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아르바이트 대우와 임금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 (사진=무무TV)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명한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1913~1954)의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 가까이 있다보니 제대로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형편없는 수준인 ‘최저임금제’도 그 중의 하나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한 독특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한국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리액션, Reaction) 또는 해외의 일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을 주로 촬영해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무무TV(MoomooTV)'가 공개한 ‘한국의 아르바이트 대우와 임금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Americans React to Wage & Treatment of Korean Part timers)’ 동영상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한 해외의 평범한 시선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내용이다.
동영상 내용은 간단하다. 한국을 방문한 여러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6달러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리포터가 묻는다.
외국인들은 대답한다. “맙소사. 미국도 좋지 않지만, 한국도 좋은 것 같지 않군요.” “공평한 것 같지 않다” “여기도 오바마가 필요하겠네” “끔찍하다. 이곳 물가는 아주 높은 것 같던데” “확실히 더 높아져야겠다. 15달러 정도?”.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된 것은 그가 오랫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목소리높여 주장해왔고, 지난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반대파인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당신이 그 돈으로 살아보라”고 일갈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시간당 7달러 25센트(약 7800원)인 미국의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약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며, 먼저 국가기관이 고용한 임시직들의 임금을 인상했다.
이들은 미국의 최저 임금에 대한 질문에는 “주마다 다르지만 7.5달러 정도” “미국의 최저임금도 살아가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그래도 임금은 제때 지불된다”라고 답했다. “한국의 최저임금으로 일할 의향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생활비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할 순 없다”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물론 한국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국외자들의 의견을 절대시할 필요는 없다. 북한이나 시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등지에서 온 방문객이라면 “그래도 한국은 천국같은 곳”이라고 말할 것이 틀림없다.
중요한 건 이 땅에 발 딛고 사는 우리들 자신의 생각이다. 불행히도 최근 여론은 ‘헬조선’ ‘지옥불반도’ 등의 용어가 시사하는 것처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쪽으로 모아지는 듯 하지만, 어쨌든 미국과 북한 사이 어딘가에 대한민국이 위치하고 있는 건 확실할 게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패전의 피폐함이 아직 가시지 않았던 50년대 일본의 최저임금제를 결정지었던 정책결정자들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전쟁 직후라 고아들이 많은데, 이 아이들이 최저임금으로 생활이 어려우면 결국 유흥가나 폭력배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일을 하면 생활이 가능할 수 있는 최저한의 사회보장제라는 개념으로 최저임금을 정해야만 어린 세대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일본은 ‘프리터’라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의 임금체계가 뿌리내렸다.
수십년 전 전쟁으로 바닥까지 무너진 국가가 할 수 있었던 결정을, 수십년 후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것 같은 대한민국이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현재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내년엔 603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