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12.02 14:05:32
당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측근들은 장외 목소리를 통해 두사람을 비난하고 나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문 대표의 측근으로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을 지낸 바 있는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정치연합의 분당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문 대표에게 안 전 대표와의 전면전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희생이 있더라도 원칙은 지켜야 한다. 정당은 국회의원이나 대권후보들만의 것이 아니기에. 그렇다면 그것은 개인에게 충성하는 ‘사당’(私黨)일 뿐”이라면서 “전당대회 개최, 당 대표 사퇴 등 내부 권력투쟁을 해결하는 방식도 당헌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개싸움’이 될 것”이라고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조 교수는 “내려갈 사람은 내려가야 하고, 올려야 할 사람은 올려야 하고, 떠날 사람은 떠나야 하고, 싸울 사람과는 싸워야 한다”라며 “그런 연후 다시 만나야 한다. 정당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발전해왔다”라며 결별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화살을 ‘문안박’ 연대 제안을 거절하고 문 대표 사퇴를 촉구한 안 전 대표에게 돌려 “안철수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세 가지 중요한 발언을 했다”며 조목조목 안 의원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안 전 대표가 광주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안 전 대표는) ‘왜 호남만 물갈이 돼야 하나?’라고 반문하면서, 호남 현역의 기득권 보장을 암시한 것은 호남 현역의 지지가 필요한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호남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새정치연합 당헌상 전당대회 규칙은 대의원 45%, 당원 30%, 여론조사 25%(국민 15 + 일반당원 10)인데, 안 의원은 이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고 공언했다”며 “자신이 출마하겠다고 한 전대의 규칙 변경을 요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출직평가위원회의 평가에 따른 ‘현역의원 20% 물갈이’에 대해서는 ‘제가 인사평가를 굉장히 오래했다. 그래서 어떤 제도가 합리적인지 잘 안다’고 답했다”며 “이는 평가위 결과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시로, 20%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역들에게 같이 하자는 제스쳐”라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과거 혁신위원회 활동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혁신위가 실패했다고 비판했을 때, 나는 안 전 대표에게 ‘국민의 안철수’가 아니라 ‘비주류의 수장 안철수’의 길을 가고 있다고 고언하고, 당헌당규 상의 절차를 지키고 결정을 준수하라고 요청했다”며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후 계속 자신이 선택한 길로 달려가고 있다”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조 교수는 문 대표에게는 “안철수의 강공이 있었으니, 이제 문재인의 결단이 남았다”며 “안철수의 제안대로 전대 개최 동의하고, 다 나와 대결하는 쪽을 택하면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로면서도 조 교수는 “안철수는 이미 현행 전대 규칙을 바꾸자고 제안했으므로, 전대 이전에 규칙 싸움이 벌어진다”며 “이 모든 과정에서 ‘공천 줄서기’과 ‘공천 내락’이 이루어지고, 문재인이 재선출 되더라도 당은 갈라진다. 기존 혁신안이 원점으로 돌아감은 물론이다”라며 새정치연합 분당을 기정사실화했다.
조 교수는 “안철수 제안을 받지 않고 대표직을 고수하면, 평가위 및 검증위 등 혁신안이 실천된다”며 “그러나 비주류의 공세는 더욱 거세진다. 비주류는 평가위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 평가 자체를 거부하거나 평가 발표 전후 탈당할 수도 있다”며 비주류 탈당을 전망하면서 “어느 쪽이건 ‘비용’이 크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문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조 교수는 “마음 같아서는 문재인, 안철수, 박지원 등 전ㆍ현직 당대표는 모두 제외하고 ‘세대교체 혁신지도부’를 구성하는 제3안이 실현되면 좋겠다. 이 새 지도부가 혁신안을 단호하게 실천하고 말이다”라면서 “전대 개최는 엄청난 내홍을 일으키는 것이기에, 당헌에 따라 중앙위가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도 있다. 백일몽?”이라며 혁신 공천을 통한 대대적 물갈이 후 새 지도부 구성을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안 전 대표와 광주 토론회를 같이해 ‘안철수 멘토’로 알려진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2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친노라는 용어는 쓰지 않지만 사람들이 친노라고 부르는 그 그룹이 이 모든 문제를 일으켜 조정해가는 어떤 전략을 쓰고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당을 망칠 굉장히 큰 위험을 안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한 명예교수는 “2012년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문재인-안철수가) 사실 협력해야 되는데 둘을 완전히 양분시키는 전략이 나와서 굉장히 상처를 줬다. 지금도 비슷한 것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 것이 어디서 나오느냐, 안철수 의원 쪽에서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모든 책임을 문 대표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이어 한 명예교수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지도체제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지 유권자가 공개적으로 등을 돌리고 있다. 야당 역사에서 이런 적은 없었다. 당이 거의 지금 침몰상태에 있다”며 “전대미문의 파국적인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명예교수는 “지금 문 대표하고 안 전 대표 사이에 의견대립이 일어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 그리고 해결의 열쇠는 어디에 있느냐, 누적된 당의 낡은 체질을 이번에 탈바꿈해야 된다”며 “그런데 그걸 하려고 하면 그냥 숨길 게 아니고 진실을 소명하고 그것에 바탕해서 화해를 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한 명예교수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손을 잡고 이걸 해야 된다”며 “이게 혁신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게 당을 살리는 길이고 저는 이렇게 되면 천정배 의원 같은 신당 흐름도 이 안에 같이 동참할 걸로 생각한다. 그 기로에 서 있다”며 “그런데 사실은 그 키는 문재인 대표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한 명예교수는 안 전 대표가 주장한 혁신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당연히 안철수 의원이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안 전 대표의 편을 들면서 “이미 문 대표가 당헌 이런 것들을 떠나서 스스로 많은 것을 천명한 상태다. 당헌당규에 따르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런 큰 역사의 방향의 물꼬를 트는 새로운 반전을 하는, 그래서 의표를 찌르는, 그래서 국민들 감동시키는 이 길을 연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이유가 없다”며 문 대표에게 퇴진 후 전대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