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5.07.27 10:50:33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공약 중 하나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이 고립무원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내에서 생산된 부(富)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내부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성공가능성이 낮고 130억 원 이상의 초기 사업비를 그대로 날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도의원들의 사업 포기를 촉구하는 파상공세와 언론의 피상적인 보도는 도청 내 담당 공무원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최문순 도지사는 중단 없는 추진을 고수하고 있지만,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된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후보들의 도정 경제정책을 공격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을 조기에 안정화 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다.
이에 따라 강원화폐로 대표되는, 강원도가 추진 중인 지역통화 유통사업 추진의 배경과 방법, 문제점과 대안 등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강원화폐 탄생 배경
2. 강원화폐와 사회적경제과 신설
3. 강원화폐의 역할과 기대효과
4. 강원화폐 유통 시스템
5. 국내외 지역통화 구축사례
6. 강원화폐 발행 반대 목소리
7. 강원화폐 발행과 Fintech
8. 강원화폐 유통 성공조건
9. 강원화폐 추진 대안
강원도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강원화폐 유통은 시스템 구축으로부터 시작된다. 강원화폐는 발행→환전→유통→회수라는 기본 사이클을 거치면서 시스템 내에서 반복적으로 순환된다. 이는 크게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으로 나뉜다. 우선 민간부문은 지역주민이 법정통화인 원화를 강원화폐로 환전하거나 선불카드를 수령한 후 재화 및 서비스를 구매한다. 외지에 거주하는 내외국인은 통화센터에 회원가입 신청을 한 후 선불카드를 지급받아 가맹점에서 사용하게 된다. 공공부문은 지방정부가 세금의 일부를 강원화폐로 받거나 제정사업을 추진하면서 결제대금의 일부분을 강원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강원도가 구상 중인 강원화폐의 전반적인 운영방식은 ‘강원도 지역통화 유통방안 조사연구’를 수행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용역결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선 강원도는 강원화폐를 만든 목적에 부합할 수 있을 만큼 통화를 발행해야 한다. 다만 강원화폐 유통은 여러 이해관계자 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통화위원회를 우선 구성해야 한다. 통화 발행은 법정통화 본위제인 태환통화일 경우 발행액만큼 법정통화인 원화를 담보로 금융기관 등 별도의 장소에 예치해야 한다.
만약 강원화폐를 100억 원 규모로 발행한다면 법정통화인 원화 100억 원을 예치하게 되는 것으로, 이 돈은 유통되지 못한 채 묶이게 된다. 다만 부분지급 준비금제도를 이용한다면 100억 원 중 일부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활용하면 된다. 부분지급 준비금제도는 예금자가 돈을 인출해갈 것을 대비해서 은행 자산의 일정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강원화폐 유통에 문제가 생겨 뱅크 런(Bank Run)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통화 발행 주체인 강원도는 큰 재정적 부담을 줄 수 있다.
지급결제 시스템은 강원화폐 순환의 핵심 기제로, 지급과 청산, 결제 과정으로 구성된다. 종이화폐는 지급과 청산, 결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강원통화를 교환매개로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파는 것으로, 법정통화인 원화 거래와 동일하다. 다만 강원화폐 소지자가 법정통화로 교환을 원할 경우 환전하는 절차가 추가된다.
전자거래는 조금 복잡하다. 소비자가 강원화폐로 결제할 경우 판매자 역시 강원화폐 거래계좌를 갖고 있다면 거래는 쉽게 성사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판매자는 강원화폐를 다시 법정통화로 환전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강원화폐가 원활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법정통화 계좌에서 강원화폐 개좌로 자금이체를 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원화폐 유통의 핵심은 쓰임새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강원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곳과 사용하는 사람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다. 강원화폐를 발행해도 쓸 곳이 없거나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가맹점 확대는 쉽지 않지만 의료 분야나 교육, 복지, 친환경식품 등 사람들의 관심이 높고 생활에 꼭 필요한 업종들을 우선 참여시킬 경우 네트워크를 확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가맹점에 가입하더라도 강원화폐를 반기지 않거나 거부할 경우 신뢰도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강원화폐 유통을 담당할 운영주체는 지역 내 존재하는 여러 경제주체들의 합의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영 조직은 사업단이나 운영센터를 만들어 전체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되 주요한 의사결정들은 거버넌스 구조의 통화위원회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강원화폐 유통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지만 수익모델은 미약하다. 강원화폐 유통을 통한 이익을 사용자와 가맹점 등 네트워크 참여자들에게 분배하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으면 성공가능성이 낮기 때문으로, 이는 혜택을 받는 쪽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맞지만 강원화폐 유통은 혜택을 받는 참여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경우 통화 사용 자체를 거부하거나 통화 순환체계에서 이탈해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강원화폐를 사용하는 착한 시민들은 강원화폐를 더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강원화폐 유통은 수익창출보다 비용절감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 요구된다.
강원화폐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비용은 최소 130억 원에서 최대 210억 원으로 추정된다. 우선 강원화폐 발행액과 동일한 금액을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도는 현재 초기 발행액을 1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통화센터 법인화를 위한 설립비용으로 자본금 20억 원이 필요하다. 또 결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비 5억 4000만원과 소프트웨어 구축비 2억 8000만원, 시스템 개발비 7억 4000만원 총 20~30억 원의 지급결제시스템 개발비와 인건비와 홍보비 등 연간 10억 원 내외의 운영비 등을 모두 합하면 초기투자비는 180~210억 원에 이른다. 초기 발행액 100억 원 중 20%를 부분지급 준비금제도를 통해 남겨두고 나머지 80%인 80억 원을 재 유통시킨다고 하더라도 100~130억 원이 필요하다.
반면 자체적인 수익모델은 제한적이다. 현재 검토 중인 수익모델은 계좌 개설 시 수취하는 가입비와 회원들이 납부하는 회비, 거래 할 때 받는 거래수수료, 강원화폐를 법정통화로 환전할 때 받는 환전수수료, 지역주민들의 기부 등이다. 이처럼 예상비용에 비해 수익창출 방안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무리한 사업 추진은 지양해야 한다. 이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 자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어 도 산하기관에 통화센터를 설치하고 재정으로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역주민과 외지 관광객들이 강원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업 개시 이전부터 다양한 이벤트와 광고·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일방적인 선언이나 계몽이 아닌 아이디어 경진대회나 파머스 마켓, 우수 사용자 선발 등 학습과 경험을 수반한 주민참여 방식의 프로그램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실행에 앞서 네 단계에 걸친 사전준비 단계가 추진된다. 우선 통화위원회의 전신인 민관협의체와 통화센터의 전신인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관련조례 제정을 준비하는 등 강원화폐 유통을 위한 점검과 준비를 하게 된다. 이어 시범사업 실행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반조성 단계로, 통화센터가 주축이 돼 시범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시범지역을 선정한다. 또 사업추진단을 구성하고 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사업실행을 위한 제반 준비작업을 하게 된다. 다음은 통화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시범사업 실행 단계이고, 마지막 단계는 본 사업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시범사업 성과가 미진해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일 경우 통화 사업은 보류 또는 중단된다. 도 전역으로 확대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본격적인 사업이 추진된다.