동관 상무, 현대중공업 정기선 상무, LS그룹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전무, 구본규 LS산전 상무 외에는 눈에 띄는 3·4세 인사 승진 사례가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는 땅콩회항 사건, 재계 총수들의 가석방·사면 등을 앞두고 있는 시기라 재계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다 보니 재벌가 자녀들의 인사이동이 눈에 띄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정체됐던 3.4세들의 인사가 한꺼번에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예년에 비해 승진 규모가 컸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