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당 내홍 돌파를 위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를 거부하고 비주류의 사퇴 요구도 일축하며 ‘문재인 체제’로 총선까지 끌고가겠다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비주류측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총선까지 시간이 없다. 더 이상 논란과 논쟁을 벌일 만큼 한가하지 않다”면서 “말을 보탤 게 아니라 힘을 모을 때”라면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어 문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 둘 중 하나다”라면서 “혁신과 단합의 의지만 남기고 다 버리고 가야 한다. 대표직 사퇴가 두려운 게 아니다. 두려운 것은 혁신과 단합의 좌절, 분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이제 실천,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저부터 실천하고 행동하겠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과 단합으로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지도부의 솔선수범을 요구하면서 “해당행위나 부정부패는 없어야 한다. 혁신과 단합 앞에 어떤 계파도 없다. 모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표는 전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당내 분열만 계속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제안을 분명하게 거부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표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권경쟁으로 날을 샐 수는 없다. 사생결단, 분열의 전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간 공멸”이라며 현행 지도체제 유지를 통해 본인 주도로 혁신 작업과 총선 준비를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 안철수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또한 우리 당에 필요한 더 근본적 혁신들을 제 책임으로 해가겠다”면서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 당의 화합을 위해 용인해야 할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그 경계를 넘는 일에 대해 정면대응해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은 “꺾일 때 꺾이더라도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풀이되고 있다.
한마디로 안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며 기약없는 협력을 기대하진 않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자, 비주류를 향해서도 혁신과 기강을 내세워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져 당은 발칵 뒤집혔고, 안 전 대표와 비주류는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안 전 대표는 “당의 앞길이 걱정된다.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지만 한 측근은 “당이 살 길은 혁신전대밖에 없다는 것이 안 전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었다”며 “문 대표가 그것을 거부한 것이니 앞길이 없어진 것 아니냐”고 말해 혁신전대를 거절당한 여파가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안 전 대표는 계획된 지방 혁신토론회 일정의 전면 조정을 검토하는 등 심각한 분위기 속에 향후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그동안 주변에서 탈당 주문이 적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고민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더구나 비주류 의원들은 문 대표가 자신들을 거듭 ‘공천 요구 세력’, ‘구태세력’이라고 낙인찍기에 나섰다고 성토하는 등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비주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윗 글에서 “일방적인 혁신이 당의 혼란과 위기를 수습할 수 있을지 크게 의심한다”며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고,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할 말도 없다”고 밝혔다.
문병호 의원은 “나만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 누가 부러져도 부러질 것”이라고 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며, 김동철 의원은 “결별하려면 결별하라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문 대표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새 길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당무감사 거부로 징계 심사를 받게 된 유성엽 의원은 “당 수습과 통합이 무망하다면 뭔가 야권의 변화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탈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 대표가 말로는 통합을 외치면서 분열의 길로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탈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중재 공간을 모색해온 중진들은 닭 쫓던 개 격으로 허탈해하면서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중진인 문희상 의원은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토로했다. 중진들은 오는 10일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중재 작업을 추진했지만 문 대표의 갑작스런 회견으로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최근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오영식 의원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는 세대교체형 지도부 구성을 위한 산파역을 하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며 김부겸 전 의원, 박영선 전 원내대표, 영남·호남·수도권 대표인사, 무소속 천정배 의원 등으로 구성된 지도부 구성을 제안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새정치연합 내 이런저런 내부 논의든 갈등이든 혁신 노력이든 이미 아무런 약효도 있을 수 없다”며 “신당 창당을 통한 주도세력의 교체밖에 답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당밖의 신당 추진세력은 문 대표를 비판하면서 당내 균열이 커지는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은 전날 안 전 대표를 만난 데 이어 이날 전북 순창에서 정동영 전 의원과 회동 사실을 전달하면서 “정 전 의원이 ‘야당이 박근혜정권의 실정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 새로운 신당을 여러 갈래로 만들지 말고 통합해서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면서 “신당에 함께 하자는 제안에는 소이부답이었으며, 정치적 장래에 대해서도 극도로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