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15.12.01 11:16:32
한중FTA…13억 중국시장 ‘빅카드’
문화·화장품·의약품 中 본격 진입
올해 무역 최악…내년엔 바닥칠 듯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하 무협)이 지난 29일 발표한 ‘2015년 수출입 평가 및 201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수출은 2.3% 증가한 5440억 달러, 수입은 4.8% 늘어난 4610억 달러로 무역 규모는 1조5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무역수지는 830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는 올해 무역 규모가 워낙 많이 줄어든 탓이다. 무협은 올해 무역 규모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2014년보다 7.1% 떨어진 5320억 달러, 수입은 16.3% 하락한 4400억 달러로 총 교역 규모는 9720억 달러 가량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기관들의 전망도 엇비슷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이 6.4%, 수입은 15.3%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각각 8.7%, 14.7%씩 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수출이 6.2%, 수입은 15.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LG경제연구원 역시 6.3%, 14.9%씩 줄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예산처만 감소폭이 수출 2.3%, 수입 9.9%에 불과해 재계와 다소 동떨어진 예측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한 후 2014년까지 4년 연속 교역 1조 달러 행진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0월까지 무역규모가 8076억 달러(수출 4402억 달러, 수입 3674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세계 경기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 국제 유가 하락 등으로 세계 무역이 10% 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 둔화 영향이 컸다.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무려 25%에 달하고 중국에 진출하거나 투자한 국내 기업의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6.9%로 6년 만에 처음으로 7% 아래로 떨어졌으며, 지난 6월 5000선을 돌파했던 중국상해종합지수는 현재 3000원대 중반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중국의 정체는 신흥국들에 영향을 미치고 신흥국들은 다시 한국경제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한국은 상품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에서 신흥국에 50∼60%를 의존하고 있다.
여기다 국제 유가 하락이 무역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50%가량 하락하면서 10월까지 석유화학, 석유제품 등 원유 관련 제품의 무역 감소액이 863억 달러(수출 252억 달러, 수입 611억 달러)나 됐다. 작년 대비 전체 무역규모 감소분 1093억 달러의 79%다.
수출기업들, 일본·프랑스 보다 양호 왜?
그럼에도 올해 우리나라 수출은 일본, 프랑스, 독일 등 경쟁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해 3.0%에서 올해 상반기 3.3%로 올랐고 세계 수출 순위도 7위에서 6위로 올랐다. 수출 물량 증가율도 상반기 5.6%로 미국, EU, 중국, 일본 등보다 높았다.
수출 품목도 다변화됐다. 중소·중견 기업의 수출 비중이 지난 10월까지 35.7%로 지난해 33.8%보다 올랐고, 10대 주력 품목의 수출 비중은 올해 10월까지 34.3%로 지난해 35.1%보다 낮아졌다.
이는 올해 세계 무역이 금융위기의 충격에 휘말렸던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의 성장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인 것이다.
네덜란드 경제정책분석국(CPB)이 최근 발표한 세계무역통계에 따르면 세계 무역 규모(교역량 기준)는 올해 상반기에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으며 3분기에는 고작 0.7% 증가했다.
4분기 전망도 암울하다. 미국의 10월 수출과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으며, 중국도 수출과 수입이 작년 동기보다 각각 6.9%와 18.8% 줄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무역 성장률 목표를 6%로 잡았지만 1∼10월 수출입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이상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이 2%에 그쳐 지난해의 3.4%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무역기구와 국제통화기금은 각각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을 2.8%와 3.1%로 전망했지만,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는 2009년 이후 가장 성장률이 낮은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50년간 성장률이 2% 이하였던 해는 5년밖에 없었다.
무역협회 “내년에 바닥 친다”
하지만 내년 무역환경은 올해보다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무협에 따르면 세계 경제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 저유가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회복 등에 따라 올해 3.1%보다 높은 3% 중반대의 성장, 세계교역량도 4%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출의 경우 올해 크게 부진했던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이 각각 7.8%,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가가 안정되고 주요국의 수요가 증가하리라는 이유에서다. 수혜기업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 등이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이들 ‘석유화학 빅3’의 내년 영업이익 총합은 올해 추정치인 3조6466억원보다 16%가량 늘어난 4조2346억원으로 전망됐다.
또 무협은 일반기계(2.8%), 무선통신기기(2.1%), 자동차(1.0%) 분야 수출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전제 하에서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조선(-2.6%), 디스플레이(-2.3%), 철강(-1.3%), 가전(-8.2%)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어닝쇼크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와 포스코·동국제강 등 철강기업들, 삼성전자·LG전자 등은 내년에도 어려운 한해가 될 전망이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올해 글로벌 경제와 한국 무역의 기저효과 등으로 내년에는 우리나라 수출·수입 기업들의 숨통이 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중국 성장 침체, 일본 당국의 엔저 기조, 국제수요 감소세 등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높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국제유가의 안정, 주요국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수요증가 등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무역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한·중 FTA 발효로 중국의 내수시장에 화장품, 의약품, 문화콘텐츠 같은 생활분야 진출이 본격 확대된다면 희망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