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미의 다양한 IT기기들.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대륙의 실수’.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한 중국산 IT기기들 중 특히 가격대 성능비(가성비)가 높은 제품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중국산’하면 ‘저품질·저가격’인데 왠일로 성능도 디자인도 잘빠진 ‘중국산 같지 않은’ 제품이 나왔다는 뜻이다.
원래는 중국·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을 각기 ‘대륙·반도·열도’로 지칭하며 각국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희화화하던 네티즌들의 유희(遊戱)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대륙의 실수’ 제품들로는 지난해 쇼핑몰들의 최고 인기 상품 중 하나였던 샤오미의 외장형 보조 배터리 ‘미 파워 뱅크(Mi Power Bank)’ 시리즈와 체중이 자동 저장되는 스마트 체중계 ‘미 스케일(Mi Scale)’, 가성비 최강 이어폰으로 잘 알려진 사운드매직 사의 ‘PL30’, 액션캠 ‘고프로(GoPro)’와 비교되며 일명 ‘짭프로’로 불리는 아푼타 사의 ‘SJ 4000’, 12만원대의 입문용 미니 드론 ‘씨마 X8C’, 저가형 가상현실 기기 ‘폭풍마경’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대륙의 실수’라는 단어를 검색 창에 입력했을 때 연관 검색어로 나타나는 제품들은 무수히 많다.
뭐니뭐니해도 ‘대륙의 실수’ 시리즈의 대표자는 단연 ‘샤오미(Xioami)’다. ‘대륙의 애플’로 잘 알려진 샤오미는 내놓는 제품마다 저렴한 가격·세련된 디자인·강력한 성능의 3박자를 맞추며 중국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외장형 보조 배터리 ‘미 파워 뱅크’와 웨어러블 기기 ‘미 밴드(Mi Band)’ 등 작고 저렴한 기기에서 시작된 샤오미의 인기는 이제 공기청정기 ‘미 에어(Mi Air)’와 공유기 ‘미 와이파이(Mi Wi-Fi)’, ‘미 TV(Mi TV)’ 등 중대형 기기로까지 확산됐다.
최근에는 ‘홍미 노트2(Redmi Note2)’라는 스마트폰이 높은 가성비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만원대 초반의 쓸만한 보급형 스마트폰’은 단통법으로 인해 최신 스마트폰을 이전보다 비싸게 구입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더없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대륙의 실수’가 시사하는 중국 IT기업들의 경쟁력 높은 제품들은 어느 사이엔가 ‘대륙’이라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던 ‘저렴한 가격’과 ‘나쁜 품질’이라는 편견을 정반대의 이미지로 덧씌우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한국 즉 ‘반도’의 IT산업이다. 여전히 삼성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있지만, 두 기업을 제외하면 세계 시장에서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업이 없다.
두 기업의 포트폴리오 역시 ‘백화제방(百花齊放)’을 연상케하는 중국 기업들의 다채로운 그것과 비교하면 한없이 협소하다.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 기업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전략적 집중’을 통해 높은 성과를 얻어냈었지만, 이제 그 장점들은 중국 기업들에게서 더 많이 엿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래전부터 우려되어오던 ‘샌드위치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IT기업들은 어떤 방법론을 취해야할까?
‘대륙의 실수’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IT기업들의 다양한 성공사례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최신 IT 트렌드를 빠르게 체크해 모방하되 저렴한 가격정책 유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제품개발 전략 ▲중소·벤처기업 위주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들이나 중소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않고 모험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가 정신’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벤처 생태계’의 구축이다. 배울 것은 배우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대륙의 굴기(屈起)’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자만보다는 경각심이, 폄하보다는 벤치마킹이 필요한 때다.
(CNB=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