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와 해당 병사 간의 대화 과정 전체를 살펴보면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던진 가벼운 농담 정도로 보였다. 하지만 대화의 앞뒤가 잘린 채 해당 발언 장면만 캡쳐 돼 SNS에 퍼날라지면서 문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앞뒤 과정 잘린 채 ‘짜장면 발언’ 확산
청소년까지 퍼져…‘부상병사 드립’ 오해
서민이미지 안겨준 짜장면, 이번엔 악재
문 대표는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을 방문해 비무장지대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 당한 김모(23) 하사를 위로했다.
지난 4일 김 하사는 1차 폭발로 부상당한 하모 하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뢰를 밟아 오른쪽 발목을 절단 당하는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다른 장병들은 괜찮냐”며 진한 전우애를 보였다.
문 대표는 김 하사와 김 하사의 어머니와 5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김 하사에게 “부상 당하면서도 동료를 챙기는 군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였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고 김 하사는 “부대 팀원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동료들이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고 답했다.
문 대표는 병상을 지키던 김 하사의 어머니에게 깊이 고개를 숙이며 “정말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하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원하면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화 말미에 문 대표는 돌연 김 하사에게 “개인적으로 뭐 짜장면 한그릇 먹고 싶다던지 그런 소망 없어요”라고 물으며 웃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어두운 병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던진 농담 정도로 보였다.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해당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문제가 된 부분만 나온 동영상과 ‘짜장면 발언’ 자막이 달린 영상을 캡쳐한 사진이 SNS에 급속히 퍼져 나갔다. 카페와 블로그 등에도 올려졌다. 특히 일부 사진은 해당 장면에 문 대표를 비난하는 내용을 삽입해 퍼졌다.
특히 CNB 취재 결과, 중·고등학생들의 페이스북에도 사진과 동영상이 전파되고 있었다.
주로 퍼지고 있는 사진은 문 대표의 ‘짜장면 발언’이 자막으로 나온 방송화면이 캡쳐된 장면이었다. ‘문재인 짜장면 드립(부정적 의미의 즉흥적 발언)’이라는 제목의 사진 밑에는 문 대표를 비난하는 욕설 등이 함께 편집돼 실렸다.
전체적으로 볼 때 큰 문제가 없는 발언이었음에도 앞뒤가 사라지고 ‘짜장면 발언’ 장면만 캡쳐 돼 청소년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청소년들이 마치 문 대표가 임무 수행 중 다리를 잃은 김 하사를 비하한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보였다.
오 모(16) 군은 “반마다 일베 회원이 2~3명씩 있는데 아마 이 친구들이 편집해서 퍼트리는 것 같다. 사진만 봐선 분명히 문재인 대표가 잘못 말한 거 같다”고 밝혔다.
사진과 동영상을 접한 누리꾼들도 “사고로 다리 잃은 병사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분위기 띄우려고 한 거 같은데 심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문 대표가 하필이면 짜장면을 화두로 꺼낸 데는 평소 서민 음식을 즐기는 습관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2012년 4.11총선 때 짜장면을 먹는 장면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국회의원 후보였던 문 대표는 부산시 사상구 모라동에 위치한 한 복지관을 찾아 짜장면 무료급식에 나섰다.
이 자리에 먼저 와 있던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를 만났고, 당시 27세였던 손 후보의 젊은 선거운동원들이 블로그와 카페 등에 맛있게 짜장면을 먹는 문 대표의 모습을 올리면서 포털 검색어에 ‘문재인’을 치면 ‘짜장면’과 ‘자장면’이 따라 붙었다.
한때 문 대표에게 서민적 이미지를 안겨준 짜장면이 이번에는 ‘악재’로 작용한 셈이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