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짜에 정기주주총회를 집중적으로 여는 ‘슈퍼주총데이’ 행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기업들은 3월 하순 그것도 금요일에 한꺼번에 주총을 열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7일에는 12월 결산 상장회사 1840개사 중 44%인 810개사가 주총을 동시에 개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여러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참석할 수 없고 의결권이 심각하게 제한받고 있는 실정이다.
주총에서 안건 처리는 대부분 속전속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경영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통과되고 있다. 특정일에 수백 개의 회사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주총이 열리다 보니 모두 짚어볼 수도 없어 기업 감시 기능은 실종된 상태다.
주총일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법적으로 한계가 있다. 정부에 따르면 주총 개최일을 법률로 규정해 강제로 분산시키는 나라는 없다.
이에 대만처럼 주총을 하루에 최대 120개사만 개최할 수 있게끔 선착순 등록제를 시행하거나 일본과 같이 유가증권 상장규정을 통해 분산을 유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자투표제 의무화가 해소법으로 꼽힌다. 주주들이 주총장에 가지 않더라도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 이는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7월 법무부는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를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주총 활성화 및 이를 통한 건전한 경영의 촉진을 위해 도입된 전자투표제가 회사의 선택 사항에 맡겨져 있어 활용도가 낮은 문제가 있다고 전제한 것.
따라서 주주의 분산 정도에 비춰 주총 활성화의 필요성이 높은 일정 주주의 수 이상의 상장회사부터 우선적으로 전자투표 실시를 의무화한 것으로 일반 주주의 주주총회 참여 방식이 용이하게 돼 주총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은 입법예고 이후 국회에 제출되지 못한 채 2년째 검토 보류중이다.
현재 정부는 전자투표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우선 회사의 자율에 맡겨야 하는 사적 자치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또한 주총 현장에서의 의사진행과 토의내용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해 회의체로 운영되는 주총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고 오히려 총회가 형해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주총 쏠림현상으로 인해 건전한 경영감독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정부의 의지가 강해보이지 않는다. 기업의 편의만을 추구하고 관행처럼 더욱 굳어져 가고 있는 슈퍼주총데이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서둘러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