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화려한 도시의 불빛을 뒤로하고 사무실 조명 아래서 야근을 하는 우리 시대 직장인들의 모습을 담은 이재학(회사원)씨의 ‘아빠는 야근중’이 대상을 차지했다.
제목부터 와 닿는다. 어느 늦은 밤 서울 도심의 한 빌딩을 찍은 이 사진 한 장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치를 보자. OECD의 ‘1인당 평균 실제 연간 근로시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의 1인 평균 근로시간은 2124시간이었다. OECD 회원국 34개국 중에서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 전체 OECD 회원국 평균(1770시간)보다 한국인이 연간 354시간을 더 많이 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기업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전체 응답자의 48.7%가 ‘대한민국 기업문화에 대해 부정적이다’고 답했다.
한국 기업문화의 나쁜 점으로는 ‘야근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응답률 35.4%)’가 1위에 올랐다.
또한 지난 7월 여성가족부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가진 직장인 아빠·엄마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1.8%가 정시퇴근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9시 이후 퇴근’은 21.6%에 달했다.
정시퇴근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일과 시간에 하지 못한 업무처리’가 35.9%, ‘야근의 일상화’가 33.5%였다.
퇴근 후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주 1~2회’가 66.1%였고 ‘주 3회 이상’은 20.3%에 불과했다. ‘전혀 하지 못 한다’는 응답은 13.6%였다.
‘야근공화국’, ‘야근민국’에 이어 ‘헬조선’이라는 신조어의 탄생은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다. 힘들게 취업난을 뚫고 어렵게 회사에 들어간 기쁨도 잠시 월·화·수·목·금·금·금의 연속이다.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하지만 인간은 죽어라 일만 하라고 태어나진 않았다. 딛고 서는 이 땅이 지옥도 될 수 있지만 그 반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시간이 길다고 해서 능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시간을 줄였더니 외려 근무효율도 높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사례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으로 정상화 될 경우 약 62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분석한 있다. 삶의 질도 높아지고 내수활성화는 물론 고용효과도 창출하니 1석3조다. 기업환경은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아빠 빨리 들어오세요~” 저녁이 있는 삶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