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은 뉴스가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좋은 일만 계속 생긴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쁘거나 부정적인 정보는 감추고 시종일관 긍정적인 소식만 전해준다면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의구심이 들게 되며, 비판적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 더 이상의 가치는 없다. 불쏘시개감이다.
투자 의견 보고서가 온통 ‘매수’ 일색인 증권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공개됐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김상민 의원(새누리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년∼2015년 7월)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서치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 주요 10대 증권사의 보고서 총 4만 9580건 중 매수 의견이 무려 90.3%로 4만 4756건에 달했고 중립 의견은 4801건(9.7%)이었다. 반면 매도는 고작 23건(0.1%미만)에 불과했다.
올해만 한정해 살펴보면 지난 1∼7월까지 국내 증권사는 총 7766건 중 11건만 매도 의견을 냈다. 즉, 5년간 매도 의견 총 23건 중 올해만 11건이 발생한 것. 금융위원회가 올해부터 최근 1년간 증권사의 투자의견 비율을 공시토록 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삼성증권·현대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5개사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주식을 팔라는 의견이 아예 제로(0%)였다.
그동안 주식 매도 의견이 없다가 올해 처음 생긴 곳은 NH투자증권(4건), 한국투자증권(2건), 미래에셋증권(1건) 등 3개사였고, 대신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2013년부터 매도 의견을 내놨지만 현재까지 각각 6건과 5건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10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사정이 달랐다. 같은 기간 총 1만 8707건을 발표했는데 매수는 1만 1612건(62.1%), 중립은 5260건(28.1%)이었고 매도는 1835건으로 전체 투자 의견의 9.8%를 차지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보고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명약관화하다.
각설하고, 지난 6월 국내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자신들의 회사에 대해 불리하게 보고서를 냈다며 해당 회사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상장 회사 고객 및 기관투자자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매도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구성원인 애널리스트들이 굳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보고서를 내기 어렵고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다.
자유롭게 투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시장 환경 조성, 일정한 수준의 매도 의견 보고서 의무화 등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요원하다.
주식 매입 권유 일색인 증권사들의 보고서. 가치는 실종됐고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구에 의해서가 아닌 증권사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쌓기는 녹녹치 않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불신(不信) 보고서를 내놓는 그들만의 리그를 되풀이하다간 결국 아무도 봐주지 않게 된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