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의원은 이날 국회 이석현 부의장 집무실에서 열린 중진모임이 끝난 뒤 “문 대표에게 살신성인 자세로 모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당내 통합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권유하고, 재신임 투표는 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지금 최우선 과제는 당내 통합이다. 더 이상 논란은 피해야 한다”며 “어제 혁신안 중앙위 통과로 당대표 재신임 문제 등을 포함해 당내 논란을 일단락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문 대표가 비주류의 당 대표 사퇴 등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말끔히 매듭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재신임 정국의 두 번째 관문인 재신임투표 결행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만 중진들이 당내 통합을 위해 재신임투표를 철회라는 대승적 결단을 요구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표는 당초 13~15일 투표 실시, 16일 중앙위 직후 결과 발표를 추진했지만 중진들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내 반대 여론에 막혀 일단 ‘추석 전 실시’로 연기한 상태다.
문 대표는 비주류가 극력 반대해온 공천 혁신안이 중앙위에서 통과된 직후 측근을 만나 23~24일 투표 실시 후 25일 결과를 발표하자고 밝힐 만큼 리더십 회복을 위해 재신임투표가 필요하다는 강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문 대표는 이날 노무현재단 주최 학술심포지엄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추석 전에는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진들에게) 재신임 방법을 제시해달라고 부탁드렸지만, 재신임을 아예 하지 않고 거둬들이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3선 이상 중진 13명은 이날 저녁 긴급 회동을 하고 “어제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로 당 대표 재신임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는 인식 아래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취소할 것을 권유하기로 뜻을 모았다.
또 현재 최우선 과제가 당내 통합인 만큼 문 대표가 더 이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주문하는 한편 중진들도 당내 통합을 위해 함께 나서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중진들이 당내 통합에 나서기로 한 것은 중진들이 통합을 저해하는 인사들에 대한 침묵을 깨고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비주류의 사퇴 요구나 지도부 흔들기가 더이상 없다는 게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재신임투표를 함으로써 분란이 잦아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분란이 생길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당내 통합을 어떻게 할지 문 대표가 구상을 제시하면 중진들도 당 통합을 위해 같이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도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치는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반대가 있다면 반대하는 분들을 정치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투표 취소를 재차 요구했다.
이에 문 대표 측은 오늘 오전 이 부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중진의원들의 뜻을 전달받은 뒤 최종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15일 안 전 대표와 회동에서 재신임 투표에 대해 추후 의견을 나누자고 한 만큼 중진의원들과의 회동 후 안 전 대표와도 접촉을 통해 안 전 대표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과정도 거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은 당초 비주류에서 더 이상 지도부를 흔들거나 사퇴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결의가 있어야 투표를 철회할 수 있다는 원칙론이 강했지만 중진 회동을 계기로 투표 철회를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여기에는 중진들이 향후 당 통합을 위해 함께 나서겠다며, 부당하게 리더십을 흔드는 행위가 발생한다면 중진들이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표 측 관계자는 “거취 논란을 확실히 매듭짓기 위해 재신임 투표가 필요하다는 문 대표의 입장은 완고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지 않겠느냐”며 “문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