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5.08.17 09:24:52
그동안 새정치연합은 ‘약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부패를 척결하겠다’라는 등 갖은 정의로운 구호와 미사여구를 늘어놓아도 박수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봉숭아학당’이라고 비난 받아 왔으나 ‘셀프 디스’라는 반성문을 선보이고 나서부터는 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렇듯 문 대표의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셀프 디스’를 필두로 의원들의 단점을 먼저 부각시킨 새로운 홍보문안을 만들어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새로운 시선을 던지게 한 장본인은 지난 7월 제1야당 홍보위원장으로 영입된 손혜원 홍보위원장이다.
“가능하다면 100분의 의원들을 모시고 싶다. 그래서 책으로 엮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 손 위원장은 크로스포인트라는 회사를 운영하며 ‘참이슬’ ‘처음처럼’ ‘종가집 김치’ ‘이니스프리’ ‘힐스테이트’ 등 소주에서 고급아파트까지 네이밍과 브랜딩 전력을 펼쳐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져 있다.
손 위원장은 지난 8월 17일 발매된 씨앤비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주변 사람 99%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이에 손 위원장은 “야당 홍보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가족이나 주변의 반대는 없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발표 뒤 제 주변 사람 중 99퍼센트가 반대했지만 저는 아무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미리 이야기하면 반대하고 못 가게 설득할 게 뻔했으니까. 그러나 언론을 통해 알게 된 놀란 친지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왕 손을 댔으니 이제 기업이 아닌 정당을 확 바꿔보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래서 손 위원장이 먼저 시작한 것은 자신이 직접 준비한 자아비판, 셀프디스 캠페인을 소개하며 당 소속 의원 모두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신에 대한 반성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국민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었다.
셀프디스 시리즈의 첫 주자로는 지난 당 대표 경선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문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가 나섰다. 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글에서 “지난 30년 동안 인권 변호사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당 대표가 된 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답답해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문 대표는 “평생 쌓인 신중한 성격이 하루 아침에 고쳐지기는 쉽지 않다”면서 “당이 개혁하듯 자신도 분발하겠으며, 약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강 한 자의 횡포에는 더욱 강해지는 카리스마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박 전 원내대표는 ‘호남, 호남 해서 죄송합니다’라는 글에서 “지금껏 차별 받고 소외 받은 호남을 자신이라도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한민국의 그 어떤 지역도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다시 뛰고 나라와 국민을 말하겠다”고 다짐했다.
세 번째로는 이종걸 원내대표는 조부인 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며 “할아버지 성함 석자 앞에 언제나 부끄럽다”고 ‘자성’하는 등 1단계로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중심으로 매주 2명씩 참여시킨 뒤 대부분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캠페인으로 전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손 위원장은 ‘반응이 어땠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처음에는 우리 당 지지율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호기심과 재미로 지켜보시는 분들도 절반 이상이고 비판하는 분들도 20~30퍼센트 되는 것 같다. 따라서 주목받고 칭찬 받기보다는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의 반성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홍보하려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셀프디스가 ‘속 시원하다, 재미있다’라는 평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결국은 변명을 통한 자기 자랑이라는 지적에 대해 “맞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홍보 차원에서 기획한 캠페인이지만 그 형식이 반성과 성찰로 시작하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주인공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시인했다.
또한 새정치연합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당명 개정과 관련해 손 위원장은 “지금 당장 당명을 바꿀수도 없고 바꿀 필요도 없지만 장기적으로 간다면 당명을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며 “물론 지금 이름 바꾼 다고 뾰쪽한 수가 있겠는가. 전체적으로 단합해서 의견들을 모으고 해야지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당명을 바꾸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손 위원장은 내년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내가 정치를 할 이유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일축한 뒤 “가까이에서 본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여러 번의 패배로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 이기는 방법을 잊은 것 같기도 하고. 제가 그 부분을 채워야 한다. 우리 당에 좋은 에너지를 불어 넣고, 이길 수 있다는 용기와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아 나갈 생각”이라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손 위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편견없이 다시한번 바라봐 달라. 저희가 변하겠다. 60년 민주당의 정신으로 멋진 야당을 세워 가겠다. 국민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셀프디스’ 캠페인이 단순히 말장난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반성을 통해 국민과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