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11.03 11:25:17
북방경제의 개막과 북극항로의 개척으로 환동해경제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환동해경제권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기술과 자본, 시장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기술과 시장, 중국 동북3성의 노동력과 시장, 북한의 노동력, 극동러시아의 에너지자원과 몽골의 지하자원은 자원과 기술산업협력벨트 구축을 위한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신동북아시대 협력과 발전, 상생을 위한 2015 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가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속초 엑스포공원에서 열린다. 같은 기간 동북아시아 5개 지역정부의 정상급 회의체인 제20회 동북아 지사·성장회의도 개최된다. 환동해경제권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구체적인 행보다.
<글 싣는 순서>
① 탄생
② 중국과 GTI
③ 러시아와 GTI
④ 몽골 등과 GTI
⑤ 강원도와 GTI
⑥ 향후 과제
속초가 동북아 무역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환동해 지방정부마다 속초를 주목하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의 중심에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있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중국 북경이 확정되면서 중국, 특히 중국기업인들의 관심은 눈에 띨 만큼 적극적이다.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속초 일원에서 열린 2015 GTI국제무역투자박람회는 중국의 변화와,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러시아, 판이 커지는 시장에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일본, 그리고 신공항 건설에 따른 안정적인 신시장 개척으로 물류를 확보하려는 몽골이 좀 더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접촉했다.
동북아시아의 지속적인 성장과 상생 번영을 도모하게 될 'GTI EXPO 2015'가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속초 엑스포공원에서 열렸다. GTI는 참여국간 교역과 투자기회 주선이 핵심사안으로, 현재 새로운 국제조직 설립이 추진되면서 강원도 등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의 의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이 참여하고 있어 GTI 교역확대는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켜 통일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일본이 옵저버로 참가하고 있어, 환동해권 경제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박람회는 신동북아 시대의 협력, 발전, 상생을 주제로 중국, 일본, 러시아, 몽골, 인도, 미국, 호주, 동남아 등 15여개국 650여개 기업과 국내외 3000여명의 바이어가 참여했다.
'신동북아 시대의 협력, 발전, 상생'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박람회는 바이어 1대1매칭 상담과 그룹별 맞춤형 투자설명회, 관광관, 수산관, 향토음식관 등 전시관별 다채로운 행사로 진행됐다.
강원도 집계결과 GTI박람회는 참관객 7만명, 현장판매액 22억 8000만원, 수출상담 520건 3억 5700만 달러, 수출계약 130건 259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속초 엑스포공원에 마련된 전시장과 야시장에는 연일 만원으로 지역경기활성화에 톡톡하게 기여했다.
이번 박람회는 개막식 때부터 화제가 쏟아졌다. 지난 22일 개막식에 참석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GTI 박람회에 대해 동북아시아를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현재 심사 중인 광역두만강개발사업 법률안 등 GTI의 성공을 위한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한국과 중국의 상생협력을 위한 기업인과 투자자 간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한중기업교류회는 한중지역경제협회 및 환구상회연맹과 강원도간 對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공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해외 유력경제단체의 투자의향도 다양하게 논의됐다. 중일한 중소기업촉진회에서는 한중 FTA 체결에 따른 공동활용을 위해 도내 중소기업 전용산업단지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년 500여개 기업인이 참여는 골프대회를 중국에서 개최하고 있는 베이징조선족기업가협회는 2017년 제18회 골프대회를 강원도내에서 개최의사를 밝혀 한중기업간 무역확대와 경제교류를 촉진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행사 기간 지역경제도 특수를 누렸다. 매일 밤 진행된 야시장, 야간공연, 야간판매 3夜이벤트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해외바이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를 제공하면서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 등을 매출이 크게 올랐다. 속초시는 이번 박람회를 앞두고 홍보에 주력했다. 전국 1900여개 여행사를 대상으로 두 차례 공문을 보내고 시내 전역에 대형광고를 게첨했다. 성과도 컸다. 중국과 러시아 등 GTI 지역에서 많은 바이어와 경제단체가 참가했고, 속초해양산업단지 종합보세구역 현판식에도 직접 다녀가는 등 속초가 동해안 북방항만 중 가장 훌륭한 진출거점이라는 사실을 재 확인했다.
GTI박람회와 함께 열린 제20회 동북아 지방정부 지사성장회의도 과거에 비해 ‘물류’를 주제로 실질적인 교류.협력을 목표로 진행됐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히라이 신지 일본 돗토리현지사, 도르지 바야르바트 몽골 튜브도지사, 쥬앙옌 중국 지린성 부성장, 세르게이 네하예프 러시아 연해주 부지사가 참여했다.
이번 지사성장회의에서 일본 돗토리현 히라이 신지 지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시 대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본상품의 경우 돗토리현을 창구로 구매해 줄 것을 정식 제안했다. 세르게이 네하예프 러시아 연해주 부지사는 한국에 사무소를 개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최문순 지사는 서울에 위치한 강원도 서울사무소의 한 켠을 내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최문순 지사는 몽골 도르지 바야르바트 튜브도지사에게 신공항 건설 시 튜브도와 양양국제공항 간 전세기 취항을 공식 건의했다.
무엇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올림픽 루트 개발 구상이 적중한 것은 의미가 있다. 동북아 올림픽 루트는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지난 22일 동북아 지방정부 지사성장회의에서 제안한 것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동북아 각국간 인적 물적 교류를 통해 새로운 경제·문화공동체를 만드는 게 골자다.
첫 결실은 중국기업을 통해서 이뤄졌다. 지난 24일 오후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GTI박람회장 VIP룸에서 장리신 중한건강미용연맹 중국 회장, 박광수 한중건강미용연맹 한국 회장, 이철수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등과 함께 도내 기업 중국 진출과 관련한 만남을 가졌다.
장리신 중한건강미용연맹 중국 회장은 중국 내 국가급 6개 전시회 중 3개를 운영하는 전시전문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으로, 일본과 대만에 주류제조회사와 효소전문기업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장리신 중한건강미용연맹 중국 회장은 최문순 도지사에게 북경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 강원도관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장리신 회장의 제안은 강원도에 대한 달라진 중국의 시각을 대변한다. 그간 도는 알펜시아 리조트 등 중국 자본유치를 통한 현안 해결과 관광지 개발 등을 위해 꾸준하게 접촉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북경이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중국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2022북경올림픽 개최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인식하고, 강원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평창의 개최 준비와 과정, 결과를 충분히 학습하겠다는 것으로, 그 선봉에 중국기업가들이 포진해 있다. 최문순 도지사의 올림픽 루트 개발 구상도 이런 움직임을 포착한 결과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하계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문화경제적으로 한층 가까워지고 접촉은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는 곧 새로운 시장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선점은 필수적이다. 최문순 도지사가 포문을 열고, 이후 일본과 중국이 연달아 시장 확보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는 강원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는 기존 지역적인 준비가 아닌 국가적인 준비가 요구된다는 것으로, 특히 인천광역시와 속초시 간 협력은 필수적이다. 올림픽 개최 시 양양국제공항의 기능을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물론 인천국제공항 등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올림픽이 끝난 후 경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경제교류가 확대돼야 한다. 특히 북방경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환동해권 물류량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속초에는 전혀 새로운 기회가, 인천에는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속초는 인천의 미래다’라는 표현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환동해권 물류는 선박을 통해서 이뤄지게 된다. 물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현실화 돼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중국횡단철도(TCR).만주횡단철도(TMR).몽골횡단철도(TMGR) 등과 연결되면 대한민국에서 유럽까지 철도를 통한 물류가 이뤄질 것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수립되지 않고 있다. 결국 동해안권 물류는 항구의 기능과 배후기지 확보 여부, 종합보세구역 존재 유무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대륙진출을 위한 창구로 속초가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인천~춘천~속초를 잇는 철도망 개설이다.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최대 현안으로, 정부와 청와대가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제성을 이유로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동해안권 발전, 특히 속초를 중심으로 한 북방경제 선점을 위해서는 철도를 기반으로 한 물류기능이 확보돼야만 한다. 속초항이 북방경제의 창구가 되기 위해서는 부산항은 물론 인천항, 평택항 등 물류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다. 지난달 31일 정부와 중국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일대일로(一帶一路)간 연계를 통해 협력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정부간 합의는 곧 중앙정부 주도의 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강원도의 영향력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출발지점이 부산이라는 데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 부산을 중심으로 추진될 경우 지난 20년 간 동북아 경제교류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강원도 몫을 챙기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Eurasia Initiative)'는 유라시아 대륙을 단일한 경제공동체로 묶어 경제 활성화의 기반을 만들고, 북한에 대한 개방을 유도해 한반도 기장을 완화하고, 유라시아를 평화의 대륙으로 구축하는 방안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중국의 신(新)성장 전략으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이다.
특히 이달 중 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인 '광역두만개발사업의 협력 및 지원에 관한법률안', 일명 GTI법이 제정될 경우 강원도는 산업기반과 배후시장 등을 갖춘 부산과 울산, 경북에 유리하지 않아 정책 반영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도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재 북방경제 선점을 위한 강원도 차원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강원도는 그간 동북아 지방정부 지사성장회의와 환동해권 거점도시회의를 창설하는 등 북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중앙정부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도는 지방정부간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간 연계 협력을 발표하면서 강원도는 준비 없이 기회를 마주하게 되는 형국에 처하고 말았다.
국제통상 한 전문가는 이와 관련 "GTI법 제정을 비롯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연계 협력으로 북방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토양은 마련된 것"이라며 "이제 부산 등 각 지역마다 다양한 요구들이 있을 것인 만큼 도와 강원발전연구원은 이들 각 지역의 전략들을 분석하고, 속초와 동해의 역할 등 이에 대비한 정책적 작업들이 이미 마련됐어야 하는데 소홀했던 점은 지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만수 도 글로벌투자통상국장은 "박람회가 강원도의 청정우수상품, 바이오․의료기기 등 주력상품의 수출시장개척 및 현장판매 등 국내외 마케팅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며 "박람회를 통해 동북아 대표박람회로 육성하기 위한 가능성과 발판을 마련하고, 박람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원수출촉진에 크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GTI(Greater Tumen Initiative. 광역두만강개발계획)는 동북아 경제개발을 위한 한중러몽 4개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의체로, 1992년부터 동북아 지역개발을 위해 남북한‧중국‧러시아‧몽골이 참가하고 있다. 2009년부터 동해안에 위치한 강원‧경북‧울산‧부산이 GTI 지역에 포함됐으며, 북한은 당초 회원국으로 참여했으나 핵실험 관련 국제사호의 제재에 반발해 2009년 11월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