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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꿈만 컸던 ‘청년희망펀드’, 결국 재계 ‘품앗이’?

삼성·현대차·롯데·두산 ‘통큰 기부’…SK·LG·GS·한화·효성·한진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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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10.28 11:33:56

▲모금상황과 참여자들의 멘트가 수록된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 (사진=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청년실업 해법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이 당초 취지와 달리 대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결국 또 하나의 ‘고통분담’이 되고 있다. 삼성이 250억원, 현대차가 200억원을 내놓으며 기부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LG와 포스코도 합류했다. 롯데와 두산은 별도의 기부계획을 발표했다. SK, GS, 한화, 효성, 한진 등 다른 대기업들도 청년희망펀드 기부금액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정의식 기자)

청년희망펀드…‘펀드’ 아닌 ‘기부’
대기업 참여하면서 모금액 ‘급증’
“사실상 준조세”…재계 ‘속앓이’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은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만들어진 색다른 신탁 상품이다.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처음 제안한 이후,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 중소기업은행, 수협, 경남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 13개 은행들이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펀드 모집이 시작됐다.

‘펀드’라는 명칭 때문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청년희망펀드’는 참여자에게 수익을 돌려주지 않는다. 순수하게 기부가 목적인 ‘공익신탁’이기 때문이다. 기부금액의 15%(3000만원 초과분은 25%)에 해당하는 세액공제 혜택만 제공된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청년희망펀드 홈페이지(www.youthhopefund.kr)에 따르면, 26일까지 모인 누적계좌건수는 총 7만 4776건이며, 누적기부건수는 7만 6642건이다. 누적기부금액은 73억 9020만 1000원이며, 누적기부약정총액은 29억 1477만 6000원이다. 

7만여 명이 약 74억 원을 모았으니 한 사람당 평균 10만원 남짓한 금액을 기부한 셈이다. 여기까지는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다는 본래의 취지가 잘 지켜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년실업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한달이 지나 청년희망펀드가 정체될 분위기를 보이자, 당초 예정에 없던 대기업들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삼성과 현대차, LG, 포스코가 이미 거액의 기부를 확약했고, 다른 대기업들도 하나둘씩 옆구리를 찔리기라도 한 듯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 표정은 밝지 않아 보인다.

▲가장 많은 250억원 기부를 약속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 250억·현대차 200억…롯데·두산도 출연

가장 먼저 청년희망펀드 참여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대기업 수장은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었다. 

삼성그룹은 지난 22일 이건희 회장이 사재 200억 원을 기부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50억 원을 보태 합계 250억 원을 내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인재 제일’을 모토로 인재 양성을 기업 경영의 최고 가치 중 하나로 중시해온 점이 상당부분 고려됐다”며 “기부금 지출에 대한 동의 문제는 이 회장이 평소 해왔던 대로 포괄적 위임에 따라 적정한 절차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나섰다.

25일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사재 150억 원을 출연하고, 임원들이 추가로 50억 원을 보태 합계 200억 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공감하며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창의적인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사회공헌 철학에 따라 기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7일 포스코그룹은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월부터 권호준 회장은 급여의 20%를, 다른 모든 임원들은 급여의 10%를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기부금 합계는 월 평균 3억 3000만 원, 연간 4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28일 LG그룹도 기부 대열에 합류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사재 70억 원을, LG 임원진이 30억 원을 기부해 총 1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 3위인 SK그룹도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회장이 청년창업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만간 이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발표 시기와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기부에 참여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청년창업펀드와는 별개의 청년창업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26일 롯데그룹은 청년창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스타트업에 기초 자금과 인프라, 멘토링을 제공하는 1000억원 규모의 투자법인을 설립하며, 신동빈 회장이 초기 자본금으로 100억원을 기부하고, 주요 계열사가 2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두산그룹도 200억원 기부 계획을 공개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동대문 지역의 상권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설립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으며, 두산도 1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효성 등 다른 대기업들도 조만간 청년창업펀드에 참여하거나 그에 준하는 기부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200억원 기부를 약속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재계, 벙어리 냉가슴 

하지만, 대기업들의 잇따른 기부 약속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상은 ‘줄 세우기’에 가깝다는 것. ‘삥뜯기’ ‘준조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애초에 기부금 몇십억원으로 청년 취업문제 해결을 지원하겠다는 발상부터 비현실적이었다”면서 “한달 운영해보니 재원은 안 모이고, 결국 대기업에 손 벌리게 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 없이 청년희망펀드가 순항하기란 애초에 어려웠다. 펀드가 거론된 시점부터 이미 재계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앞장서 판을 벌인 상황에서 재계가 이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준조세”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 대기업들을 할당했던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지난달 22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기업이 몇십억 내고 일자리 창출을 한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 기부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황 총리는 “청년희망펀드는 무엇이라도 도울 게 있다면 동참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액수가 아니라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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