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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남북 물꼬 텄지만…현대그룹 ‘대북사업’은 안개속

단풍 물든 금강산 다시 볼 날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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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정의식기자 |  2015.09.21 09:19:17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연지동 현대아산 본사 1층 로비에 마련된 현대아산 투어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관계가 오랜만에 ‘해빙 무드’로 접어들고, 이산가족 상봉일정이 다음달 하순으로 확정되면서 과거 대북 경제협력사업을 도맡았던 현대그룹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상봉행사의 실무를 맡은 현대아산 점검팀은 시설 점검을 위해 이미 금강산 현지를 다녀왔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7년째 중단 중인 ‘금강산 관광’의 재개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현대그룹 측은 아직 조심스런 분위기다. (CNB=정의식 기자)

다음달 이산가족 상봉…금강산 관광은 아직
현대아산 “이번엔 제발…” 실낱 같은 희망
전기·통신·음식… 200명 실무인력 비지땀 

▲남측과 북측 연락관들이 15일 오후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있다. 남측 의뢰서에는 일반 이산가족 200명과 국군포로 이산가족 50명의 주소와 나이, 이름, 북측 가족 관계 및 이름 등이 적힌 명단이 포함됐다. (사진=연합뉴스)

남북 이산가족들에게 올 추석은 예년보다 조금은 따뜻한 명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20일부터 26일 사이 금강산에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

남측 대한적십자사와 북측 조선적십자회 실무자들이 협의한 바에 따르면, 이번 상봉은 남북 각 100여 명이 참가하게 되며, 행사 장소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무려 16차례나 상봉행사가 열렸던 금강산 관광지구 내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 이산가족 면회소가 될 예정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현대아산이 상봉행사의 실무 지원을 맡았다. 현대아산이 이번 행사를 위해 금강산에 파견할 인력 규모는 사전 현장 준비팀, 본사 지원팀, 행사 진행팀 등 약 200여 명에 달한다.

이미 통일부와 현대아산 등 실무인력 14명으로 꾸며진 점검팀이 지난 16일 1박2일 일정으로 금강산을 방문, 17일 오후에 귀환했다. 점검단은 귀환 후 “현지 시설들 특히 수도와 전기시설들이 노후화되어 보수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 본사와 협력사의 시설 보수 전문 인력들이 투입될 전망이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다음달 초쯤 약 20여 명으로 구성될 사전 현장 준비 요원들이 방북해 행사일까지 현지에 상주하면서 전기, 통신, 난방, 발전, 배관, 식수 등 제반 사항을 점검한다. 요리사, 서빙인력 등 만찬 준비 인력은 행사 직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앞두고 이산가족면회소 등 금강산 현지의 시설물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6일 방북했던 시설물 점검단이 17일 오후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재개로 이어지는 것 아냐…”

갑작스러운 남북 해빙 무드 덕분에 바빠진 현대아산 측은 “과거 상봉행사 때와 비교하면 이번은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며 의외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이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예년에는 보통 3주 정도의 여유를 두고 준비했는데, 이번엔 준비기간이 한달이 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남북합의와 이산가족 상봉 재개 결정을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대단한 기회인 것처럼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그 동안 안 열린 것이 아니다.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측 경비병에게 피격돼 사망한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은 7년째 중단됐지만,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규모만 줄인 채 2009년과 2010년에도 열렸다. 

2010년 3월 천안함이 폭침되고, 11월 연평도가 포격당하면서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아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전면 중단됐지만, 지난해 1월 북측이 먼저 제안하고 남측이 수용함으로써 3년 4개월 만에 상봉행사가 치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상봉행사는 상봉으로 그칠 뿐,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 또한 금강산 관광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지난해 11월18일 금강산에서 열린 관광재개 기원 공동 식수행사에서 원동연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왼쪽 두 번째),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왼쪽 네 번째)과 함께 식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봉행사 2~3회 더 이어져야 금강산 문 열릴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실낱같은 희망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故 정주영 회장과 故 정몽헌 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은 현대가(家)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사업이자, 현대그룹 흥망의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아산에게는 더욱 그렇다. 

현대아산은 대북 관광사업 초기인 2000년대 초반엔 적자였지만, 2003년 금강산 육로관광 길이 열리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총 200만여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의 매출은 급락했고 이후 7년째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호텔과 유람선 등 핵심 자산들이 북한에 묶이거나 가동 중단 상태에 놓이게 되자, 현대아산은 국내 건설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면세점과 관광, 유통, 용역 사업에도 진출했다. 

충남 내포신도시에 건설한 수익형 오피스텔 ‘빌앤더스’ 분양은 성공했다는 평이다. 덕분에 올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개성공단에 2호 면세점을 열었다.

하지만 신사업들도 대북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부문이 많아, 여전히 현대아산의 성패는 남북간 화해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현정은 현대 회장 역시 대북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13회에 걸친 해외 순방 중 10회를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도 대북사업의 실마리를 풀자는 의지로 비쳐지고 있다. 

지난 7년간 대북사업 중단으로 현대그룹은 약 1조원 안팎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합의될 경우 2개월 이내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춰놓으라는 현 회장의 지시에 따라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기중인 상태”라며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잘 이어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3회 더 진행되고 정례화 된다면 금강산 관광도 자연스레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CNB=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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